Posted on 2026. 10. 08.
산재 처벌에도 ‘최대 5% 과징금’, 중처법 이어 산안법까지 겹겹이 제재 일색
1년간 3명 이상의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산업안전보건법」개정안이 지난 10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고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의 경제적 책임을 무겁게 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 자체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이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강력하게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경제적 제재와 사업장 퇴출 장치까지 겹겹이 도입되는 것은 지나친 이중삼중(二重三重)의 규제이자 기업의 생존을 옥죄는 과도한 처사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근로자의 생명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실행력 있는 실질적 감독적 위치에 있는 경영책임에 사고 책임을 부과하여 심리적 압박으로 사망사고를 줄이려는 의도와 의지는 옳다.
그러나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등으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해 왔으나 재해율과 사망률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라는 분석(2025년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들이 많이 나왔다.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법인에 최대 50억 원 벌금을 부과하는「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초강경 입법으로.「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 형사처벌의 공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예방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는 확신이 입법부와 노동계 사이에 공유되어 있었지만, 처벌의 강도와 사고 예방의 효과가 정비례할 것이라는 이러한 기대와 확신은 어처구니없이 3년이 지난 작금의 통계 앞에서 완벽하게 반박당하고 있다.
시공 능력 상위 10대 건설사의 사고재해자 수는「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시행 전인 2020년 1,460명에서 출발해 2021년 1,526명,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첫해인 2022년 1,751명, 2023년 2,325명, 2024년 2,571명으로 단 한 해도 꺾이지 않고 5년 연속 증가만 계속했다.
증가율은 76%에 이른다. 사고사망자 역시 2023년 10명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2024년 21명으로 두 배 이상 급등했고, 재해율은 같은 기간 0.4%에서 1.07%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은 1.57‱로 전체 산업 평균의 4배에 달하며, 일본 0.12‱, 독일 0.11‱, 영국 0.03‱와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선명해진다.
징벌 강화가 결단코 능사가 아니란 의미이다. 개정「산업안전보건법」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과징금의 구체적 부과 기준은 시행령으로 정한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책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이번「산업안전보건법」개정안이 내포한 경제적 형벌의 무차별성과 그 무게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개정안은 영업이익의 5%라는 상한 비율만 명시했을 뿐 절대적인 부과 금액의 상한선을 두지 않았다.
입법 과정에서 과징금 상한을 50억 원으로 두자고 제안이 있었음에도 이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심지어 영업 적자를 내는 기업에도 최대 30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수백 곳의 사업장을 운영하는 대기업의 경우 단 한 번의 중대재해로 수백억 원대의 천문학적인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으며, 중소 및 중견기업은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산업별 특성과 사업장 규모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연간 3명 이상 사망’이라는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댄 것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한 상위 10개 기업 중 9곳이 건설업과 배달업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물류 전담사인 우아한청년들에서만 8명의 안타까운 산재 사망자가 발생했다.
건설업의 경우 국내 10대 건설사 중 8곳이「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최소 한 해 이상 연간 3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바 있다.
현대건설은 국내 130여 곳의 현장에서 하루 4만 명이 투입되고, 대우건설 역시 전국 현장이 140곳이 넘는다. 현장의 수와 절대적인 근로자 수가 많은 업종일수록 통계적인 사고 노출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데, 이러한 위험의 척도를 무시하고 일괄적인 사망자 수만으로 경제벌을 과하게 내리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장치산업인 조선과 철강업계 역시 심각한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개정안의 과징금 상한률을 대입하면 약 1,018억 원의 막대한 과징금을 감당해야 할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또한 원자재와 인건비 부담으로 영업이익률이 1% 안팎에 불과한 현대제철은 가상 과징금이 약 110억 원으로 산출되어, 당기순이익 14억 원의 무려 8배에 달하는 불합리한 제재를 받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경제적 제재에 더해, 최근 3년간 두 차례 영업정지를 받은 사업주가 2명 이상의 사망사고를 다시 내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관계 기관에 등록 말소나 취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까지 신설되면서 기업의 불확실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가혹한 처벌 위주의 정책이 현장에 미칠 부정적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망사고 한 번이 경영의 치명적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하에서 기업들은 위험 요인을 사전에 완벽히 차단하기보다는 인력 규모 자체를 축소하거나 자동화를 가속화(加速化)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해 보인다.
특히 신체 반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고령 노동자들의 채용을 암묵적으로 기피(忌避)하게 되어, 오히려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법의 취지가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역설을 낳게 될 것이다.
또한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방어하기 위해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은 전문 인력을 갖춘 대형 로펌을 앞세워 근로자의 불안전한 임의 행동 탓으로 사고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는 실질적인 안전 확보보다 지루한 법정 공방만 늘리며 대형 ‘로펌(Law firm │ 법률 사무소)’만 웃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법안에 포함된 작업중지권의 무분별한 확대 역시 우려스럽다. 기존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서 ‘우려되는 경우’까지 작업 중지 요건을 완화하고, 하청노동자도 원청에 직접 작업 중지를 요구할 수 있게 한 것은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우려’라는 주관적이고 모호한 기준 탓에 고무줄 잣대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과거 노란봉투법 도입 당시 모호한 조항으로 인해 극심한 교섭 대상 해석 다툼이 발생했던 현장의 혼란을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Guide line)’도 없이 신설되는 ‘안전한일터위원회’와 ‘포상금제도’ 역시 불필요한 노사 간 이견과 분쟁의 불씨를 키울 소지와 우려가 매우 짙어 보인다.
업계와 전문가들은「산업안전보건법시행령」에서 형평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단순 사망자 수가 아니라 현장 수나 근로자 수, 공사 규모 대비 사망률 등을 따져 기업별 책임과 위험을 정교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형사 처벌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과징금까지 매기는 이중 처벌에 집중하기보다는, 스마트 안전 장비 도입이나 안전 인력 확충에 자본을 투자하는 기업에 실질적인 세제 혜택이나 입찰 가점 등 인센티브(Incentive)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정책 패러다임(Paradigm)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안전 강화 측면의 취지는 공감하고 환영하지만, 공사비 증가와 공기 지연 같은 부작용을 경계해야만 한다.
사후적 형벌과 경제적 채찍질만으로는 복잡다단(複雜多端)한 산업 현장의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다는 사실은「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시행 이후 유의미한 재해율 감소가 없었다는 국책 연구기관들의 분석을 통해서도 이미 입증이 되었다.
6개월 뒤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하위법령과 적용 지침을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 단순한 사망자 수가 아니라 공사 규모와 현장 수 대비 사망률 등을 반영하여 과징금 부과 및 감경 기준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위험 공정에 스마트 안전 장비를 도입하고 안전 인력을 확충하는 데 자본을 투자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과 공공 조달 입찰 가점 등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징벌’이 아닌 ‘투자’가 현장의 안전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유일하고 가장 확실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