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 10. 22.
현설 1곳뿐인데 40여일 기다리라니?
미아 2구역 시공사 선정 또 행정에 발목
‘40여일 뒤에도 결국 유찰‘ 똑같은 결과라면 행정적 판단과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
강북구 미아 2재정비촉진구역(이하 미아2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사 선정 절차가 행정기관의 판단으로 또다시 지연될 상황에 놓였다.
시공사 현장 설명회에 건설사 한 곳만 참석하면서 사실상 경쟁입찰이 성립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강북구청이 본입찰 마감일까지 기다린 뒤 유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조합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입찰안내서를 받은 업체가 현대건설 한 곳뿐인 만큼 조기에 유찰 처리하고 재입찰 공고를 진행해 사업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구청의 판단에 따라 다음달 11월 26일 본입찰 마감일까지 약 40여 일을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이 기간을 기다린다고 해서 경쟁입찰이 성립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아2구역 조합이 지난 2일 공고한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에는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고 입찰안내서를 수령한 업체에 입찰 참여 자격을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의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역시 현장설명회에 참가한 건설업자 등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입찰안내서에는 현장설명회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입찰안내서를 수령하지 않은 업체의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공고 내용대로라면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업체는 현대건설 한 곳이다. 다른 건설사가 뒤늦게 입찰에 참여하려 해도 현행 입찰공고상 참가자격을 충족하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본입찰 마감일까지 기다린다고 하더라도 현대건설 한 곳만 입찰제안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다시 유찰과 재입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조합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합은 경쟁입찰이 현실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불필요하게 40여 일을 기다리기보다 유찰을 결정하고 재입찰 공고를 내는 것이 사업 전체의 일정과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강북구청은 서울시가 지난달 14일 각 자치구에 내려보낸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관련 관리감독 철저 요청’ 공문을 근거로 들고 있다.
서울시는 해당 공문을 통해 현장설명회 이후 일부 업체가 제출한 입찰참여의향서나 확약서 등을 근거로 입찰 마감 전에 유찰 여부를 판단하고 재입찰 또는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는 사례를 지적했다. 실제 입찰제안서 제출 마감일까지 기다려 제출 현황에 따라 시공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라는 취지다.
이 같은 서울시의 지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현장설명회에 여러 건설사가 참석했는데 일부 업체가 입찰 참여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조기에 유찰시키는 것은 실제 경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아2구역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조합 측 주장이다. 여러 업체가 현장설명회에 참석했지만 일부 업체가 참여하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 애초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업체 자체가 한 곳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단순히 ‘입찰참여의향서를 제출한 업체가 몇 곳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입찰공고상 실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업체가 몇 곳인가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 공문이 지적한 사례와 미아2구역의 상황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서울시 역시 현장설명회에 한 곳만 참석한 경우까지 본입찰 마감일을 반드시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관련 규정의 적용 여부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법률 검토를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미아2구역 조합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행정기관이 법과 절차를 준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행정의 역할은 단순히 정해진 날짜까지 기다리게 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법과 규정을 지키면서도 사업의 불필요한 지연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석과 행정적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비사업은 수많은 조합원들의 재산과 직결되고, 시공사 선정이 늦어질 경우 전체 사업 일정이 연쇄적으로 늦어질 수밖에 없다. 40여 일을 기다린 뒤 실제로 한 곳만 입찰에 참여한다면 결과는 결국 유찰이다.
이후 다시 입찰공고를 내고 현장설명회와 입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결국 조합은 아무런 실익 없이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잃게 되고, 그만큼 시공사 선정과 착공, 분양 등 전체 사업 일정도 뒤로 밀릴 수 있다.
조합이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행정기관이 법적 판단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일단 마감일까지 기다리자’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그 행정적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과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물론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향후 감사나 법률적 책임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섣불리 유찰을 결정했다가 규정 위반이라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행정기관 역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조건 정해진 기간을 모두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행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필요한 것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행정이 아니라, 책임 있는 판단을 위한 행정이다.
미아2구역의 사례는 앞으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현장설명회 단독 참석 상황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보여주고 있다.
현장설명회에 여러 업체가 참석한 경우와 단 한 곳만 참석한 경우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현장설명회 단독 참석 시 조기 유찰을 허용할 것인지, 조합 방식과 신탁 방식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비사업 현장에서 행정절차의 불확실성 때문에 사업 일정이 반복적으로 지연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법과 절차를 지키는 것은 행정의 기본이다.
그러나 그 절차가 주민과 조합원들에게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부담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행정은 그 과정 자체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아2구역의 시공사 선정 문제는 단순히 한 재개발구역의 유찰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규정을 지키는 행정’과 ‘사업을 지연시키지 않는 책임 있는 행정’ 사이에서 어떤 판단이 주민의 이익에 부합하는가를 묻는 사례가 되고 있다.
40여 일을 기다린 뒤 똑같은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면,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행정적 판단과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