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 12. 20.
싸워야 큰다지만
발행인/행정학박사 김 세 현
어린시절에 싸움 한 번 안 하고 큰사람은 없을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남의 것 뺏어 먹다가, 말다툼 하던 중에 부모나 형제 흉보는 얘기가 나오거나, 주는 것 없이 괜히 미운 녀석을 패주면 영락없이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되고, 나중에 참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성장해온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닌가 싶다.
싸움을 하면 정이 들기도 한다지만 이는 부부사이나 가족이 아니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철없던 어린시절이야 순간을 억제하지 못해 싸움을 하고도 별 탈 없이 문제가 해결되어 서로 화해하고 더욱 친해질 수 있지만 어른이 된 후에는 싸움의 질이 달라지며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서로의 작은 감정 충돌로 시작한 싸움이 兩者(양자)의 싸움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부부싸움 중에 홧김에 불을 질러 옆집까지 타버린다거나,
사소한 주차시비로 이웃사람을 살해하고,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에 자기의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군인을 뒤에서 친 후 살해한다면 작은 싸움이 결국 인생을 망치게 되고 자기 가족은 물론 남의 가정까지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어느 나라이건 사람이 사는 곳엔 싸움이 있게 마련이지만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의 싸움은 50년 전과 전혀 다름없이 아직도 멱살잡이에 이단옆차기 활극이 여과 없이 TV에 중계되고 있다.
저렇게 높고 훌륭한(?)분들은 집에 가면 자기 아이들에게 뭘 가르칠까? “얘야 친구와 싸울 때는 멱살을 잡고 어디를 때려라” 일까? 아니면, “싸우지 말고 친구와 잘 지내라”일까?
물론 정치인도 싸우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 싸움이 개인의 사리사욕 때문이 아니고 그의 신념과 黨(당)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겠지만 그냥 몸싸움도 아니고 막말을 해가며 시정잡배처럼 행동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게 싸우고 욕하며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차기 공천을 받기가 수월 할지는 모르지만, 자기 자식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TV로 중계가 되는 걸 알면서도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참 안쓰럽기 짝이 없다.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선다.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도 권력자에게 충성을 다한 순서로 국회의원을 공천을 하는지 지켜 볼 것이다.
그의 공약대로 통합과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정치를 할 것인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힘겨운 경선싸움으로 시작해 끝까지 헐뜯는 선거로 일관하면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잘못된 것을 바꾸고 실천하는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싸우면서 크는 것은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행동이다. 어른이면 어른답게 행동해야 한다.
스스로 나라의 지도자라고 자칭하는 국회의원들이 설마 싸워야 큰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국민이 잘살게 하는 법을 만들거나 나라를 위해서 그렇게 죽기 살기로 싸우기라도 하면 박수라도 치겠는데 오로지 권력찬탈과 자기 출세만을 위해서 싸움을 즐긴다면 국민은 정치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정치꾼들은 아마 그걸 원할 지도 모르지만 깨어있는 국민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싸움 잘하는 국회의원과 한번 싸우고 싶다. 주먹으로는 경험 많은 국회의원에게 질 것 같고 말싸움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다.
말로 해도 필자같은 소인배가 상대하기 어렵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