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02. 15.
숭례문은 불타버렸지만
김 세 현
발 행 인 / 행정학박사
1398년 조선왕조 초기에 지어진 숭례문(남대문)이 어이없는 방화와 초기 대응실수로 전소되고 말았다.
국가에서 정한 국보 1호가 국민이 보는 앞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것이 생중계 되더니 결국 한줌의 잿더미로 변하고 다 타버린 흉물 앞에서 서로 네 탓을 외치며 책임공방이나 하는 꼴들이 정말 가관이다.
대통령을 지내고 나면 퇴임 후에도 잘했건 잘못했건 간에 꼬박 꼬박 월급은 물론 비서관과 경호원까지 수억 원의 국가세금을 지원하고 있다.
비록 사람이 아닌 대문이지만 600년 전에 세워진 숭례문에 우리 국민의 자존심인 국보 1호를 명명했으면 적어도 야간 경비원이라도 한명쯤은 배정했어야 함에도 나 몰라라 하며 내버려둔 것에 우선 화가 치민다.
임기가 보름 밖에 남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은 460억을 들여 단장하기 바쁘고,
새 정부는 청와대수석과 장관 등 고위직 인사하기 바쁘고
그에 따라 공직자들은 소위 실세에게 줄서기 바쁘고,
여야 정치인들은 4월총선공천에 온 정신이 팔려 있고,
서울시장은 예능프로에 출연해 멋진 드럼 연주를 보여주며 인기를 모으고,
모두가 정신없는 판에 까짓 숭례문 국민세금이나 혹은 국민성금으로 한 2백억 원 들여 다시 지으면 그만이라는 건지 도대체 나라를 끌고 가는 고위공직자들의 태도가 또한 못마땅하다.
사실 필자도 서울에 살지만 남대문으로 불리던 숭례문을 일 년에 한두 번이나 지나칠까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사는 것이 사실이다. 숭례문이 불이 난 후에야 600년 전에 세워진 것을 알았으며 그 역사성과 보호가치도 이번에 새삼 알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물며 나랏일에 바쁘신 대통령이나 시장 구청장이 남대문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따라서 국가의 보물을 관리하고 보호하기 위해 문화재청을 둔 것이며 이번 화재의 우선적 책임은 문화재청에 있다. 숭례문은 이미 불타 없어졌고 이를 완벽하게 복원하기는 틀려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다. 이미 소는 잃었다. 숭례문은 불타 없어졌지만 온 국민이 문화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으며 새로운 대통령을 비롯한 서울시장과 고위공직자들도 국민의 분노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을 것이다.
연예인과 정치인은 인기를 먹고 산다. 연예인의 인기는 돈과 관계가 있지만 정치인의 인기는 표와 연결된다.
따라서 정치인들이 국민의 인기를 얻고 진정으로 오랫동안 기억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면 가족이나 주변사람보다는 국민의 마음을 우선 읽어야 한다.
권력은 짧지만 국가는 영원하고 국가가 유지되는 것은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가 오는 25일에 출범하는 이명박정부나 하필 이런 때 TV에 출연해 드럼을 연주하며 국민을 놀라게 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는 찜찜한 면이 있겠지만 이명박 당선자와 오세훈 시장은 숭례문의 화재를 보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졌으리라 믿는다.
자나 깨나 불조심, 자나 깨나 말과 행동조심, 자나 깨나 국민을 보물로 생각하는 마음가짐, 바로 그것이 숭례문이 주는 진정한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