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02. 21.
장어가 몸에 좋다지만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5년에 한번 씩 대통령 선거가 있고 선거가 끝난 후 당선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꾸리게 된다.
인수위는 약 두 달 동안 새 정부의 組閣(조각)을 하고 국민에게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짧은 시간에 수 많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는 위원장도 능력 있는 여성을 임명하고, 점심도 구내식당을 이용하며 회의도 아침 일찍 시작하는 등 처음 시작은 상당히 산뜻해 보였다.
문제는 시작보다 끝 부분에서 나오기 일쑤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인수위가 그 활동이 끝나갈 무렵 난데없는 장어회식 사건이 발생하여 조야가 시끄럽다.
사실 어느 조직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인수위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여당에서 여당으로 넘어가도 시끄러울 텐데 하물며 여당에서 야당으로 넘어가는 이번 인수위가 조용하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것이다.
더구나 인수위와 예비 야당 간에는 정부조직법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부처가 완전히 없어지는 곳의 공직자들은 인수위 관계자가 원망스럽기 이를데 없다.
따라서 인수위 관계자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언론을 비롯하여 반대파에게 공개될 것이 우려됨에도 대형버스를 이용해 “날 좀 보소”자랑하며 강화도까지 거창하게 이동해서 장어를 먹어대는 그 배짱에 우선 놀랍다.
이명박 당선자는 강해 보이지만 어찌 보면 참 외로워 보인다.
그가 외로워 보이는 것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그의 의욕과 열정에 비해 주변 사람들이 따라오지 못해 보여서이다.
우리는 그동안 대통령들이 자식과 주변 참모 문제로 시달리던 모습을 너무 많이 봤다.
이명박 당선자는 돈도 있고 배짱도 있어서 앞선 대통령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왠지 불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당선자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기대를 너무 많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의 용인술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과연 그가 발탁한 인사들은 그의 반 만 치라도 국가관이 투철할까? 이것저것 괜한 걱정이 들기 시작하는 것은 인수위만 보고 판단하는 섣부른 예단일까? 아무튼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말 그대로 대통령직을 원활히 인수하여 현 정부와 차기 정부와의 국정공백을 없애기 위한 한시적 기구에 불과하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들의 인수위 근무경력이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 파견 근무가 결정되고, 정부에 예산을 지원받아야 하는 시·도지사,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판단하여 기업의 투자와 인사를 단행해야 하는 기업가 등 인수위에 줄을 대야만 하고자 하는 일들이 성사되는 우리나라의 정치사회 구조가 있는 한 강화도 장어사건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될 것이다.
물론 30여명이 189만원이면 1인당 6만원 정도 밖에 안 되고 혼자도 아닌 여럿이 함께했는데 왜 그리 수선을 떠느냐고 억울한 측면을 호소 할 수도 있고, 두 달여의 강행군으로 피로에 지쳐 영양 보충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더 피곤하고 지쳐있다.
이명박 당선자에게 표가 쏠린 것은 그의 인간성이나 능력을 본 것이 아니라 뭔가 변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요구가 우선이었다는 점을 재삼 강조하고 싶다.
작은 틈에서 새는 물에 둑이 무너지는 법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빈틈을 보인 인수위를 바라보면서 누구보다 안타까울 이명박 당선자의 외로운 마음을 우리 국민의 이름으로 위로하고 싶다. 우리 국민도 똑같은 마음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