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03. 20.
귀신이 곡할 노릇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그것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아마 너무 억울하거나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면 순간적으로 튀어 나오는 말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21세기 우주를 여행하는 요즘 세상에 귀신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 사방에서 행해지는 것은 사실인가 보다.
정부가 새로 들어서고 국회의원 선거까지 겹쳐 국회의원 배지도 떼어가고 국영기업체의 장도 밤새 안녕이며 장관급 인사들은 인사 청문회장이 마치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심정이니 귀신이라도 있으면 붙들고 하소연 해보고픈 사람이 어디 한둘이랴.
여하튼 한나라당의 지역구공천에서 박근혜 계보가 대거 탈락하여 분통을 터트리며 그 화살을 이재오 의원에게 돌리고, 실세 의원인 이재오 의원도 자기가 추천한 50여명의 인사가 국회의원 공천에서 탈락했다고 하니 이거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닌가 싶다.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은 청문회에서 자기 고향이 전북이란 사실을 처음 알았고, 최시중 방송 통신위원장 역시 청문회에서 자기의 땅이 자신도 모르게 십여 차례 거래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니 본인 말마따나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꼿꼿 장수 김장수 장관이 한나라당에 비례대표 후보로 입당하자 민주당에서는 자기당의 비례대표 2번을 요구 했다고 하면서 참여정부 마지막 국방부장관으로 국민의 신망을 한 몸에 받았던 4성 장군 출신을 초라하게 만들어 우리 국민을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만들지 않나 마치 현대판 귀신이 정치권 여기저기서 활개치고 있는 음산한 정국이다.
아무튼 정상인들은 살아가면서 귀신을 만나지 않는 것이 좋고 귀신에게 홀린 듯 살아서는 더욱 안 될 것이다. 아무리 정신을 바짝 차려도 살아가기 힘든 시기에 그것도 나라의 명운을 짊어진 장관급 인사나 국회의원들이 귀신에 홀린 듯 살아가서는 더욱 나라가 불안하다.
차라리 “잘 기억나지 않는다” ”죄송하다”라거나 공천에서 낙선한 인사들에게 “미안하다” 라고 등을 두드려 주는 편이 보기가 더 나을 것 같은데 현실은 보이지 않는 귀신이 헤매는 것도 모자라 곡까지 하고 다니기까지 하니 국민은 더욱 불안하기 짝이 없다.
공천에서 문제 인사로 지적되어 탈락한 의원들이 탈당한 후 출마하여 그들의 억울함을 지역주민에게 호소하고 다니면 슬퍼 보이고 같은 당에서 버림받은 사람이 다른 당으로 가서 당선되면 이 또한 귀신이 곡할 노릇 아닌가싶어 하는 말이다.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급 인사들이나 공천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정치인 중에는 억울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50년 전의 실수나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로, 때론 줄을 잘못섰다는 죄(?)로 죽음 보다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아픔도 이해한다.
그러나 그런 절차는 향후에 장관이나 정치에 도전할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자기가 오를 수도 있는 고위직을 위해 평소에 주변에 봉사하고 바르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으로 이해하길 바란다. 따라서 어차피 치러야할 절차라면 귀신에게 홀린 듯 당하기보다는 귀신도 놀라 도망치는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을 위해서나 후진을 위해 더 좋아 보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