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04. 16.


 

화투 이야기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한국사람 만큼 화투놀이를 즐기는 나라가 또 있을까? 명절에 가족이 모여도 고스톱이요,

상갓집을 가도 고스톱, 산에 가도 바다에 가도 심지어 공항에서 까지 두세 명만 모이면 화투판을 펼치고 인터넷에서도 고스톱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니 가히 한국인이 집집마다 갖추어야할 최고 필수품은 화투가 아닌가 싶다.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나라당의 과반획득으로 끝난 후 이명박 대통령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당직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폭탄주를 곁들이며 18대 국회 과반의석 자축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도 153석의 의미를 다각도로 비유하면서 한 참석자가 화투의 가보(1+5+3=9) 얘기를 했을 정도면 화투는 서민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무시 못 할 대접을 받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아마도 청와대에서 가보를 말한 사람은 한나라당의 절대 압승이 예상되었으나 겨우(?) 153석에 그치고 친박연대가 대구 경북과 부산에서 의외의 선전을 보이자 한나라당이 가보를 잡았으니 친박이나 다른 당의 끗발보다 높아 향후 정국을 이끌고 갈 수 있다며 걱정하지 말자는 뜻에서 덕담 수준의 웃자고 한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18대 선거에서 가보는 혼자만 잡은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가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규제완화 방침과 뉴타운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서울48개 지역 중 40석을 석권하여 몇 끗을 올려주어 세장(보통은 두장으로 가보잡기를 함)으로 가보가 되었음을 알아야 한다.

 

화투패로만 따진다면 통합민주당도 가보를 잡았고(81석) 자유선진당도 가보(18석)를 잡았다.


비록 그들이 획득한 가보는 한나라당의 가보와는 게임도 안 되겠지만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 취임 2개월도 안된 선거에서 겨우 과반에 턱걸이한 선거결과에 나만 가보를 잡은 것처럼 으스대고 내가 잡은 가보가 이긴 것으로 착각하면 정말 큰 코 다치는 수가 있다.


더욱이 46%의 투표율이면 54%가 기권했으니 기권율이 가보이고, 20대 유권자의 19%만 투표했으니 그들의 기권율 81%도 가보임을 또한 명심해야 한다.

 

두 명이나 세 명만 모여도 즐기는 화투판에도 질서와 규칙이 있다.


상대방의 패는 생각지도 못하고, 경기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도 가보의 끗발인 것도 모르며 내가 가보이니 무조건 내가 이긴 것으로 간주하여 화투판의 돈을 독식하려 한다면 판은 깨지고 그 사람은 다시는 화투판에 끼워 주지 않는다.


돈 놓고 돈 먹기로 다시는 안 볼 요량으로 화투놀이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 돈을 딴 사람은 많이 잃은 사람 개평도 주고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도 막걸리 한 사발쯤은 돌아가는 것이 화투판의 인심이다.


하물며 나라를 이끌어갈 선량들의 게임에 잃은 사람들의 체면이나 판에 끼지 않고 누가 이기느냐를 즐기는 사람들의 깊은 심정도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18대 선거도 가보, 한나라당의 의석도 가보, 민주당과 선진당의 의석도 가보 기권율도 가보인 이번 선거는 모두 튼 선거 즉 무승부임을 보여주는 절묘한 게임이며 함께 협조하여 다음판을 준비하라는 하늘의 뜻이 아닌가 싶다.


가보라는 숫자 9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아 서로 가보를 주장하면 나라꼴이 뭐가 되겠는가?


서로 상대방의 가보를 인정하며 판이 계속되어야 게임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모두 다 즐거운 게임 바로 이것이 국민이 주는 가보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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