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04. 24.
비례대표 억, 억, 억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국회의원을 하려면 유력정당의 공천을 받아 지역구에 출마하여 당선되든가 혹은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으면 된다. 비례대표라는 말은 원래 全國區(전국구)라고 불리다가 그 어감이 돈 전자인 錢國區처럼 들려서 인지 비례대표로 라는 말로 슬며시 바뀌었으나 이름만 바뀌었지 돈 냄새는 그대로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비례대표 제도를 시행하는 첫째 이유는 여성계, 학계, 노동계 등 전문가 집단을 국회의원에 당선시켜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임위별로 나누어 관료집단을 견제하는데 앞장서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비례대표 제도가 취지와는 달리 정당의 선거비용을 채우는데 이용되더니 급기야 공천대가가 (빌려준 돈이라고 하지만), 다른 당은 10億, 또 다른 당은 16億이라니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소식이다.
한국적 민주주의에 돈이 없으면 정치하기가 힘든 모양이다.
따라서 거대한 정당과 지구당을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에 선거 공영제도를 실시하고 국가에서 선거경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가 있는 해는 막대한 신문·방송광고와 조직을 동원해야 하니 돈이 필요 하다는 명분으로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에는 공천헌금을 많이 내는 순으로 후보가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오죽했으면 대쪽이라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까지도 선거비용을 위해 비례대표 순번을 고민한다고 하니 비례대표는 이름만 바뀌었지 아직도 전(錢)국구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물론 각 정당에서 영입한 훌륭한 분들은 제외하고 몇몇 물 흐리는 분들의 얘기지만, 비례대표를 당선시킬 정도의 국민지지도가 있는 정당에서 아직도 수십억의 이상한 돈이 흘러 다닌다고 하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공천심사위원회라는 곳은 도대체 무엇을 잣대로 심사했는지 묻고 싶다.
국회의원 한번 해볼 요량으로 어떻게 벌었는지는 모르지만 자기돈 자기가 쓰다가 구속되고 본인망신, 집안망신, 정당망신 시키는 것은 상관 할 바 아니다.
문제는 불법인 줄 알면서 혹은 몰랐으면서 빌린 돈이라며 구린 돈을 받아 선거자금으로 쓰는 행태가 반복되다 보니 그렇잖아도 정치불신이 만연한 민심에 불을 질러 그나마 50%도 안 되던 투표율을 점점 더 끌어내려 결국은 민주주의가 실종될 위기로 몰아가고 있으니 이에 대한 책임이나 알고 정치를 하는 건지 묻고 싶다.
하긴 요즘 정치판이 속고 속이는 게임의 연속인지라 웬만한 것에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고 수백 수천억의 비자금이 나도는 세상에 그까짓 몇 억에 호들갑 떨 일도 아닐지 모르지만 돈 몇 억에 국회의원직이 거래되고 있는데 그거 하나 살 수 없는 변변치 못함에 또한 억장이 무너지고 억울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또 어떨까? 그나저나 지역구 국회의원 숫자도 많은데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이번 기회에 좀 줄이면 안 될까? 아니면 아무나 비례대표를 번호순으로 살 수 있도록 공정가격을 정해놓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