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05. 07.
광우병과 거리정치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미친 소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세상을 뜨셨다. 80을 넘긴 나이에도 마치 어린아이처럼 맑은 동심을 가지신 선생이 어린이 날에 그의 마음속 고향인 토지로 영원히 돌아가셨지만 선생의 가르침은 우리 민족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생전에 선생은 “나는 남들보다 대접을 잘 받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남들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싶지도 않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렇다. 사람들이 자기 잘난 맛에 살기 때문에 대접받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필자 같은 대부분의 서민들은 남들보다 잘 대접받기도 원치 않지만 남들보다 못한 대접을 받고 싶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선생같이 훌륭한 분이 특별대접받기를 원치도 않지만 남들보다 못한 대접 또한 피하겠다는 말씀을 남긴 것은 우리사회를 향한 준엄한 경고가 아닌가 싶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에 선생의 평범한 것 같지만 진리의 말씀을 정치하는 사람들이 일찍이 깨달았다면 광우병 괴담이나 미친 소 이야기로 나라가 이렇게 시끄럽지 않았을 것이며 순진무구한 10대들이 정치인들을 믿지 못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먹을거리는 돈과 권력의 많고 적음, 그리고 신분과 지위를 떠나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정부당국자들이 이번에 우리국민 특히 중고생들이 광우병에 민감한 이유를 일부 정치인들의 선동으로 몰고 가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다른 모든 이유는 제쳐두고 미국인들이 먹는 기준의 소, 즉 2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소가 수입된다고 하였으면 대다수 우리 국민은 “싼 값에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싼 한우를 먹는 사람들이야 한정이 되어있기 때문에 우리 같은 서민은 쇠고기 안 먹어도 별 불만이 없다. 그러나 싼 값에 수입되는 미국산 소가 0.1%의 광우병 위험요소가 있고 미국인들이 먹는 소와 차이가 있다면 문제가 있다.
1억 마리면 십만 마리가 광우병에 의심이 가고 혹시 그 소가 우리식탁에 오를 수도 있는데 누가 안심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겠는가?
정부 당국의 말대로 우리 한국 사람들이 뼈나 내장을 먹는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하더라도 쇠고기가 원료로 쓰이는 라면이나 학교급식에 들어 갈 수도 있는 0.1%의 미친 소는 어쩌란 말인가?
라면도 먹지 말고 급식은 폐지하고 화장품 성분도 일일이 따져보고 쓰라는 말인가?
그래도 광우병 걸리는 사람은 재수 없는 사람이라는 말인가?
일부 연예인들의 광우병 발언을 철없는 소리라고 몰아부칠것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이 야밤에 거리에 촛불을 가지고 나오는 진정한 뜻을 여·야의 정치인들은 똑바로 헤아려야 한다.
정부여당은 미친 소 소동을 야당의 정치선동 쯤으로 여기고, 야당은 정부의 실책을 기회로 아전인수식으로 이번 기회에 인기나 만회하려 한다면 큰 오산이다.
우리 국민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미국인들에게 나쁜 감정이 없다.
따라서 미국인들에게 잘 대접받고 싶지도 않지만 미국인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기는 더더욱 싫어한다. 반미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정치인이지 국민이 아님은 물론이다. 미국산 소를 수입하려고 한다면 미국인들이 먹는 기준 그대로여야 한다.
생후 20개월 전의 건강한 소만 수입하는 것, 그것이 광우병 소 파동을 가라앉히는 일이며 아이들을 거리로 내몰지 않는 일이다.
미국산 소는 절대 먹을 것 같지 않은 정치인들은 지난 총선 투표율이 46% 밖에 되지 않는 까닭을 잘 살피고 박경리 선생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 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