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05. 28.
국민입장, 정부입장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필자는 역지사지라는 말을 좋아한다. 인생사가 살다보면 서로 다툼이 있을 때가 있는 법이고 그럴 때마다 자기입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면 조금은 이해가 가고,
문제가 된 부분을 대화로 풀다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대해서 괜히 흥분한 일들도 종종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한지 이제 겨우 3개월이 지났다.
취임 3개월 밖에 안 된 정부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가 어수선 하다.
고소영과 강부자 내각은 그렇다 치고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고급 관료들이 국가 예산을 주머닛돈 쓰듯 하다 문제가 되자 아랫사람만 문책하는 행태며,
저런 사람이 진짜 농림수산부 장관인지를 의심케 하는 무능과 순수 촛불집회를 배후 세력에 의한 조종으로 밀어 붙이려는 공권력, 이리저리 허둥대는 야당, 화난 표정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는 대통령의 모습에서 3개 월이라기 보다는 마치 3년을 겪는 듯하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이 정부입장을 좀 고려해 주었으면 하는 눈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한미FTA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니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따라주었으면 하는 바램 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입장은 완전히 달라 보인다. 국민이 정부를 세우고 세금을 내서 공직자들을 부리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우리 국민은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 고위직이나 장차관을 임명할 때 대통령과 친하고 부자들만 임명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어차피 선거에서 이긴 사람이 열매를 따는 것이기 때문에 그 책임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지면 그만이다. 부자들이나 소수를 위한 정책입안도 염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당장에 그 피해가 국민에게 오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명박 정부 취임 초기에 분명히 먹거리 문제 만큼은 이명박 대통령이 책임지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어린아이들 까지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이유는 바로 부자들이나 권력자들이 하찮게 여기는 먹거리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에게는 ‘한반도 대운하’나 ‘대북 문제’보다도 가장 우선시 하는 문제가 바로 ‘먹거리 문제’임을 강조했음에도 이를 가볍게 여긴 결과이다.
정부가 국민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할까? 국민이 정부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할까? 정부가 국민입장을 대변할 수는 있어도 국민이 정부입장을 대변할 수는 없다.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고 거리로 나온다는 것은 이미 정부가 국민입장을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항상 국민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은 국민 입장을 생각하는 것이 현실정치다.
정부가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자기입장만 생각한다면 국민의 저항에 부딪치게 되고 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 리더십에 구멍이 나게 되는 것이다.
정부와 국민 간에는 역지사지가 통하지 않는다. 정부는 항상 국민의 입장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민이 정부 입장을 이해하고 따르게 하려면 대통령과 정부는 솔직해야 하며 국민을 내 가족처럼 사랑하고 돌보아야 한다. 말로만 걱정 말라고 하고 자기들은 미국산 쇠고기 근처에도 갈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 저리 많은데 국민이 정부 입장을 생각하겠는가?
국민이 거리로 나서는 것은 곤란에 처한 국민 입장을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세계에 알리는 기초적인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자신도 모르게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먹을 수도 있다고 믿는 국민 입장이 한번 되어보라.
이제 겨우 3개 월인데 아직 갈 길이 먼 이명박 정부가 항상 마음 속에 간직해야할 것은 오로지 국민이어야 하며 두말하면 숨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