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06. 11.
사탄의 무리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사탄(satan)이란 말은 하나님과 적대돼는 악마라는 뜻으로 교회에서는 유일신 하나님을 제외한 잡신들을 통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한 가운데 청와대의 비서관이 기도회에 참석하여 축사를 하던 중 촛불집회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사람들을 사탄의 무리로 규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의 참모로서 시국안정을 위해 안타까운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사탄의 무리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겠지만 말이란 한번 잘못 뱉으면 그 충격이 일파만파함을 간과해서 자초한 일이다. 촛불집회를 비롯한 모든 집회는 배후라기보다는 주최 세력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는 순수하고 자발적으로 작은 촛불들이 모여 점점 그 숫자가 늘어났고 어린 학생들과 주부들이 상당수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 과정에 소위 불순세력들도 슬그머니 자리를 잡고 배후에서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며, 현 정부와 반대편의 정치세력들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치선전전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청와대나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보면 순수한 집회가 야당과 불순세력에 의해 혹시 정권 퇴진운동으로 몰고 가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 하고 공권력을 동원해서 일거에 정리해버리고 싶은 충동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는 여느 집회와는 그 성격과 질이 다르다. 이번 촛불집회는 가족의 건강과 직접 관계되는 먹거리 문제이기 때문에 가족단위로 참가하거나 참가를 못하는 시민들이 성금을 내어 물과 김밥을 지원하고 있으며 급식을 먹어야 하는 어린 학생들이 공부만 아니면 너도나도 참가하려 한다는 점 또한 알아야 한다.
급하게 발표한 총리의 민심 수습책이 별 효과가 없음이 들어 났으며 여러 분야의 파업까지 겹칠게 뻔한 상황이다. 파업은 어는 정권에서나 늘상 있게 마련이나 이번의 상황은 그 정도가 다르다.
즉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를 외면한다면 그 파업의 강도나 파장은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와 청와대의 참모들은 농담이라도 국민을 사탄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설사 일부의 사탄들이 날 뛸 지라도 국민이 스스로 그 사탄을 몰아낼 수 있게 해야 함은 물론이다.
국민이 스스로 배후임을 자처하는 이번 집회에는 상당수의 기독교 신자도 있을 것이며 사탄이라는 말을 들은 교인들의 명예 실추는 또 어쩌란 말인가.
국민은 정권의 적이 아니다. 물론 사탄도 아니다. 추 비서관이 국민을 적이나 사탄이라고 여겨서 한 말도 아닐 것이다.
오죽 답답하면 그런 말을 했겠는가 짐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는 약한 백성이고 그 백성이 느끼기에 권력을 가진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국민을 적으로 여기는 말을 무심코라도 한다면 듣는 쪽 입장은 그 충격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지난 정권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舌禍(설화)를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현 정권을 쥔 사람들도 노무현 대통령이 실언 할 때 같이 흉보던 사람들이었을 것 같은데 입장이 바뀐 지금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