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06. 25.


 

사나이의 눈물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눈물은 원래 여자들의 무기(?)라고 한다. 남자들의 눈물은 연말에 연기대상을 받는 배우들에게서나 볼 수 있지 사내들의 눈물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물론 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필자 역시 눈물이 저절로 나오지만 부모님의 상(喪)을 제외하고 사나이가 남에게 눈물을 보이면 약해 보이고 추해 보여 친구들이나 주변에 별로 신통치 않게 보이기 십상이다.


청와대 대통령실장 유우익 교수가 이임식장에서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사나이가 흐느끼듯 마지막 이임식도 치르지 못하고 떠났을지 그 마음을 짐작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유행가 가사에 “언제 한번 가슴을 열고 울어볼 날이 소리 내어 울어볼 날이 남자라는 이유로 … 그 세월이 너무 미워요”라는 대목이 언뜻 떠오른다.


이 세상 남자들 어쩌면 소리 내어 울고싶을 때가 꽤 있을 것이다.


집에서 가장 노릇하랴 회사에 나가면 더러워도 가족 때문에 때려치우지 못해 다람쥐 쳇 바퀴 도는 일상이란... 그래서 노래방이 한집 건너 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남자들 어디 가서 마음 놓고 울 곳도 마땅찮아 술 한 잔 걸치고 노래방에서 눈물대신 목청껏 소리 지르고 집으로 향할런지도 모르겠다.


하물며 요즘 고위 공직자들 특히 왕의 남자들의 심적 고통은 말이 아닐 것이다. 불과 3개월 전 만해도 나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은 기세였거늘 권력을 떠나는 마음은 누려보지 못한 사람은 도통 알 수가 없을 것이다. 특히 대통령실장으로서 거의 2인자의 생활을 하던 유우익 실장이야 그 심정이 어떻겠는가.

 

그가 우는 진정한 의미는 그 자신밖에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교수 출신으로 대통령 실장을 맡았지만 쇠고기 정국을 이겨 내지 못하고 대통령을 두 번이나 사과하게 만든 것에 대한 자괴감을 자신 스스로 이기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이제 그는 눈물을 흘리며 청와대를 떠나지만 그 눈물의 여파는 상당 할 것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유우익의 눈물을 보았으며 각자가 그 눈물의 의미를 되새길 것이다.


떠나는 사람은 많은 말보다는 사나이의 눈물로서 남은 사람들에게 대통령과 나라를 잘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다. 이제 그는 야인으로 돌아갔지만 대통령은 그의 눈물을 기억할 것이다. 이제 유우익 교수는 자유로운 입장에서 가감없이 민심을 전하는 암행어사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권력이란 허무한 것이다. 이제 유우익은 작은 권력은 잃었지만 절대 권력인 자유를 가질 것이다. 그간 대통령 실장으로서 가졌던 마음고생을 눈물로 떨치고 이젠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여 국정에 반영시키는 일이 대통령 실장직보다 더욱 중요한 일임도 알게 될 것이다.


사람이 한 번 울고 나면 눈도 맑아져 더 잘 보이기도 하겠지만 아마 너무나도 가슴이 후련 할 것이다.
사나이로서 공개적으로 눈물을 흘린 멋진 남자 유우익, 자유인 유우익은 세상을 보는 눈이 남다를 것이다. 미련도, 미움도 눈물로 다 떨친 사나이 유우익! 그의 눈물이 부럽다. 필자도 언제 한번 실컷 울어 볼 날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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