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07. 02.


계륵(鷄肋)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계륵이란 말은 중국의 삼국지에 나오는 말로 위나라 조조가 유비의 촉나라를 침범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진퇴양난에 있던 중 닭 갈비를 먹다가 삼키자니 그렇고 버리자니 아까운 마음을 비유해 말한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작금의 우리 대한민국의 상황이 여러 측면에서 계륵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단독국회를 열자니 국회개원 60년을 맞이하는 해에 그 모양새가 안 좋고, 민주당은 국민의 저항이 심각한 미국산쇠고기 정국에서 등원하자니 마땅한 명분이 없고, 등원을 마냥 거부하자니 국민의 공복(公僕)으로서 놀고먹는다는 비판에 빠질 수 있으니 이야말로 계륵이 아닐 수 없다.


순수시민의 참여로 시작된 촛불문화제가 점차 시민단체와 이익단체들의 적극참여로 집회와 시위 성격으로 바뀌면서 선수들은 공권력의 약만 올리고 빠지고,

 

무고한 시민들만 폭행당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보는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까 말까를 심각히 고민 중이고,

 

권력을 쥔 쪽에서는 그들이 보기에는 불순분자인 시위대에 강경대응을 하면 시민들의 다시 거리로 뛰쳐나올까 아니면 여론이 정부쪽으로 돌아설까를 모르는 상태에서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또한 계륵을 연상하게 한다.


뭐 먹을까를 고민할 때 통닭과 생맥주는 직장인이 가장 선택하기 쉬운 품목이다.


닭 갈비 ‘계륵’이라는 것이 또한 어느 순간에도 선택이 필요한 인간사와 마찬가지로 버리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해 오물오물 입안에 오래 두다보면 세월만가고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선택은 빠를수록 좋다. 특히 정권을 쥔 쪽에서는 빠른 판단과 대응으로 수많은 순수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


계륵을 입안에 오래 물고 있으면 닭 뼈인지 소 뼈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이명박 정부의 초기 국정운영 실패로 인해 민심은 이미 떠났으며 앞으로 5년이라는 세월은 하염 없이 긴 세월이다.


얽힌 정국을 풀어갈 해법이 없으면 시민의 매질이 지칠 때까지 이유 없이 맞아주든가, 해법을 찾았다 싶으면 또 다른 시민의 편의를 막는 일은 더 이상 없도록 해야 한다.


남북한이 분단된 지 60년이 넘었고 국회가 생긴 지 벌써 60년이 되었다. 이번 시위는 목숨 거는 전쟁도 아니고 민주화를 갈망하는 정치시위도 아니다.


단지 국민의 먹거리 문제로 야기된 순수집회가 점차 시위로 확산되어 나라가 혼돈의 미궁으로 빠진 사건이다.


필자도 계륵 상태이다. 요즘은 절필(絶筆)하고픈 심정 가득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영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야가 정치를 잘해서 쓸거리가 없어 고민해야 할 텐데 할 말은 많고, 필자의 글을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되랴만 대안도 없이 마음껏 쓴소리 하자니 나라꼴이 염려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놈의 계륵 삼키든 뱉어 버리든 곧 결단을 내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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