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09. 24.
취재 아닌 취재 나가던 날
장 동 인 기자
농부는 콩을 수확하면 그 중에서 가장 좋은 콩을 골라 내년에 심기 위해 남겨놓는다. 그리고 그 콩은 추운 겨울을 창고에서 견뎌내 다음해 봄이면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자루 속에서 나온다.
농부는 그 콩을 다시 정성스럽게 대지에 심는다. 콩이 힘들게 싹을 틔우지 않도록 너무 깊지 않게 그리고 두더지나 들쥐들의 혹여 먹이감이 되지 않을까 흙으로 정당히 잘 덮어 놓는다. 그리고 싹은 껍질을 뚫고 대지를 들어 올려 광명을 맞이한다. 싹에게는 따뜻한 빛이기 보다는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는 고통스런 과정이었으리라.
누구에게나 ‘첫’이라는 것은 싹에게 햇살처럼 미래를 위한 양분이요, 에너지겠지만 반면에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처음으로 발행인의 특명을 받고 행사 취재를 나가던 날. 난 지하철에서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어떤 구도로 사진을 찍어야 할지 무엇을 물어볼지 생각해 잠겼다. 사실 잠겼다기보다는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쥐구멍 찾듯이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뾰족한 수없이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 미리 만나기로 약속했던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분주한 나머지 빠져나가는 내 정신을 잡아 주리라 기대하며 친구를 불렀다.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도착한 했을 때는 이미 사람들로 행사장은 분주했다. 황기순씨의 사랑나누기 자전거 국토대장정이 마지막으로 이곳 도봉구 창동고등학교에서 구청까지 자전거대행진을 가졌다. 나는 도착하자 친구에게 가방을 맡기고 분주히 사직을 찍으러 운동장을 누볐다. 자전거 뒷좌석에 꽂혀있는 깃발과 사람들을 오버랩에서 찍어 보기도 하고 행사가 동적인 것이라 사람들의 생기 있는 표정을 찾아 찍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례가 끝나고 행진이 시작하기 전 관계자들은 기자들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고 포즈도 취해 주었다. 좋은 사진을 찍겠다며 일렬로 정렬된 줄 사이로 뛰어다녔던 모습이 잘 빗어 놓은 머리에 삐져나온 얄미운 머리카락처럼 조금은 창피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구청장얼굴도 확인하고 가지 않아 누가 구청장인지 고민해 빠졌다. 가운데에 서있는 사람들은 다 구청장할 것처럼 생겼는데 지금은 단체로 찍으면 되겠지만 정작 자전거가 달리기 시작하면 구청장 달리는 모습을 찍어야 할 텐데. 나는 그 중 가장 중심에서 구청장일 것 같은 사람을 골라 그를 중심으로 주로 사진을 찍었다. 처음 출발할 때 한 장 빼놓으면 달리는 자전거를 이기지 못하고 뒤통수만 찍었다.
결국 그날 난 펜 한번 들어보지 못하고 사진만 찍다 왔지만 생생한 현장에서 그들과 잠시나마 일부가 된 것 같아서 마음만은 뿌듯했다.
그날 하루 스스로 점수를 주자면 100점 만점에 한 자리 숫자지만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기자로서 채워 넣는다고 생각하니 입꼬리가 올라가고 마음은 쿵쾅쿵쾅 설렘으로 가득 찼다.
어두운 곳에 있다 햇살을 받으면 눈이 부셔 정신이 없고 한 치 앞을 볼 수 없어 머릿속이 까만 것이 우리의 미래같다. 그러나 매순간 열심히 살다보면 그 빛은 미래를 위한 거름과 등불이 돼 주리라. 난 그렇게 믿고 오늘도 열심히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