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10. 02.
돌고 도는 세상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세상일이란 참 알 수가 없다.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미국이 공황상태로 휘청거릴 줄 누구 알았겠는가.
남의 나라 대통령 알기를 마치 자기 동생이나 부하인양 어깨나 툭툭치며 위세를 떨치던 부시 대통령이 말년에 금융위기를 맞아 연방하원에 제출한 구제금융안이 자기 소속당 공화당의원들이 앞서서 반대해 부결될 줄 또 누가 알았겠는가.
한때 모라토리움(국가부도사태) 선언까지 하며 몰락하던 러시아가 푸틴이라는 강력한 지도자의 출현으로 다시 세계에 우뚝 서는가 싶더니 다시 강국으로 부활돼 채권국이던 대한민국 대통령을 50분이나 기다리게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한때 돈좀있다고 떵떵거리고 잘나가던 사람들이 탈세나 부정으로 회사가 망해 사라지고, 권력 좀 있다고 으스대던 사람들도 권력이 끝나면 줄줄이 검찰에 불려 나가거나 쉬쉬하며 죽어지내는 모양을 볼라치면 돈과 권력 역시 영원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 세상은 바뀌는 것이다. 아무리 힘센 자도 세월가면 약해지며 부자가 삼대가기 어렵고, 절대강국인 로마가 망했듯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도 재편되기 마련이며 국내사정도 어느 한 정파가 권력을 오래가지지 못함은 최근의 역사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되는 우주섭리는 태양이라는 별에 의해 좌우되지만 인간사를 움직이는 음지와 양지는 본인의 노력여하에 달려있다.
주변의 선후배들을 볼라치면 한 우물을 꾸준히 판 사람은 나름대로 국회의원도 되고 기업도 꽤 성장해서 보기 좋은 모습을 보이지만, 이것도 조금해보고 저것도 조금 해보면서 금방 포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
음지도 아니고 양지도 아닌 중간이 중산층이라면 중산층으로만 살아도 성공한 인생이 아닌가 싶다.
특별히 잘난 것도 없고, 가진 것도 많지는 않지만 집안 곳간 걱정 없고 아들딸 잘 길러 공부시키고 노후가 걱정 없다면, 한순간의 벼슬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빚내서 크게 사업하면서 불안에 떠는 삶이 부러울 것 없다면 음지나 양지가 아닌 중산층으로 사는 것도 성공한 삶이다.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남의 행복을 부러워하지 말며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게 살아가면서 음지도 양지도 아닌 중간자적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귀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야 건강한 나라다.
우리대한민국도 아직까지는 음지도 양지도 아닌 중간에 있어야 한다. 이제 건국 60주년인 조그만 나라가 200년이 넘는 민주국가 흉내 내거나 유럽의 복지국가를 흉내 내다가는 중간도 못하고 세계의 비웃음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은 다수의 중산층이며 그 힘이 음지와 양지도 만들 수 있음을 爲政者(위정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곧 겨울이다. 겨울은 음지고 봄은 양지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 것 으로 보인다.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분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분들, 이번 겨울 잘 넘겨야 할텐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