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12. 10.


대통령의 형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한나라의 대통령 하기란 좀체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천운도 타고 나야겠지만 당내 경선부터 온갖 폭로전이 난무하는 거친 선거전까지 이겨내야만 대통령이 될 수 있으니 대통령은 정말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좋긴 하겠지만 어찌 보면 외로운 자리다. 특히 대통령의 가족들은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하고, 주변에 도움 받으려는 사람들이 북적거려 사람들을 가려서 만나야 되고 극도로 말조심 하며 살아야 하는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가족을 보면 전두환 前(전)대통령 시절엔 동생문제로 시끄러웠고, 김영삼과 김대중 정부 때는 아들문제로 와글와글 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萬事兄通(만사형통)이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노무현 정권 초에 시골에 사는 형이라는 분을 찾아가 줄 대다가 혼난 분들이 있었으나 노대통령의 진노로 조용해졌나 싶더니, 정권이 바뀌고 나니 그 형이라는 분이 구속되는 일이 벌어져 어안이 벙벙한 것이 사실이며 노 前(전)대통령이 뭐라고 해명할 지도 궁금하다.


전임 대통령들이 동생이나 아들문제로 수난을 당하는 것을 보고, 나는 대통령이 되면 절대 가족문제로 시끄럽게 하지 않겠다고 골백번을 다짐하고 비서실에 가족들의 동태를 철저히 살피라고 하겠지만 어느 틈엔가 사고가 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대통령 주변 가족들을 어디 조용한 섬에다 모여 살게 할 수도 없고 사기꾼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에 대통령이나 그 가족들은 처신하기가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대통령을 무연고 자를 뽑을 수도 없고 가족을 포함한 주변의 협조만 바라야 하는 대통령이란 직은 가족문제만 터지면 정말 좌불안석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예외는 아닌 듯싶다. 만사형통이란 말을 대놓고 긁어대는 언론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이대통령의 형인 이상득의원은 사실 억울한 측면도 있다.


6선이면 국회의장도 하고 총리도 할 수 있을 텐데 동생하나 잘 둔 죄(?)로 중요 직책하나  못 차지하고 툭하면 여기저기서 들이 받치니 정치 집어치우고 싶은 심정 한 두 번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가재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하도 여러 정권에서 가족문제로 시끄러운 것을 본 우리 국민 역시 대통령 형을 이용하고 흔들어대는 재미에 빠진 일부 정치인이나 언론 때문에 놀란 가슴 쓸어내린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상득의원은 단지 대통령의 형이라는 죄로 언론의 지나친 관심과 야당의 주시를 받고 별것도 아닌 일에 큰일이나 난 것처럼 떠들어대는 세상인심이 싫고 밉겠지만, 집안의 형으로써 동생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하고, 특히 어려운 나라형편에 뭐 하나 즐거운 일이 없는 백성들이 그나마 놀라지나 않고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조신해야 할 것 같다.


전직대통령의 형이 구속되고 현직대통령의 형이 입방아에 오르내려서는 노前(전)대통령의 말대로 대통령직 해먹기 힘들다.


대통령은 令(영)이 서야 한다. 특히 내년은 우리나라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라는데 대통령이 리더십 발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형과 동생, 정말 뗄 레야 뗄 수 없는 피를 나눈 사이다. 요즘 어느 연속극(에덴의 동쪽)을 보면 동생을 위해 헌신적으로 희생하는 형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대통령의 형은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있는 듯 없는 듯 보이지 않게, 세상 돌아가는 얘기 즉 민심을 가감 없이 동생에게 전해서 동생도 잘되고 나라도 잘되게 하는 역할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필자만의 생각일까?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