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8. 12. 24.


사  자  성  어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신문에 칼럼을 쓰는 사람들과 대학교의 교수협의회 회장 등 180여명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호질기의(護疾忌醫)를 선정했다고 한다.


호질기의는 중국 북송시대 유학자 주돈이가 <통서>에서 “사람들은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바로잡아 주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 뜻이다.


이는 마치 病(병)을 숨기고 병원을 기피해 자신의 몸을 망치면서도 이를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이 시대를 선도하는 분들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인 만큼 정치지도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겠지만 요즘 같으면 기업하는 분들이나 일반서민들도 한번쯤은 되새겨 볼 좋은 말인듯 싶다.


우리는 사실 마음속의 병(고민)을 비롯해 어쩌면 많은 病(병)을 가지고 살면서도 혹시 무슨 병이라도 있어 입원하라고 할까 두려워 병원에 가기를 꺼리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고, 기업을 경영해봤자 망할 것을 뻔히 알고 있고 이제 그만 접으라는 주변의 충고도 고맙지만 빚을 내가며 어쩔 수없이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에 여론 주도층이 호질기의라는 말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한 것은 아마 이명박 대통령에게 하는 말인 듯싶다.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 주변참모의 조언이나 주요신문에 칼럼을 쓰는 사람, 혹은 대학의 유명 교수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지 않는데서 청와대에 간접적으로 자신들의 뜻을 전하려 했을 수도 있다.


호질기의라는 사자성어 다음으로 토붕와해(사물이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상태)가 2위를 차지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미래를 예측하고 바른말 하시는 훌륭한 분들이 토붕와해를 1위로 선정하지 않은 것은 이 대통령이 조금만 바뀌면 나아질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남의 말을 너무 믿고 따라가는 것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고, 자기 판단만 밑고 밀어붙이면 호질기의라고 주변에서 투덜대니 참 요즘 같으면 정치해먹기 더러운(?) 세상이다.


그렇다고 나라를 이끌어 가야하는 중요직책을 내팽개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금까지의 자기 스타일이 있는데 갑자기 바꾸자니 자존심 상하고, 그야말로 五里霧中(오리무중)임엔 틀림없다.


그나마 안개가 걷히려면 날씨가 맑아져 해가 떠야 할 텐데 날씨마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다.

국회라는 곳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천둥번개까지 얹어주고 있는 형상이고, 세계경제의 회복기미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으니 그야말로  雪上加霜(설상가상)이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지 이제 곧 1년이다.


아직도 갈 길은 멀고 가면 갈수록 좋은 말보다 듣기 싫은 말을 많이 듣게 될 것이다. 들리는 말로는 대통령이 참모의 말을 잘 안 듣는다고 하던데, 이번 석학들과 그래도 말께나 하는 칼럼니스트들이 선정한 호질기의라는 사자성어 만큼은 가슴속에 꼭 새겨야 할 것 같다.


기업하는 분들이나 필자같은 어리석은 사람 역시 골백번 새겨야 할 말이기도 하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더 큰 병을 예방하고, 기업이 사면초가로 어려우면 주변과 상의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하물며 거대한 대한민국 號(호)를 이끄는 대통령이야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폭풍우에 배가 흔들리면 선장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선원들은 제 살 궁리부터 하기 마련이다.

선원이 흔들리면 손님들이 우왕좌왕 하게 되고 배가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손님들을 살리는 일은 전적으로 선장의 몫이다.


선원들이 선장과 목숨을 같이 하겠다는 신념을 주는 첫째는 선장이 선원들의 말을 참고하고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지금 호질기의다. 망망대해의 긴 여행을 순조롭게 마치려면 서로 상의 하는 일이다. 지금이 딱 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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