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1. 14.
국회의원의 外遊(외유)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난장판 국회로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이번엔 회기 중 外遊(외유)논란에 휩싸였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판사판으로 으르렁대던 여·야 원내대표단이 미국을 같이 방문한다고 했다가 여론의 질타로 포기했고, 어깨동무하고 모 방송국 쇼에 출연해 함께 노래부르며 우리가 언제 싸웠던 사이냐고 헤헤 거리던 의원들이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터진 일이라 더욱 어처구니 없다.
이번에 태국을 방문해 문제를 야기시킨 국회의원들은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국회가 장기간 공전해 가족과의 사적인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하던 차에 여야의 대치국면이 끝나고 마침 금요일이라 주말여행으로 그것도 자비로 상대적으로 가까운 태국에서 그간의 지친심신을 달래고 일행의 생일잔치도 나름대로 조촐히(?) 치뤘는데 고국에서 난리가 났으니 사실 그들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것일 수도 있다.
참 딱한 일이다. 이번 외유사건에 휘말린 의원들은 그래도 상당히(?) 점잖은 50대의 재선 이상의 국회의원들이고 나름대로 미래의 지도자를 꿈꾸는 국회의원일진데 잠깐의 판단착오로 일이 커졌으니 하는 말이다.
국회의원 정도 하려면 운도 따라야 한다. 따라서 이번 일을 단지 재수가 없어서 터진 일이라고 변명하고 스스로 위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정말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적어도 국회의원이라면 얼굴이 다 알려져 어딜가든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미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타임지에 한국국회의원들의 눈부신 활약상이 대서특필돼 있는 판국에 보란 듯이 여럿이 뭉쳐다니며 “우리 열심히 일하고 휴가왔습니다”라고 자랑하듯 다닐 정도의 생각밖에 없다면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스스로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들 대부분 폭력의원도 아니고 나름대로 성실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자타가 공인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판단력이다. 국회의원도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도 있을 수 있다고 강변 할지 모르지만 시국이 돌아가는 것도 판단 못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차라리 국회직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국회의원들의 고충도 이해한다. 다음 공천이 있기 때문에 온갖 욕을 먹어가며 때로는 당명을 쫓아야 하고, 가족이 있기 때문에 틈나는대로 가족도 챙겨야 하는 고충도 있다.
언론이나 윗선도 그 정도는 알고 우리 국민도 국회의원들이 쇼하면서 국민적관심사를 국회로 돌려 다른 사건을 슬쩍 넘기려는 정치꼼수도 어느 정도 간파한다.
국회의원 한사람한사람 뜯어보면 다 훌륭하지만 한국적 정치상황이 큰 인물되기가 힘든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판단력이 흐린 것은 곤란하다.
알고 매맞는 것하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매를 맞거나, 내가 하는 행동이 사회적으로 무슨 파장이 올 것도 예상 못한다면 차라리 시키는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의원이 낳을 성 싶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헌법기관이며 지역에 가면 대장급 지도자다. 대장은 믿고 따르는 부하가 많다.
부하들은 좋을 때이건 나쁠 때이건 대장의 판단력을 믿는다. 그래서 대장은 아무나 못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판단력이 흐린 국회의원들 혹시 우리 동네 출신이 아닌가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잘못 따라 다니면 같은 부류의 사람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