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1. 21.
어른을 안 키우는 사회
김 세 현
발행인/행정학박사
어느 사회든 어른이 있고 아이들이 있다.
어른이 어른답게 행동하고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사회에서는 아이들에게 별도로 어른을 공경하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이 어른을 보고 자라기 때문에 그 사회는 잘 돌아가는 사회가 된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자라기 때문에 아이들만 봐도 그 집안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사회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다.
물론 핵가족시대가 급격히 몰려오고, 공부만 잘하면 된다며 아이들을 버르장머리 없이 키운 어른들의 잘못이 조금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사회가 발전하고 나라가 융성하려면 선배는 후배를 이끌고 후배는 선배를 존경하며 끌고 당겨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 큰 어른이 안 보인다.
정치권이나 종교계, 그리고 교육계와 언론계, 문화계, 사방을 둘러봐도 국민적 존경을 받는 분이 정말 손꼽을 정도다.
나라에 어른은 없어지고 무슨 국민가수니, 국민MC니, 국민여동생, 국민남동생만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나라가 시끄러운 일이 생겨도 찾아가 의논하거나 중재할 큰 어른 한분 없는 나라로 전락했으니 표현은 우습지만 어른을 안 키워도 너무 안 키운 나라가 돼버렸다.
물론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든 원인에는 선거가 크게 한몫했다. 아무리 민주주의가 좋다지만 종교계 어른을 선거로 뽑고, 대학 총장을 선거로 뽑으면서 불신과 증오를 불러 일으켰다.
심지어 대학동창회도 선거로 뽑고 이러다가 종친회장도 선거하자고 하고 집안의 가장도 선거하자고 할까 두렵다.
국회만 보더라도 그렇다. 전에는 국회가 그래도 나이를 떠나 選數(선수)에 의해 선후배가 정해지고, 소속정당을 떠나 선배들이 말하면 그래도 듣는 척이라도 하는 시늉을 하고 자리도 양보할 줄도 알았는데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져 보인다.
국회의원 선수가 몇선이냐는 국회의장단 선출할 때나 써먹고, 막강하던 정당대표의 위상이나 원내대표의 권위도 상당부분 약해져 있다.
각 분야에서 조금 성공했다하면 국회의원으로 차출해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고, 대통령선거라도 할라치면 이미 사회 각계각층을 네편내편으로 갈라놓아 큰 어른 되기 전에 이미 싹을 잘라놓다보니 나라에 어른이 없는 것이다.
이제 조금은 자중하자. 천하의 미국도 변화를 외치는데 우리도 좀 변해야 한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에 각계각층의 원로나 유망주들을 불러들이지 말고 조용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소위 잘나가는 전문가들은 각계의 유망주들이 국회나 정치권에 나가 성공한 例(예)가 몇 명 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정치권 인사들은 좋은 선배들 그냥 좀 나뒀다가 나중에 큰 인물 된 후 어려울 때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는 기다림도 배워야 한다.
지금의 각계의 지도자들, 특히 정치지도자들,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라. 그리고 본인이 나이 들었을 때를 상상해보라.
지금 내가 어른인지 아닌지, 나이 들어 은퇴한 후에 사회가 과연 나를 존경하고 어른 대접해주겠는지를.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는 어른이 된다는 것, 생각할수록 괜찮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