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4. 16.
臨 時 政 府 (임시정부)
김 세 현
행정학박사/호원대겸임교수
1919년 4월 13일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중국 땅 상해에 세워진 날이다. 일본에 나라를 내준지 9년 만에 중국 땅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정부를 임시로 세운 것이다.
우리 땅도 아닌 남의 땅에서 이념은 다르지만 민족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이 섞여 오직 우리민족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일제에 저항했으며, 숭고한 뜻 덕분에 나라가 독립됐고, 해방 후에도 그 이름 그대로 대한민국이라는 國號(국호)가 쓰이고 있음은 임시정부의 정신을 잊지 말자는 뜻일 것이다.
임시정부가 세워진지 90년이 지난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진정한 세계 10위권의 강대국인지, 모든 면에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의심이 가는 것은 왜 일까?
90년 전 임시정부에서는 좌익과 우익이 함께 손을 잡고 오직 민족의 독립이라는 한 가지 목표로 힘을 합했다.
그러다 해방 후에 좌우익의 갈등과 미국과 소련의 개입으로 남북이 분단되고 6.25동란을 겪은 후 오늘날까지 진보와 보수로 단어만 바뀌었을 뿐 좌우익 이념 대결구도는 여전하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본인의 사상이나 이념보다는 정당으로 좌우익을 가르는 것이다.
임시정부 시절이나 해방 이후의 정치인들은 그 색깔이 분명해서 스스로 좌우익을 천명했기 때문에 정당만 봐도 구분이 쉬웠지만 요즘 정치인들은 진보주의자가 한나라당에 가면 보수주의자가 되고, 누가 봐도 보수주의자 같은데 민주당이나 민노당에 가면 진보주의자로 인정해 버리니 도대체 정치인들의 眞面目(진면목)을 알 수가 없는 판이 돼 버렸다.
90년이 지난 현재의 정부가 임시정부 보다 나은 점은 무엇일까?
우리 정부의 진정한 목표는 있긴 있는 걸까? 만약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이 90년 전이라면 임시정부에 들어가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했을까? 좌익(진보)과 우익(보수)의 뜻이나 알고 정치하는 것일까?
아니면 국회의원 뱃지나 한번 달아보려고 기웃거리다 자기도 모르게 진보가 되고 보수도 되는 것은 아닐까? 왜 우리 국민은 사람 됨됨이 보다는 정당만 보고 투표할까?
왜 공직자들은 능력보다는 줄서기로 출세가 좌우되며 돈의 노예가 될까?
등등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90주년을 맞으면서 현재의 우리가 진정으로 생각해볼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며, 90년 전 임시정부의 정신을 法統(법통)으로 삼는다는 나라라고는 믿기지 않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으니 선열들이 흘린 피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할 후손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임시정부 수립 90년이 지난 지금도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임시정부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말한다.
물론 임시정부의 정신이 무엇이었고 현재 나라의 상태는 어떤지에 대한 상황인식은 국민 몫이다.
옛날 말에 사람은 한결같아야 한다고 했는데, 임시정부요인들처럼 좌익과 우익을 논하지 않고 한결같이 목숨 걸고 나라사랑하는 정신은 못 배울망정, 전임자들의 불행을 뻔히 보면서도 한결같이 부정부패를 일삼는 일이나 답습하는 꼴이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90년 전 오직 한 가지 목표! 독립을 위해 임시정부를 만들고 뜻을 한 곳으로 모았듯이 오직 경제회복을 위해 몸 바치는 임시정치인 집합소라도 만들던가 해야지, 아무리 세월이 흘렀기로 서니 정치인의 나라사랑이 90년 전과 지금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독립운동을 하던 정치를 하던 다 사람이 하는 일일 텐데, 독립운동하던 시절에 비해 뛰어난 정치 지도자가 없어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