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4. 22.


성북구  영어교육  거점학교를  가다

 

  서울안암초등학교의 영어교육센터


    ‘자이언트 잉글리쉬 안암센터’

 


◆서울안암초등학교 이휴성 교장.

 

 

 

 

 

 

 

◆자이언트 잉글리쉬 안암센터 개관식    ◆자이언트 잉글리쉬 안암센터의 수업 모습.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공교육 강화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영어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교과부는 초·중등학교에 ‘영어전용교실’ 설치를 늘려가고 있다.

 

 

영어 공교육 강화를 핵심 목표로 삼고 있는 이 정책을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교육격차를 해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교과부가 2008년 9월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1년까지 전국 모든 초·중등학교에 영어전용교실이 설치될 예정이다.

 

 

작년 한 해 이 사업에 지원된 예산이 초등학교 1,723억 원, 중고등학교 1,168억 원이었다.

 

 

정규 영어교육도 더 강화할 방침인데 현재 초등학교에서 실행되고 있는 주당 1~2시간의 정규 영어수업도 내년부터는 1시간씩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앞서 교과부는 작년부터 영어교육 거점학교와 단위학교를 선정하여 지원해 왔는데 영어교육 거점학교란 각 행정구청별로 1~2개의 거점학교를 선정해 영어교육센터를 설치하고 인근학교의 학생들까지를 수용할 수 있는 학교를 말한다.

 

 

 단위학교는 학교의 여유교실 1~2실을 영어전용교실로 리모델링해 해당학교 학생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유형의 학교이다. 원어민 강사가 참여하는 영어수업 등 다양한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영어교육센터를 중심으로 한 거점학교는 현행대로 지원, 유지하고 영어전용교실을 갖춘 단위학교는 점차 확대하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설치되고 있는 영어교육센터의 운영현황을 듣기 위해 본지는 성북구 관내에서 선정된 영어거점학교 중 한 곳인 서울안암초등학교를 찾아 이휴성 교장을 인터뷰했다.

 

 

서울안암초등학교 영어교육센터의 정식 명칭은 ‘자이언트 잉글리쉬 안암센터 Giant English Anam Center(이하 센터)’로 7월이면 개관 1주년이 된다.

 

 

성북구 관내에서 서울안암초등학교 외에 선정된 또 다른 학교는 석관초등학교(교장 김영철)다. 작년에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되었으니 영어교육센터에 대한 학교들의 관심도를 짐작할 수 있다.

 

서울안암초등학교는 1960년에 개교해 2009년 2월 47회 졸업식까지 총 12,85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성북구 내에서도 유서 깊은 학교다. 현재 24개 학급, 643명 재적학생과 총 46명의 교직원이 재직하고 있다.

 

 

이휴성(53세) 현 교장은 서울특별시 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교과부 연구관을 역임했으며 서울안암초교 17대 교장으로 작년에 부임했다. 비가 내려 운동장마저 한적한 지난 수요일(15일) 오후에 이휴성교장을 방문해 ‘센터’ 운영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 ‘센터’의 운영 현황에 대해 소개해주십시오.

 

“작년 7월 9일에 개관식을 가졌습니다. 성북구청에서 2억 7천 만원을 지원해 교실 리모델링과 필요한 기자재 구입, 필요 인력 등을 수급할 수 있었습니다. 매년 1억 5천 만원이 지원될 예정입니다.

 

 

인력 구성은 영어전담교사인 원어민 강사 2명과 한국인 강사 2명 그리고 행정요원 1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어민 강사에게는 주거비 보조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강을 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는 현재 모두 280명 정도 됩니다. 우리 안암초교생과 타교학생 비율은 거의 반반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시설이나 장비 면으로 보자면, 기존 교사의 3개실을 개조하여 도서실(Library), 교무실(Teachers Room), 과학수학교실(Science), 예술실(Art), 문화실(Culture)을 만들었고요,

 

 

각 교실에는 첨단 장비와 기기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컴퓨터는 기본이고 여기에 각 교실마다 전자칠판 등을 설치,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입체적 영어수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갖췄습니다.

 

 

수업은 각 교실 특성에 맞춰진 환경에서 분야에 맞는 영어를 학습함으로써 의사소통은 물론이고 과학수학교실이면 과학수학 관련 영어교육을, 예술교실이면 예술과 관련된 영어교육을 하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본 커리큘럼 외에도 요구에 따라 어린이 영자신문반 이라든지 동화반, 드라마·영화반, 펠트(PELT한국외국어평가원인증 실용영어시험)반, 회화반 등의 강좌들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레벨 테스트와 성취도를 수시로 측정하여 수준별로 반을 재편성하기도 합니다. 학부모 회화반도 있어서 학부모들도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 인근학교 학생들까지 수강할 수 있다면 대단히 많은 학생들이 지원할 것 같은데요,

학생 선정 방식은 어떻습니까?

 

“우리 학교가 거점학교이다 보니, 우리 학교 학생들은 물론 인근 학교 학생들까지 지원을 받습니다.

 

 

지원자는 많아서 추첨을 통해 선발했습니다.

 

여전히 대기자가 많습니다만, 자리 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수업료는 어느 정도입니까?

 

“특성에 따라 그리고 수준별, 내용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보통 수업은 3만원이지만, 영재반 같은 경우 10만원, 또 1만원씩 받는 수업도 있습니다.”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방안은 있습니까?

 

“신청하면서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됩니다.

 

 

전체 학생의 약 20% 정도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 무엇보다 교육의 질이 우선일 듯 한데요,

강사 및 교육 프로그램, 교재 등은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까?

 

“‘센터’를 시작할 때는 외부 업체로부터 원어민 강사를 소개 받아 채용했습니다.

 

 

영어권 국적의 남녀 선생님들 입니다.

 

이 분들의 계약이 만료되면 외부 영어전문 연구소에 위탁할 예정입니다.

 

 현재 해외 귀국자녀 영재반은 연구소에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센터’를 만든 취지가 공교육의 안전한 교육 환경에 사교육의 전문성 있는 학습시스템을 접목시킨 우수한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사교육으로 가는 수요를 공교육으로 이끄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학원이나 연구소 등은 학교보다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 그리고 원어민 강사 풀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들과 협력하여 다양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거나 벤치마킹 할 예정입니다.

 

 

‘센터’뿐 아니라 앞으로는 방과 후 학교의 프로그램들도 위탁 교육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수월성 교육에 있어서도 영어 외에 수학과 과학, 그리고 컴퓨터 교육까지 넓혀 교과별, 수준별로 다양한 커리큘럼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 해외 귀국자녀 영재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영재반은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가 귀국한 학생들을 위한 반입니다.

 

 

이미 몇 개 학교에 해외 귀국자 자녀를 대상으로 전 과목을 교육하는 클래스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 학교의 영재반은 영어만을 중점으로 합니다.

 

 

귀국 후에도 지속적으로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4~6학년 학생들 중 ‘센터’의 우수한 학생과 귀국한 학생을 대상으로 각 레벨 테스트를 통해 두 반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것만이 아니라 두 부류 학생들이 서로 대화하고 함께 배우는 분위기를 만들어 줌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어머니와 함께 하는 영어반’도 개설할 예정입니다.

 

 

 특히 저학년의 경우도 대기자가 밀려 있을 정도로 신청자가 많은데 이들 저학년에게는 학부모의 학습지도가 중요한 편입니다.

 

 

단순히 학부모들이 참관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교육받음으로써 자녀들의 학습지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 생각입니다.”

 

 

 

- 관할청인 성북구청과 성북교육청으로부터의 지원이나 행정 관여 정도는 어떻습니까?

 

“성북구청으로부터는 초기 시설 설치비를 비롯해 인건비 등을, 성북교육청에서는 학습프로그램과 원어민 강사 채용 등 운영 전반을 지원받으며 서로 협력해왔습니다.

 

 

지금은 각 학교의 사정과 특색에 맞는 교육을 학교 자율에 따라 운영하고 있습니다.

 

 

즉 자율적인 강사 구성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집행하고 예산 지원에 따른 현황 및 결산 등을 보고하면 됩니다.”

 

 

 

- 서울안암초교가 영어교육의 거점학교로 선정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듯 한데요. 

 

“우리 학교는 2008년부터 서울시교육청 영어선도학교로 지정되어 영어 공교육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공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가능한 많은 학습기회를 줘야 해요.

 

 

우리 학교는 정규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도 3학년부터 6학년까지 1주일에 2시간씩, 2명의 원어민 강사가 수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정규 수업 외에 공교육 강화 차원에서 활성화된 것이 방과 후 학교 입니다. 방과 후 학교에는 영어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학습활동과 특기수업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12시 50분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1시간 또는 2시간 간격으로 요일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어서 학생들은  희망에 따라 여러 개의 강좌를 수강할 수 있습니다.

 

 

수업료는 3만원에서 5만원 정도 선에서 책정되어 있는데 학원비용 보다는 훨씬 적은 비용으로 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지요. 

 

‘센터’외에 ‘원어민영어교실’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10만원 정도로 약 70명 정도가 수업을 받고 있는데 ‘센터’ 설치 후에도 수요가 있어 지금도 지속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렇듯 우리 학교에서는 사교육비의 부담을 줄이고 학교에서 학생들의 수요에 맞춰 다양한 학습과 취미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왔습니다.

 

 

‘센터’ 및 거점학교로 선정된 것도 이런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영어 교사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되나요?

 

“영어교사직무연수 기초과정이 연 2회 개설되어 있습니다.

 

 

주 3일 2시간씩 70시간을 하게 되는데 ‘센터’를 중심으로 성북구 관내 인근학교 교사들까지 참여합니다.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 성북구와 강북구 관내에서는 모두 4곳의 초등학교가 ‘센터’ 거점학교로 선정되었습니다. 성북구에서는 서울안암초교와 석관초교가, 강북구에서는 송중초교(교장 윤대규)와 삼양초교(교장 김태수)가 해당 학교들인데요, 선정된 후 각 학교들과의 교류, 협력이 있는지요?

 

“ 학교간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과 관련한 제반 사안들에 대해 주기적으로 만나 논의하고 조언도 주고받는 편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센터’를 둘러봤다.

  

센터를 알리는 전광판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신발장에 자그마한 신발들이 들어차 있었다.

 

복도 왼편 창 쪽으로는 세계 각국의 도시들과 명소들이 새겨진 블라인드가 가득 걸려 있고 도서실에는 자녀와 함께 온 학부모들이 조용히 책을 열람하며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각 교실 마다 약 10여 명의 학생들이 강사들과 함께 테마에 따른 학습을 진행하고 있었다.

 

 

교실에 설치되어 있는 전자칠판이나 멀티학습이 가능한 각종 기자재들, 빔프로젝터, PC 등이 활용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바쁘고 비 오는 운동장은 고즈넉했다. 

 

초등학교의 영어센터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은 각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수학과학, 문화, 예술 등으로 활용 분야를 넓히고 세분화해서 각 분야와 연관된 내용을 수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분명 과거 영어학습과는 차원이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영어센터가 지향하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기본 인프라를 갖춘 학교는 드문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 보다 앞서 프로그램 및 교재를 개발해왔고 교육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원어민 강사의 풀을 보유하고 있는 학원 또는 대학교, 연구소 등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이제는 공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가 그 동안 사교육의 축이었던 학원의 축적된 교육 경험을 벤치마킹하거나 아예 위탁하는 형식으로 결합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영어 교육에 있어 공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교육격차를 해소하려는 정책의 흐름은 학교와 유관기관과의 상호 협력, 그리고 영어 몰입교육으로 모아지고 있는 듯 하다. 21세기 초반 대한민국 교육의 한 경향이 조용히 그러나 맹렬히 진행 중이다.

 

박향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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