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5. 05.
똑바로 해 이것들아!
김 세 현
행정학박사/호원대겸임교수
똑바로 해 이것들아! 난 너희들만 할 때 그렇게 안했어! TV에 출연해 이상한 분장을 하고 나와 후배들에게 소리 지르고 선배에게 아부하는 어느 개그우먼이 유행시키고 있는 말이다.
똑바로 해 이것들아! 참 아무리 들어도 공감이 가는 말이다. 시청자들은 이 개그우먼의 말을 그냥 웃어넘길지 모르지만 이 사회가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가를 개그우먼의 우스갯소리를 들으며 어쩌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경제가 어려워져서인지, 서구식 개인주의가 너무 일찍 자리 잡은 것인지, 정치지도자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지도자들이 줄줄이 사법 처리되는 것을 보고 누구하나 믿고 따를 만한 사람이 없어서 인지모르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법을 우습게 아는 풍토가 만연돼 있으며 선배나 어른알기는 동네 X개 수준이며, 자기이익을 위해서는 의리도 신념도 팽개치고 앞뒤 안 가리고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는 사회로 급속히 변모 중이다.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선생님들은 화장실도 안가는 천사 같은 분으로 알고 살았다. 세월이 흐르면 세상이야 바뀐다고 하겠지만 어쩌다 선생님들이 노동자라고 주장하며 노동조합을 만들게 됐고, 어쩌면 자기가 학교 다닐 때 선생님으로 모셨던 분일지도 모르는 교장선생님을 존경은커녕 같은 선생끼리 왜 그러냐는 식이면 이미 나라가 곤란한 지경을 넘어선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선배는 후배들의 인생목표가 아니라 넘고 가야할 적이 되었고, 사업파트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식의 사고를 가진 사업가들 역시 부지기수다.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뇌물로 혹은 부정한 방법으로 富(부)를 축적하다 구속되더라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른다. 나만 재수 없이 걸렸다는 생각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정치인들에게 욕을 퍼부을지라도 그래도 한편으로는 그 사람들을 믿고 산다. 혹시나 해서다. 그러나 혹시는 여지없이 역시가 되고 만다.
물론 딱히 누가 잘못해서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라경제가 어렵고 미래도 불투명하고, 나만 법을 지키며 살면 나한테 돌아오는 것이 없어서인지, 너나 나나 기초질서건 법이건, 누가보건 안보건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죄의식은 없어지게 되고, 세월이 흘러 자기행동이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생각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은 아닌가 싶다.
똑바로 해 이것들아! 똑바로 해야할 대상이 누군지 정확히 판단하긴 힘들겠지만 똑바로 할 사람들은 아무래도 조금 더 배우고, 공직에 있거나, 교직에 있거나, 종교계, 나아가 정치인들일 것 같다. 특히 나라를 이끌거나 지방정부 혹은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방자치 의원들이 ‘똑바로 해 이것들아!’ 에 앞장서야 하지 않을 까 싶다.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불과 일 년 만에 검찰에 소환되고, 현 정권은 친이니 친박이니 계파 싸움이나 일삼고, 제1야당은 전직대통령후보라는 사람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있으니 이것이 과연 정치지도자로서 똑바로 하는 일인지 한번 당사자들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은데 알만한 사람들이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무슨 사연이야 있겠지만 보는 국민만 죽을 맛이다.
그 사람들도 다 살기위한 몸부림이겠지만 이들을 지도자로 믿고 따르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 민초들은 그저 개그프로나 보며 웃어대는 바보가 돼야 하고 나라의 미래는 암울해보이니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그래서 우울증환자가 많아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