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6. 04.
家長(가장) 이야기
김 세 현
행정학박사/호원대겸임교수
사람은 둘만 모여도 리더가 있다. 집에 가면 가장이 있고, 조그만 모임을 만들어도 회장을 뽑고, 직장에 가면 어김없이 상사가 있다.
하여튼 사람이라면 모이는 것을 좋아하고 하다못해 점심 한 그릇을 먹더라도 리드하는 사람의 입맛에 따른다.
리드하는 사람이 하자고 하는 대로 따르면 별 손해도 없고, 딱히 갈만한 곳도 없고 혹시 내가 가자고 해서 가면 평소 리드하던 사람이 맛이 있느니, 불친절 하느니 할까봐 눈치도 봐야하기 때문에 말없이 밥 한 끼 때우는 것이 우리네 일상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싫든 좋든 대한민국이라는 조직의 일원이다. 따라서 우리 조직의 수장은 물어보나 마나 대통령이며 우리 국민은 그저 그가 가는대로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물론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당 및 시민단체나 국민들도 있지만 큰 틀인 국가조직에서 정한 회비(세금)를 내야하고 우리모임이 잘되기 위해서는 다수가 정하는 룰(법)에 따라야 하니 여든 야든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의 리더가 대통령이라는 것을 부인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반 모임이나 조직은 회장이 싫으면 얼마든지 탈퇴 할 수 있다. 회장이 부정한 짓을 하면 따지기도 하고 여럿이 힘을 모으면 언제든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가정은 다르다. 가장인 아버지가 마음에 안 든다고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으며 탈퇴하려면 호적을 파가야 하는데 이 또한 그리 쉽지도 않고 실행하기 힘든 일이다.
가장이 맘에 안 들고 미움이 가득해 집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꼬박꼬박 집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네 삶인 것이다.
조금은 다르지만 국가와 국민도 그렇다. 국민이면 국가가 정한 세금 꼬박꼬박 내야하며 싫든 좋든 우리의 리더가 대통령임을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 개인이 좋아서 따르기 보다는 그가 우리 가정의 가장인 아버지처럼 진정으로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를 바른길로 인도하는 것으로 알기 때문에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고 묵묵히 따르는 것이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그런 자리다. 대통령은 한 가정의 리더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전 국민의 가장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현직 대통령이나 전직 대통령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겠지만 전직 대통령들이 각자가 훌륭한 업적이 있음에도 자기스스로의 욕심이나 자기 가정을 간수하지 못해 각종비리에 연루돼 국민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있으니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는 몰라도 한 국가의 가장으로서는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실정이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심상치 않다. 북한의 도발보다 더 무서운 무엇인가가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오싹한 느낌이다.
대통령은 임기가 4년이나 남았는데 곳곳에 암초가 보인다.
대통령이 국민에 대한 진정한 사랑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대통령을 가장으로 인정하지 않아 보인다. 마치 그냥 집을 뛰쳐나가 방황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국가와 정부는 분명히 다르다. 그가 잘되길 바라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잘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리가정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이 리더십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을 가장으로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국가가 잘되기 위해서는 가장이 미워도 집에 꼬박꼬박 들어가듯 당분간이라도 대통령의 리더십 회복을 위해 더이상 미워해서는 안 될 지경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자신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심각히 고민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