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6. 10.
시 국 선 언
김 세 현
행정학박사/호원대겸임교수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이 참 이상하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되고 소위 민주화 된지 20년이 넘는 나라에서 교수들과 종교인들이 느닷없는 시국선언을 하질 않나, 아직 어린(?) 초선의원들이 대놓고 대통령과 當(당)의 쇄신을 주장하질 않나 참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요즘같이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인터넷이란 괴물이 나라의 여론을 좌지우지 하는 시대에 혼자서도 얼마든지 자기주장을 할 수 있을 텐데도 다수의 교수들이 모여 대통령의 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을 보면 그들의 주장대로 민주주의가 위기이긴 위기인가 보다.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은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집권한지 일 년 밖에 안 된 한나라당에 쇄신특위라는 것이 생기고, 소위 대통령 직계라는 의원들이 충분히 자기 뜻을 청와대에 전달할 수 있음에도 삼삼오오 모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고, 수사 받던 前(전)대통령의 자살에 수백만이 모이는 심각성에서도 그 답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일부교수들과 종교인들이 나라 걱정을 한 것인지, 대통령 걱정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앞 다퉈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시국선언이란 무엇인가? 암울한 군사독재 시절 지식인들이 모여 죽음을 무릅쓰고 저항하며 잠자는 국민을 깨우는 수단이 아니었던가? 따라서 당시의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수나 지식인들은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야 하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
요즘이야 뭐 겁나는 것도 없는 세상이니 마음껏 떠들어대도 괜찮을 성 싶은데 다수의 교수들이 연판장을 돌린 것을 보면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내 대통령의 변화를 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나 싶다.
그들이 주장하는 시국선언 내용을 보면 그리 새로운 것이 없다.
이미 한나라당의 내부에서도 알만한 것들이고 특히 우리 국민이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아마 교수들이 바라는 바는 이 나라는 대통령 개인이나 가족의 나라가 아니고 오천만 겨레의 나라라는 점을 상기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국민의 손으로 뽑고 임기도 정해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독선과 아집을 부린다 해도 나라가 망할 리는 없고(혹시 모르지만), 임기가 앞으로 4년 정도 남았으니 참고 견디면 될 것을 굳이 다수의 지식인들이 시국선언이란 제목으로 나선 것을 보면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을 아주 버리지는 않아 보여 다행이다.
아무튼 이명박 대통령과 측근 참모들은 지금 시점에 왜 지식인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요즘같이 어려운 때 교수들이 돌아가며 시국선언을 하는 것은 전후사정을 떠나 분명 나라 망신이다.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군사독재시절보다 더욱 창피하고 아픈 일이기도 할 것이다.
여당도 알고 지식인들도 알고 국민도 아는데 대통령과 청와대만 현실을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 시간을 벌어 보려는 것인가? 대통령이 답할 때가 왔다.
아직도 그 나라는 시국선언을 하냐고 물으면 당황해 할 해외동포들을 떠올리면 답이 나올 법도 하고, 4년 후를 생각해보면 정신이 번쩍 들것 같은데 대통령이 시국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비록 먹고 살기는 힘들어도 시국선언 같은 구시대의 유물이 없는 나라! 그런 나라가 돼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