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6. 25.
언론의 신파극(미국인 한옥 지키기)으로 주민의 희망은 물거품 되나!
◆성북구 동선3구역 재개발단지 내의 한옥들의 모습.
지난 6월 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성지용 부장판사)는 동선 3구역(추진위원장 홍학연)에 대해 구역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5년 전 160여 가구 중 90여가구가 헌 집을 헐어내고 새집을 짓기로 한 꿈이 다소 늦춰 질 것으로 보인다.
동소문동 69번지에 살고 있는 주민 이종휴(63)씨는 “많은 언론에서 한옥 지키기 성공했다고 보도 하면서 일부 주민들은 재개발이 취소되지나 않을까 불안해 한다”고 말하면서, “동선 3구역은 약 40여 채의 한옥이 있는데 전통가옥으로 인정할 만한 건물은 1채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가옥이 지붕만 기와집이고 실내나 마당은 모두 현대식으로 개조된 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언론에서 피터씨를 너무 영웅시 한다”고 지적했다.
추진위 사무실에 보관된 일간지들의 보도를 보면 피터씨가 “한옥을 지키겠다고 시작한 행정소송에서 피터씨가 승소했다”고 보도됐다.
특이한 점은 판결문을 살펴 보면 “한옥을 전통가옥으로 인정해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외국인이 우리나라 한옥을 지켜냈다”고 영웅을 만들었다는 점이 문제라고 분개했다.
법원의 판결은 구역지정 당시 피터씨의 민원에 의해 서울시에서 파견된 한옥위원회의 보존가치 없는 노후한 건물이라는 판단을 존중했다.
한옥의 보존가치가 높아 구역 지정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 노후도 계산이 잘못돼 바로 잡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가 한쪽으로 치우친 일방적 보도이다 보니 주민들은 한옥의 보존가치가 높아 구역 지정이 취소된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재개발 추진위 홍학연 위원장은 “6월 5일 이후부터 주민들 사이에서는 동선 3구역의 재개발 취소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 것이 우려된다.
서울시와 협의해서 반드시 재개발을 성공으로 이끌어 주민들에게 살기 좋은 주거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끝까지 이루어 내겠다는 다짐도 했다.
실제로 언론의 보도 내용을 보면 6월 5일자 어느 신문에는 “미국인이 무분별한 서울시의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앞장섰다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 보도했고, 같은 날 다른신문에서는 “벽안의 미국인이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낸 소송에서 이겼다” 고 보도했으며, 또 다른신문에서는 “35년째 한옥마을에 살고 있는 미국인이 소송을 통해 재개발로 철거 위기에 처한 한옥마을을 일단 지켜냈다”고 소개했다.
모든 언론이 똑같이 법원의 판결문 중 노후도등 주요내용을 빼고 마치 한옥지키기에 외국인이 나서 이긴 것처럼 보도한 것이 전부다.
재판부는 “2001년 증축, 개축된 건물 1동과 철거된 4개 동의 건물을 노후, 불량 건축물에서 제외하면 이 구역의 노후, 불량률은 58.8%로 기준인 60% 이상에 미치지 못한다”며 “2007년 10월 서울시가 이 구역 건축물의 노후, 불량률을 60.4%라고 조사한 것을 근거로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한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우리의 고유문화유산을 지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이번 동선3구역 재개발사업 구역지정취소 판결은 한옥지킴이 싸움이 아니라 노후도 문제임에도 이를 마치 외국인이 나서 우리 전통가옥 한옥을 지켜낸 것처럼 과대 포장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구청이나 서울시청은 합법적으로 인허가를 해주는 곳이다.
재개발 조합측은 현재 날짜로 다시 노후도를 측정해 구역지정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차피 시간이 되면 허가는 날 것이고 시간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 한 명도 중요하지만 죽기 전에 재개발돼 좋은 환경에서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나이 드신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켜져야 할 도리다.
더구나 바른 언론이라면 현장에 찾아와 사실을 확인 후에 명확한 보도를 해야 함에도 미국인 부분만 확대해석해 그를 우상화시켜 마치 미국인 한사람의 노력에 의해 한옥을 지키고 재개발이 중단된 것처럼 왜곡 보도하는 태도는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김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