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7. 16.


‘아하!’, 배움의 기쁨 깨닫는 교육 - 미래 인재교육의 출발
거시적 시각을 가지고 미래 비전을 말할 줄 아는 담대한 낭만주의자!

 

 

서울시 북부교육청 조 학 규 교육장

 

 

 

 

 

 

조학규(55) 교육장의 인터뷰를 앞두고 기자는 고심을 했다. 교육을 둘러싼 난맥상은 분명 히 존재하는데 그 가닥가닥에 대한 견해들을 밝히길 꺼리는 경우들을 봤기 때문이다.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과연 진솔한 얘기를 들을 수 있을지 따위를 걱정하며 인터뷰에 임했다.


조 교육장은 기자의 그러한 걱정과 과도한 욕심을 무색케 하는 여유와 자유로움으로 기자를 대했다. 그가 말하는 바는 분명했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한 교육이 돼야 한다는 것. 미래의 패러다임에 맞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현재 어떤 학교에 몇 명 합격시켰고, 방과후 학교에 몇 명이 참여하고 있는가 같은 문제는 미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육장은 거시적 시각을 가지고 미래 비전을 말할 줄 아는 담대한 낭만주의자인 듯했다.   

 
북부교육청은 학교와 학생 수, 교원 수가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노원구와 도봉구의 교육행정을 책임지고 있다. 두 자치구는 각각 특목고 최다 합격자 배출, 대학 진학률 1위, 교육행복도 지수조사 상위 차지, 학업성취도 평가 등에서 보통학력 이상의 학생비율이 상위권에 속하는 등 괄목할만한 교육특구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 어릴 때 꿈은 무엇이었는지요?
과학자였습니다. 어린 시절에 로봇만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습니다. 세계 일류의 로봇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교대를 가서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 하면서 공대에 들어가 대학원까지 마쳤습니다.


교사 생활 5년 후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 들어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창안도 하면서 일하는 기쁨을 느꼈는데 어느 날 문득, 정말이지 문득, 내가 기계를 만드느라 이렇게 애쓰고 있는데 기계가 아닌 사람을 교육시키는 것이 훨씬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생각이 들고 얼마 안 돼 다시 학교로 돌아갔습니다. 그 뒤로는 단 한 번도 흔들려 본 적이 없습니다.

 

 

 

교육의 방향을 분명히 하는 것, 속도 보다 중요해

 

 

 

조 교육장은 교육의 방향과 속도에 대해 생각한다고 한다. 현재의 패러다임에만 맞춰 교육을 한다면 미래의 급격한 변화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의 변화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에 대비하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교육 이슈는 속도에만 관심 있을 뿐 방향성을 논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30년 후에는 어떤 지식이 소용될 것인지, 패러다임은 어떻게 바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모든 국민이 영어로 무장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세계의 부와 힘이 여전히 영어권에만 머물까요? 예를 들어 영어와 중국어의 힘 격차와 또는 전세가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현재 중국에서는 간략화한 글자인 간체자(簡體字)를 씁니다. 그런데 우리의 한자 교육은 이에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막상 중국에 가서는 글자를 읽지 못하거든요. 이렇듯 변화하는 세계에 맞추지 못하는 교육은 미래를 준비할 수 없게 합니다.”        

 

 

 


조 교육장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를 오랜 기간 관장해 본 경험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교육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 듯했다.

 

 


“정작 국민들은 잘 모르지만, 우리 나라의 교육을 많은 나라에서 부러워하고 배우려 합니다. 3년 전에 유럽 교육계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한국은 교육 선진국이라는 말을 할 정도였거든요.

 

우리 스스로 리드해 나가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면 성취도는 늘 수위를 다투지만 자신감이라든지 배우는 즐거움 등의 중요한 항목에서는 낮거든요.

 

타율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데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계획과 비전을 갖고 스스로 학습하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더딜지라도 스스로 공부하여 그로부터 성취감과 흥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해요.”

 

 

 

‘아하!’와 ‘Oh, Yes!’가 조응하는 학습

 

 

 

이런 생각은 ‘아하!’ 라는 한마디에 함축돼 있다. 이는 깨달음의 외침이다. 학생들 스스로가 앎의 기쁨을 느꼈을 때 나올 수 있는 긍정의 감탄사이다.


“북부교육청에서 강조하고 있는 ‘생각하는 교실’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아가며 교사들이 ‘Oh, Yes!\'로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학습이 이뤄질 수 있는 교육 현장을 만들고자 제안된 것입니다. 미래의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 교육입니다.”

 

동양의 고전인 「논어」“옹야(雍也)”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의 함의를 되새겨 볼만 하다.

 


조 교육장이 또한 강조하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의 중요성이다.

 

 


‘배·친·관’으로 집약된 배려·친절·자기관리를 중시하는 인식도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꼭 필요한 인성교육의 덕목으로 보인다.


학생들 스스로가 건강, 학습, 생활, 비전 관리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지도한다.  


“예전에는 모두 함께 한 곳을 향해 협력해 가야할 필요가 있었고 거기에 교육이 맞춰졌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품종 소량생산처럼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야 합니다.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돼야 합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서로 배려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토론 보다는 토의 문화를 더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토론을 포함하여 토의하는 학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토론은 내 주장을 내세우면서 다른 사람을 반박하고 배척하는 경향이 강하다면 토의는 다른 생각들도 듣고 배려하고 포용하면서 서로가 윈윈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인성을 통해서 학습 능력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은 MI(Multiple Intelligences 다중지능)와 학업성적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통계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음악이나 미술, 체육 등이 다른 분야의 학습능력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국어, 수학, 과학 같은 과목에만 집중하는 교육은 필히 방향을 달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권이 살아야 교육이 산다

 

 

 

조 교육장은 학교와 교육청이 삶의 보람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직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인식으로 보인다.


교육청 같은 기관이 학교에 각종 과업을 제시하고 요구를 일삼기 쉽기 때문이다. 조 교육장은 이와 같은 폐해를 염려하고 있는 듯했다.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교육 지원이라는 교육청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취임사에서 천명하기도 했다.


북부교육청 관할 학교는 간단하고 간편한 학교 안내 ARS 시스템을 갖췄다. 문의가 있을 때 간소한 과정을 거쳐 담당자와 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친절도와 서비스 관점에서 접근했다. 친절학교 포상제도라든지, 청렴도평가를 통해 염근상(廉謹賞) 등을 제정, 긍정적 평가를 통해 교사들을 격려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조 교육장은 관할 학교 선생님들에게 무선 마우스포인터를 지급했다.


“교사가 앉아서 가르치는 것과 서서 가르치는 것에는 학생 장악력에서 차이가 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여러 멀티미디어 기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기를 작동하느라 앉아서 가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선 마우스포인터는 각종 기기를 다루면서도 일어서서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가르칠 수 있는 자그마한 도구입니다만 이 하나를 통해서 많은 걸 얻을 수 있거든요.” 


조 교육장은 앞서 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분석하면서 거기에 담긴 또 다른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초임교사에서 경력 많은 교사로 갈수록 실력 및 업무에 있어 만족도가 낮아진다는 시사점이었다. 교사들이 공문처리 등의 잡무에 시달리는 상황이라든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교사근무평가의 기준 마련에 따른 이견, 교사 지위를 흔드는 사회적 인식 등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어쩌면 당연한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을 하면 사랑만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것처럼 교사도 마찬가지에요. 공문처리 라든지 수업 외에 신경써야 할 일이 있지요. 긴급한 업무가 아니면 수업에 지장 받지 않는 선에서 시간을 두고 일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수업을 위한 특근은 필요하지요. 그러나 평가 받기 위해 특근을 하는 건 안 된다고 저는 말하곤 합니다.


현재 교육 관련 여러 자료들을 전산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그 시스템을 만드느라 여러 자료들이 필요하고 이 자료를 입력하는 상황이라 당분간은 잡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시스템이 갖춰지면 많은 업무들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근무평정도 다면평가를 도입하고자 합니다. 교사의 질적 평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1등과 10등은 상대적으로 구분하기 쉽지요. 그 정도의 평가는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개 자리에 새로 부임하게 되면 과거와 단절을 꾀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대대적인 개편이나 정책을 제안하기 마련이다.


지시들이 위로부터 밑으로 하달되곤 한다. 이에 비해 조 교육장은 작년 9월에 취임한 후 여러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 방향과 방법을 세우는 일에 몰두했다.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우고, ‘배·친·관’으로 표현되는 인성함양 교육, 그리고 다양성에 기반한 ‘창의성 교육’이라는 3대 실천 방향을 세웠다. 창의력 시범학교라든지 인성교육 시범학교 등을 올해 3월 지정했다. 가을에 발표해 승진가산점도 줄 예정이다.


“계기와 자극을 주면 좋은 방안을 찾아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천천히 씨를 뿌리고 싹을 돋게 하고 조심스럽게 보살필 것입니다. 꽃을 피우기엔 아직 이릅니다. 당장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없는 걸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디에 있든 노력할 것입니다. 한 걸음씩. 설령 중지하더라도 한 만큼 이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급함을 버려야 합니다.”

 

 

 

- 앞으로의 꿈은 무엇입니까?
저는 교감, 교장일 때도 수업을 했습니다. 교육 전문직을 맡으면서는 학생들과 함께 하는 직접 교육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다시 학생들에게 돌아가 함께 하고 싶습니다.

조 교육장은 아이들의 컴퓨터게임 몰두에 대해 얘기했다.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순발력, 직관력을 기르는데 효과가 있다면 그 점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논리력과 사고력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장은 현재 우리 교육 현실의 문제들을 ‘전부(全部)가 아니면 전무(全無)’, ‘all or nothing’식인 비판적 자세로 대하고 있지 않았다. 현실을 인정하면서 부족한 것을 채우고 필요한 것을 돋우는 식으로 대처해 나가고자 했다.


단, 방향도 없이 무조건 속도를 내고 간다면, 동쪽을 향해 가야지만 볼 수 있는 일출을 결국 놓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말이다. 

 

 박향자 기자

 

 

 

조 학 규 서울시 북부교육청 교육장
· 1954년생
· 서울교대졸업
· 한양대 교육지도자 과정 수료
· 난곡초등학교 등 5개교 교사
· 신선초등학교 교감, 상봉초등학교 교장
· 중앙교육평가원 연구사
· 서울시 강동교육청 초등교육과장(장학관)

· 서울시 교육청 교원정책과장(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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