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8. 13.


사회복지사 출신의 복지이론가!
원칙에 대한 확고함으로 당찬 추진력 갖춘 젊은 여성의원

 

 성북구의회 이 미 성 의원

 

 

“ 여성의 섬세함으로 봉사하고 누구보다 신의를 중시하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람 ”

 

 


도대체 어떻게 하면 29세의 여성이 선거비용 한도액 반도 안 되는 돈으로 62%를 넘어선 득표율을 얻으며 지방의회 의원에 당선될 수 있을까?


2002년 6·13 지자체선거에서 성북구 돈암1동에 출마해 당선된 이미성(36)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2002년 이 의원은 연초에 출산을 하고 3월에는 (사회복지법인)진각복지재단의 기획실장으로 영입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 이 의원에게 생각지도 않았던 지방의회 의원 출마 권유를 한 중요한 두 인물이 있었다. 한 명은 진각복지재단 장용철 사무처장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신계륜 전 국회의원(현 신정치문화원 이사장)이다.


이 의원은 96년 봉천동의 복지관에서 난곡· 신림동 일대의 독거·무의탁 노인 돌보기, 치매중풍노인 보호 활동을 하며 사회복지사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성북구 노인복지관 과장으로 옮겨 월곡동 등 이른바 달동네라 불리는 지역의 노인 돌보기 업무를 계속해왔다. 장용철 사무처장은 이미 이 의원의 사회복지사 활동을 눈여겨보며 남다른 기대를 가진 듯하다.

성북 노인복지관 행사 때 많은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어르신들에게 꾸벅꾸벅 절하며 일일이 인사하는 한 사람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 신계륜 국회의원이었다.


이 의원의 눈에 여느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소탈하고, 다소 허술한 듯도 하며, 지역 어르신들께 인사성 밝은 신계륜 이사장에 대한 인상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그 뒤부터 신계륜 국회의원을 존경하게 되었고, 이의원이 정치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의원은 두 사람으로부터 집요한 출마 권유를 받게 된다. 지방의원도 좀 더 전문화돼야 한다는 점과 사회복지사 뿐 아니라 복지가 필요한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복지사업이 관주도로 진행되다 보니 불합리한 간섭이 많고 공무원들을 대할 때도 소통의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를 대변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던 듯해요.” 끈질긴 권유와 타당한 설득에 “(복지)현장을 떠나지는 않겠다”는 말과 함께 출마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2006년 5·31 선거에서도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 서울에서 유일하게 1등으로 당선됨으로써 재선의원이 됐다. 이 의원의 사례는 사회복지 전문가의 기초의회 의원 진출을 통해 사회복지실천의 장을 넓혔다는 점, 그리고 “어르신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말해주듯이 지역 토대에 뿌리를 둔 활동의 결과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정신적 충족감까지 채워주는 문화 복지 개념으로의 전환 필요

 

 

2006년에는 ‘성북지역사회복지계획 욕구조사’가 실시돼 이를 바탕으로 공청회도 개최된 바 있다. 이 의원은 공청회 토론자로 참석했다.

성북지역의 사회복지에는 어떤 특이점이 있으며 내용은 어떤 것인지를 질의했다.


“성북구는 다른 지역보다 노인 인구가 많은 편입니다. 최근에 장기요양보험이 실시되면서 특히 노인요양원의 수요도 증가했는데 성북구는 이러한 시설이 포화상태에요. 치매, 중풍 치료와 요양시설을 갖춘 전문요양시설이 없는 거죠.

 

시설 설립에 필요한 부지매입을 위해 몇 군데 타진하는 와중에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어요. 혐오시설이라는 거죠. 열심히 설득을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국가지원금마저 반납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진각종 측에서 보유하고 있던 땅에 시설을 건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서울시에서 지원도 받았고요, 한창 공사 중인데 오는 8월 31일에 개원 예정입니다. 성북구의 유일한 노인전문요양시설입니다. ‘진각복지센터’로 명명하게 될 이 시설에는 치료, 간호, 요양, 재활 프로그램을 갖추고 중풍, 치매 판정을 받은 노인환자 약 120명 정도를 돌볼 수 있게 됩니다.”

 

 

사회복지사 출신인 이 의원은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복지행정 분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사회복지이론가이기도 하다. 이 시대에서 요구하는 진정한 사회복지 의미에 대해 물었다.

 


“사회복지 예산은 일종의 소모성 예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산에 투입돼 무언가를 생산한다든지 하는 그런 개념이 성립되지는 않죠. 기본적으로 서민과 약자를 위한 일들이 많습니다. 복지시설이 태부족이고, 청소년을 위한 공간도 부족해요.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문화관도 건립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성북구는 온통 개발 천지입니다. 재정적 열악함에 더해 개발 관련된 부분으로 예산이 많이 배정된 상태에요. 구청 신청사 건립에 들어간 돈의 얼마만이라도 복지예산에 쓸 수 있었으면 했는데 무산됐습니다.”

 

 

이 의원은 현장의 활동가로서 최근 성북구 인구 구성의 변화에 따른 미세한 정서의 변화도 감지된다고 진단했다.

 

“종암동에 구립어린이집을 건설할 계획이 있었어요. 국공립 어린이집은 수요가 많아 대기자도 많은 현실인데 노인요양시설 건립 때처럼 이 역시 몇 군데 부지매입을 타진하던 중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어린이집 건립을 반대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소음이 발생한다는 것과 국공립 어린이집은 저소득층 자녀들이 다니게 된다며 꺼려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이집 대신 스포츠센터 같은 걸 지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성북구의 개발이 많이 진행되면서 원주민보다는 외부에서 유입된 주민들이 새로운 인구층을 이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산층들이죠. 이제 복지도 기본 수준을 넘어서 정신적, 문화적인 충족감을 줄 수 있는 복지개념으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문화와 복지가 연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복지의 성격과 내용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발전해 이 의원은 ‘문화복지연대(상임공동대표 김종엽)’의 공동대표를 맡았다. 문화복지연대는 관련 인사 및 단체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결성된 단체로서 한국사회의 문화정체성 연구, 문화복지 인프라 구축, 문화적 불평등과 불균형 해소 사업 등을 해 나가고 있다.

 


“문화복지연대의 대표적 사업 중 하나인 ‘1폐사(廢寺) 1지킴이’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생각하는 문화재 또는 유물을 지킨다는 개념은 ‘개발’이 아니라 ‘보존’과 ‘보호’에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소외지역의 주민들이나 학생들, 구립어린이집의 어린이들이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공연 등을 합니다. 앞으로 복지는 정신적, 정서적 만족감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본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복지사각지대의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단순한 물질적 시혜가 아니라 정신적, 문화적 가치 충족을 원하는 사람들의 증가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이 시대의 양극을 이어주는 새로운 패러다임 구상은 어쩌면 경제적 사고가 아니라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합의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모범 사례가 된 성북구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이 의원이 사회복지 전문가 출신의 의원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일은 성북구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실질적인 민관협의체로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일이다.

 

2003년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됨에 따라 복지·보건 분야의 민관 대표 실무자들이 참여하여 수요자에게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단위 연계 협력체계를 만들게 됐다. 2005년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된 바 있는데 성북구에서는 조례 개정을 통해 2006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그 전에도 복지관 등에서 일하는 과장단, 부장단 같은 회의체가 있긴 했지만 정부가 만든 기관에 민간 측에서도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힘이 필요했어요.

 

성북구 내 사회복지사들과 힘을 모아 협의체를 실질적인 기구로 만들기 위해 논의했지요.

조례제정 시 민·관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조항이라든지 예산 배정 문제들을 권유 수준에서 강제하는 조항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시 의원들을 포함해 구청 공무원들도 중요성을 잘 모르던 실정이었어요. 설득하여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서찬교 구청장님도 상당히 고민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제조항이 많으니까요.

 

구청의 복지정책과장께서 구청장님을 열심히 설득했다고 들었습니다. 결국 지금의 조례가 만들어졌지요. 결과적으로 당시 보건복지부(현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지역복지협의체의 모범적 사례로 인정했고 구청장님도 칭찬에 오르내렸지요.

 

지역사회의 복지문제에 관한한 민·관 네트워크 형성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좋은 사례로 인정받았다는 점이 큰 보람이었습니다. 의회의원으로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이 의원에게 들어오는 민원의 대부분은 복지와 관련된 것들이다. 주로 국가지원이나 보조 대상자가 될 수 있는지 자격여부를 문의하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이를 꼼꼼히 조회하여 제대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거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노인, 아동들에 대해서는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 연결해주기도 한다.


그 외의 크고 작은 민원들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질문하자, “원칙을 가져야 합니다. 민원인이 불법적인 일을 탄원하거나 부당한 것을 청탁하는 경우에는 분명한 입장을 얘기합니다. 그 분들이 서운해 해도 어쩔 수 없어요” 라는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 의원은 남은 임기 내에 성북구내 학교 학생들의 무상급식 시행 조례를 발의하고 싶다고 했다. 정확한 조사와 방법도 찾아야 하지만 지금처럼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이 겪는 마음고생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을 마련하고 싶다고 했다.


“조례는 지방의회 의원들에게 주어진 권리이자 의무에요. 현 상황을 보면, 95% 정도가 집행부에서 발의된 것을 승인하는 일이고 의원 자체 발의는 낮은 편이죠. 민생 관련 조례 제정은 더욱 낮은 실정이고요.”
이 의원은 사회의 이면에 있는 부분을 보고자 한다. 거기에 관심을 갖는다.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은 무대 아래가 안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죠. 사회의 이면, 현실의 어두운 면을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봐요. 제도를 만들고 바꿀 수 있는 권력 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이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키워나갈 책임

 

이 의원이 처음 출마를 결심한 뒤 이를 먼저 알린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시어머니였다고 한다. 어렵게 얘기를 꺼내자 시어머니는 일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너는 더 큰 일을 해야 한다, 아무 염려 말고 열심히 하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시부모님과 남편, 아이 모두가 이 의원의 실질적인 뒷배이다.


여성의원의 장점과 의회 활동의 어려움에 대해 질문하자, “여성의원과 남성의원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여성의원은 꼼꼼하고 세심한 반면, 남성의원은 추진력이 있고 특히 지역민들과 만날 때 아무래도 좀 더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남녀차이 보다는 개인의 역량 차이가 더 크고 중요한 것 같아요. 지방의회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다루는데 여성의원이 섬세하게 잘 하는 것 같습니다.” 라고 답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06년 5.31 선거의 당선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원의 비율은 전국 기초의회 의원의 약 14.5%로 525명에 이르는 수치다.


이는 2002년의 3.4% 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로 여성비례대표 비율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이 중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당선자 비율은 4.4%에 불과하다. 여성 출마자가 선거를 치르는 데에도 일종의 유리천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제도 하에서는 당 공천을 받아야 하고 당 활동도 해야 합니다. 여의치 않죠. 최근에는 여성들이 기존 정당에 느끼는 염증도 심한 편이라 여성들의 정당활동 욕구도 크지 않은 듯합니다.

 

육아나 가정에 주된 관심을 갖게 되는 젊은 여성 보다는 이로부터 어느 정도는 자유롭고 연륜을 갖게 되는 중년 이후의 여성들이 활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요.

 

지자체의 의원들에게 유급제가 실시되면서 세대교체가 됐다고 봐요. 비례대표에 의해 여성의원도 많이 진출했지만 앞으로는 전문직 활동을 했던 분들이 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돼야 합니다.”

 

요즘은 개인 마케팅이 가능하고 활발한 시대다. 그럼에도 개인의 능력을 증명해주고 추천해 줄 인적 네트워크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남성 정치인들에 비해 여성 정치인들이 인맥 형성에 약하다는 점도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8년째 기초의회 의원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젊은 이 의원에게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이어나갈 책임도 주어져 있음을 상기했다.


“특히 부녀회의 젊은 여성이라든지 시민기자 등의 활동도 눈여겨보고 있어요. 내년 선거 같은 경우는 당 공천의 문제도 있는지라 당이 공천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려고 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당의 결정에 따를 생각입니다. 단, 기회가 주어진다면 회피하지 않고 할 일은 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박향자 기자

 

 

 

이 미 성 성북구의회 의원

·1973년생
·중앙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한성대학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성북구의회(4,5대) 운영복지위원회 위원
·사회복지법인 진각복지재단 기획실장
·문화복지연대 공동대표
·한국 및 서울 사회복지사협회 대의원
·민주당 성북을 청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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