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8. 13.
클린턴의 미국, 오바마의 미국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대한민국과 미국은 다른 나라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은 자력에 의해 독립했고 우리나라는 연합국에 의해 독립됐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미국과 우리나라는 차이가 나도 너무 많이 난다. 물론 생김새부터 다르고 국민성도 다르지만 적어도 나라를 이끄는 정치인들만큼은 달라도 너무 달라 보인다.
며칠 전 빌 클린턴 前(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군에 의해 억류된 두 여기자를 조용히 데리고 나와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를 두고 북한과 미국이 직접대화의 물꼬를 텄느니, 클린턴이 오바마 대통령의 밀지를 들고 무언가 북한에게 약속을 했다느니, 등등 나름대로 소설을 쓰는 언론이 많았지만 말 잘하기로 소문난 클린턴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그 궁금증이 증폭되고 클린턴의 주가는 폭등하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언론에 전혀 나타나지 않던 김정일이 클린턴 일행과 기념 사진까지 찍으면서 우의(?)를 과시하는 모습에 그동안 우리나라 언론에 소개됐던 김정일의 중병설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관계기관의 정보력도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게 돼 버렸다.
김정일과 클린턴 사이에 나눈 얘기는 물론 둘밖에 모를 일이다. 북한은 독특한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김정일이 언론에 브리핑을 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클린턴의 방미 행적은 전적으로 클린턴의 입에 달려있어 그의 입만 바라보는 언론들은 소위 죽을 맛이다.
만일 우리나라 정치인이 클린턴처럼 북한에 억류돼있는 선원이나 개성공단의 유모씨를 데려왔다면 어찌됐을까?(정치인의 방북 가능성도 없지만).
아마 우리 언론이 그를 그냥 내버려두지도 않겠지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마치 통일의 선봉장이나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은 미국의 대통령은 오바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자기의 功(공)을 미국과 오바마에게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미국이 왜 절대강국이며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지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미국은 독립한지 200년이 넘은 나라고 우리나라는 이제 50년 밖에 안됐으며 아직도 우리나라는 분단돼 있으니 미국정치인들에 비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조금 뒤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자위하면서도 저런 지도자를 가진 미국이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보면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이 조그만 땅덩어리 그것도 분단국에서 이정도로 성장한 것만 봐도 그 답을 알 수 있으며 우리 한글이 인도네시아의 어느 지방에 수출된 것을 보면 분명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범함은 엿보인다.
우리 정치인들, 클린턴에게 한 수 배워야 한다. 어디 우리나라 정치인들 뿐 이겠는가? 세계의 정치인들이 클린턴외교를 배우겠지만 특히 남북이 가로막힌 우리 현실에 여야의 정치인들은 무엇이 국익이며 나라가 부강하게 되는 것인지를 다시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이번일로 클린턴은 역사에 기록되는 큰 정치인으로 남게 됐고 오바마는 리더십에 더욱 힘을 얻게 됐다.
혹시 며칠 후에 또 이상한 보도가 나올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봐서는 당분간 클린턴만한 인물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다른 것은 몰라도 클린턴 같은 전직대통령을 가진 나라 미국, 그런 정치인을 가진 오바마의 미국이 마냥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