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8. 27.
라 이 벌
“ 진정한 라이벌은 자기자신이다. 자신을 사랑하듯 라이벌을 배려해야- ”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라이벌이란 뜻 그대로 옮기면 경쟁자라는 의미다. 정계, 경제계, 문화계 등 어느 분야든 라이벌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체육계에 라이벌이 많다. 권투나 레슬링 등 승패를 바로 결정짓는 경기에도 많겠지만 육상이나 수영 등 기록경기 쪽에 라이벌이 있는 것이 기록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자기 인생에 그래도 라이벌이 한사람이라도 있다는 것은 그래도 성공한 사람들이다. 조그만 동네만 가더라도 꼭 라이벌이 있다.
서울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각 출신지역을 대표하는 향우회장을 비롯해 지역 맹주가 있기 마련이고 서로 勢(세)를 불려 자기 쪽이 더 영향력을 갖기 위해 온갖 애경사를 챙겨가며 나름대로 행세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라이벌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
상대보다 더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면서 상대의 현재위치와 자기의 위치를 확인하기 때문에 비교적 한눈팔지 않고 자기분야에서 대부분 성공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라이벌은 적이 아니라 어쩌면 가장 중요한 친구이며 보배 같은 존재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그가 병상에 누워있을 때 그의 평생의 동지이자 라이벌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DJ의 병상을 찾아 극적인 화해를 하는 모습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뭉클해 졌다.
DJ가 있었기에 YS가 여당 행을 결심하고 대통령을 먼저 했으며, YS의 여당행이 있었기에 통합된 야당을 이끌고 DJ도 후임대통령이 될 수 있었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 원수 대하듯 하고 화해를 못하더니 상대의 죽음에 임박해서야 서로 친구였다는 것을 밝히는 모습에 늦었지만 너무 다행한 일이라 생각한다.
만약에 그들이 끝까지 같은 黨(당)에서 경쟁만 했더라면 둘 다 대통령이 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저 사람만 없으면 내가 다 해먹을 텐데” 때로는 “저 사람이 도와주면 내가 먼저하고 다음에 밀어줄 텐데”라며 상대방을 미워했겠지만, 돌이켜보면 두 분의 삶엔 한사람이 없으면 성공하기 힘든 어떤 필연적 운명 같은 것이 엿보이기도 한다.
어쨌든 평생의 라이벌을 잃은 YS의 슬픔이 가장 클 것 같다. 라이벌이 있을 때는 몰랐지만 의외로 그의 빈자리가 클 것이다.
라이벌이란 그런 것이다. 가까이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으면 커 보이는 것이 라이벌이다.
이제 우리도 주변을 한번 돌아보자. 과거엔 누가 진정한 내 라이벌이었고 또 현재는 누가 라이벌인지 살펴보자. 사실 누가 라이벌인지도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나를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라이벌과 지금이라도 진정한 화해를 해보자.
지역이든 중앙이든 라이벌 때문에 편이 갈라지고 분열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DJ의 서거 이후 남북 간에도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화해도 타이밍이 있다.
이 절묘한 시기에 조그만 동네 골목대장부터 나라를 이끌어갈 큰 정치인들까지 라이벌은 적이 아니라 친구라는 작은 진리를 깨닫고 이제 서로 화해하고 통합하는 모습을 보이자.
어쩌면 진정한 라이벌은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일지 모른다. 자기 자신과의 화해도 못하면서 어찌 지역과 나라를 이끌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