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09. 10.
新(신) 살수대첩
“ 자나 깨나 북한조심 조그만 변화에도 긴장 늦추면 안돼”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살수대첩은 고구려 때 수나라 대군을 무찌르기 위해 을지문덕장군이 물을 막아 두었다가 한꺼번에 수나라군을 수장시킨 유명한 전쟁이다.전설쯤으로나 알고 있던 살수대첩이 이번에 임진강에서 일어났다.
그것도 다른나라가 아닌 같은 민족인 북한당국이 군인도 아닌 민간인들을 6명이나 수장시킨 것이다.
전두환 정권 때 우리는 요란하게 돈을 모았다. 북한의 水攻(수공)이 예상되니 우리도 대규모 댐을 만들어야한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해 코흘리개 어린이부터 나이드신 어른들까지 쌈지돈을 말없이 들고 나왔다.
그 후 금강산댐이 완성이나 됐는지 돈은 얼마나 모였는지, 건설비는 얼마나 들었는지 등 후일담은 잘 알려지지 않아 모르겠지만, 우리 국민은 오래된 일로 치고 물난리는 생각지도 않고 살고 있다.
그런데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 느닷없이 북한이 댐을 방류해 야영하던 우리 국민을 6명이나 수장시켜 버렸다. 참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두 정권 때 남북한이 잘 지내다가 현 정권이 들어와 서먹하던 관계가 현정은 회장의 방북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풀려가고 있는 때 느닷없는 물 폭탄을 쏘아대는 저들의 심보를 도대체 알 수가 없고 저런 인간들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지 심각한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軍(군)에 대해서도 실망이다. 6.25전쟁도 휴일을 틈타 남침했기 때문에 더욱 긴장해야 했건만 그까짓 물 좀 불어난다고 무슨 일 있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이 화를 자초했다.
변명에 급급한 수자원공사는 더욱 가관이다. 비도 안 오는데 물이 불어나면 분명 무슨 변고가 있는 것이고 (특히 남북이 마주하고 있는 곳이라면) 곧바로 청와대를 비롯한 상부에 보고해야 하고, 우리정부는 그에 대한 즉각적인 대비가 있었어야 함에도 멍하니 있다 당하고 나서 사전 통보없이 물을 흘려보냈다고 북한만 탓하는 꼴이 영 맘에 들지 않고 이런 사람들을 믿고 살아야 하는지 懷疑(회의)가 들고 슬슬 부아가 치민다.
왜! 북한에 책임을 묻는가?
엄연히 우리나라와 북한은 같은 민족이기만 분명히 體制(체제)가 다른 나라다.
따라서 북한군이나 당국이 댐을 열거나 도발하는 것을 일일이 우리나라에게 보고할 의무도 없고, 늘 당하기만 하고 살고 있는 우리정부는 그러기 때문에 더욱 긴장해야 하고 혹시 토끼 한 마리만 움직여도 눈여겨 봐야할 터인데 5000만톤의 물이 흘러오는데 그저 바라만 보다가 애꿎은 인명이 죽음을 당했다니 과연 이런 정부나 軍(군)을 믿고 잠을 자야 할 지 걱정이 태산이다.
물론 초병이나 군은 항상 긴장하고 보고도 했겠지만 우리 국민이 원하는 정부는 강한 정부, 강한 군이다. 물 좀 흘려보냈다고 6명이 죽으면 탱크나 장갑차가 내려오면 얼마나 많은 목숨을 앗아갈지 아찔하다.
북한의 挑發(도발)로 무슨 일만 생기면 재발방지 약속하라느니 사과하라느니 마치 녹음기 틀어놓은 것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우리 당국자들, 이런 나라에서 “나만 아니면 되지 뭐”하면서 모른 척 숨죽이며 살아가기가 정말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