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10. 15.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길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1991년 중앙집권을 막고 지방분권으로 각 지역의 고른 발전과 특색을 살리자는 취지로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되었다. 시도지사는 물론 군수와 구청장까지 선거로 뽑고 심지어 교육감과 교육위원까지 선거로 뽑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꽃이다. 지방자치 단체가 중앙권력의 눈치를 안 보고 소신껏 행정을 펼치며 주민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으니 제도 자체만 보면 참으로 좋아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자제가 민주주의 꽃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고 어찌보면 이미 시들어버린 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내년 6월이면 또다시 선거가 다가온다. 벌써 공천경쟁을 위한 물밑 작업이 시작되었고 여론조사를 빙자한 이름 알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보니 지방공무원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어느 줄에 서야 할 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좋은 줄을 잡아야 선거후에 좋은 자리로 옮기고 진급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눈치작전을 얼마나 잘 쓰느냐가 다음 4년이 달려있으니 그들을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직자들은 주민의 눈치를 봐야 함에도 자치단체장만 쳐다보아야 하고, 기초단체장은 공천권을 가진 지역 국회의원에게 매달려야 하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공무원들의 기강은 말로 설명할 필요 없이 바닥을 기고 있다.
지방자치제도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시도지사만 선거로 치르고 시장군수 구청장은 임명제로 바꿔야 하며, 인사시스템의 보완이 시급하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단체장의 눈에 벗어나면 진급을 할 수 없는 실정에서 공직자들의 기강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우스운 일이다.
요즘 지방자치간의 통합문제가 한창 논의 중이다.
통합이 논의 된다는 자체가 지방자치제도의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다.
이는 각 자치단체의 특성이 없다는 뜻이며 자치단체를 통합한다 해도 자치단체가 발전하기 보다는 단체장의 힘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선거를 줄여야 한다. 선거라는 것이 공직자들의 줄 세우기 역할을 하고 국민통합에 역기능을 한다면 한 가지 선거라도 줄여야 한다. 시군구 통합이나 행정구역 개편에 앞서 선거제도부터 바꾸는 것이 공직자들이 주민만 바라보고 열심히 일하는 길이며 공직자의 기강도 바로 세우는 길이다.
우물쭈물 하다가 벌써 20년이 지났다.
지난 20년간 늘어난 것은 자치단체의 빚이며 커지는 것은 공직자들의 불만과 웅장한 자치단체 청사 들 뿐이다.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 한사람 쳐다보기도 벅차다.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바람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선거가 지속되는 한 민주주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