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10. 28.


동북지역의 소중한 자산 도봉산을 지키는 토종 산악회장!
북서울 농협 1300여 조합원의 살림을 지키는 파수꾼!


박 원 기  북서울농협 감사

 

 

 

북서울농협은 도봉, 강북, 성북, 노원구에 12개 지점을 두고 약 1,300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도시농협이다. 주소나 거소(居所) 또는 사업장이 이 지역 내에 있으며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조합원 자격을 갖는다.


서울 도심에 농업 종사자로서 농협 조합원 자격을 갖는 인구가 있다는 사실에 다소 뜻밖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서울농협지역본부의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지역조합은 13개가 있으며 지점만도 143개소에 이른다(품목농[축]협 6개, 지점 37개소 별도). 그렇다 해도 농촌이 아닌 도시에 근거를 둔 농협은 신용부문, 즉 금융사업부문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박원기(50) 북서울농협 감사를 만나기에 앞서 농협 관련 자료들을 보면서 농협이 당면한 개혁문제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어떤 조직이 불미스러운 일로 세간에 자주 오르내리면 그 조직에 속한 이들을 보는 시선 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직과 운영의 구조 전반에 걸쳐 개혁을 꾀하려는 최근의 농협개혁안이 농업협동조합이라는 원래의 대의를 잃지 않으면서 비효율을 걷어내고 부정이 깃들 수 있는 구조를 쇄신할 기회가 되기를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북서울농협의 감사직에 있는 박원기 감사에 대한 호기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임기 3년의 비상근 감사직 재임 2년차를 맞고 있다.

 

지난 4년간 북서울농협의 감사직을 수행해왔다. 첫인상이 얌전하고 후덕한 선비를 연상시키는 박 감사와 도봉역지점에서 만나 얘기를 나눴다. 박 감사가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한 말은 조합원과 지역민들에게 좀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봉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 북서울농협 감사직에 이르기까지의 이력과 경력이 궁금합니다.
저의 집안은 12대 째 도봉동 지역에서 살아온 토박이입니다. 선친께서 지역 원로셨고 주민들에게 많은 일을 하신 분이셨습니다.

 

선친의 뜻에 따라 저 역시 선친을 도우면서 지역에 봉사하는 일을 권유받았는데 영농회장도 하고 농협 대의원 활동도 꽤 오래했습니다. 그런 활동이 조합원들에게 인정받았는지 감사에 선임됐습니다. 북서울농협과 거의 15년 정도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 감사에서 역점을 두는 사항이 뭔지요?
저는 주로 사고방지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사고를 미연에 막기 위해 애를 쓰는 편이지요. 감사는 비상임직입니다. 전반기와 후반기 두 번 정기 감사를 하는데 각 1주일씩 집중적으로 실시합니다. 70명 정도 되는 대의원 총회 때 감사보고를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이사회 의결 과정에 참여해 안건을 청취하고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감사가 끝나면 감사 보고와 별도로 감사 후기 등을 써서 조합원과 공유합니다.


조합원 입장에서 조합운영에 대해 생각하고 투명경영을 감독합니다. 농협은 신용부문과 경제부문(농축산물 판로 확대를 통해 농가소득 증대와 생산비 절감을 위한 사업부문. 생산.유통.가공.소비에 이르는 다양한 사업이 이에 속한다.)으로 나눠져 있는데 저희 농협은 신용부문에서 도시농협으로서 성과를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작년에 예수금 1조원을 돌파한 농협이 됐고요. 경영평가에서도 1등급을 받았습니다.

 

성과를 낸 부서나 조직은 노고를 위로하고 부진한 부분은 분발을 촉구하는 일도 감사의 역할입니다. 감사를 하다보면 직원과 조합원들과의 시각 차이를 볼 수 있는데 조합원들을 위한 농협이 돼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려 합니다. 조합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도, 감독하는 일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사고방지에 역점을 두신다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혹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까?
글쎄요, 큰 사고는 없었지만, 제가 감사하면서 작년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이 있긴 했습니다. 조합의 돈 집행에서 의문시 되는 사안이 있어서 조사하던 중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여 곤혹스러웠습니다.

 

조합 집행부와도 모두 잘 아는 처지라 조합사무 감사 때 엄격하게 몰아붙이면 서로 껄끄러운 경우도 있고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공과 사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감사직에 임하고 있습니다. 업무적으로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결국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거니까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의문스러운 점들이 있을 때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인지 직원들에게 저를 설득시켜보라고 합니다. 과정과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지 못한다면 투명하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한 조직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 올 12월에 있을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실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조합장 출마를 놓고 보면 현 집행부와의 갈등은 없으신지요?
집행부와 갈등이 있을 수 있으나 조합원들에게 좋은 거라면 그에 따라야 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제가 조합장이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부분을 공개할 생각입니다.

 

경영사항을 공개해 조합원들이 보다 투명하게 운영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조합장을 비롯해 조합직원들의 연봉도 높은 편이거든요. 조합과 지역민들을 위해 농협 조직의 효율성도 제고할 계획입니다.
 

 

- 지난 1월 감사 후기에서 특별히 ‘농협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신 부분을 쓰셨던데요, 어떤 의미입니까?
북서울농협은 도시농협입니다. 비록 조합원들은 농업과 관련한 일에 종사해야 자격을 얻지만 북서울농협이 하는 사업의 많은 부분이 이 지역주민들과 연계돼 있습니다.


농업 종사자와 지역 주민, 소비자 간의 상호이익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 저희 농협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로마트나 농산물직거래장터 등은 지역 소비자들과 농민들의 생산물이 교류되는 장입니다.


농협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조직입니다.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 농협 같은 경우에는, 예를 들어 독감예방주사 사업이라든지 햇쌀이 나오면 소비지 농협으로서 소비촉진을 위해 연계사업을 하기도 합니다.


조합원 자녀 장학금 지급이라든지 비료 무상지원, 농기계 구입 보조 같은 영농자재 지원 사업, 지역의 노인과 불우이웃시설 원조, 여성과 여성대학 운영 등도 지역민들에게 농협이 할 수 있는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죠.


제가 도봉구청의 체육회 이사도 맡고 있고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이기도 하고요, 지역을 위해 여러 가지 봉사를 하고 있고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 현 정부에서는 농협을 개혁하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농협개혁안이 나왔고 금년 내로 마무리 짓겠다는 얘기도 하고 있습니다.
조합장도 비상임직이 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계속 선임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임기 4년의 연임가능으로 바뀔 것입니다.


신용과 경제부문을 분리하려고 하지만 그리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서울지역의 농협은 거의 신용사업위주로 운영되는데, 분명 경제부문의 어려움 때문에 신용부문에서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처럼 각종 예금, 대출, 보험 사업들을 통해 경제부문의 적자를 계속 보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 분리하면 경쟁력이 없으리라 예상됩니다. 지방에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요. 쉽지 않습니다 .


그럼에도 저는 경제사업 위주로 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판로개척을 위해 지금보다 더 애써야 하고요. 현재 저희와 자매결연을 맺은 10여개 지역의 쌀이라든지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방에 1년에 60억 정도를 지원하고 있는데, 무이자 지원이 대부분입니다. 수확 후 회수하는 방식으로요. 저는 이런 부분에 지금보다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농협인의 정체를 갖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시급히 필요하다고 보시는 사업은 무엇인지요?
농기계창고가 필요합니다. 농기계창고 건축을 예정하고 있는데요, 조합원이 가장 원하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농기구나 농자재 보급이 원활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비닐 같은 것은 여름철 성수기 때 적기에 보급해야 하고 봄이나 가을 같은 비수기 때는 비축해 둬야 합니다.

 

트랙터 등도 보유, 보관했다가 성수기 때 공급하는 방식이 필요한데 농기계창고를 갖춘다면 좋을 것입니다. 비료 보조나 보급 등에서도 아직은 미약한 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좀 더 확대해야 합니다.


또 해 보고 싶은 일은 전업농을 위해 건강검진 같은 사업도 해보고 싶습니다. 더 장기적으로 보자면, 농사짓는 분들을 위해 실버타운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도 있습니다. 미래의 농업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저는 농업이야말로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보다는 더 기계화되고 소규모 영농이 아니라 규모를 더 갖추고 영농조합을 더 새롭게 해서 고급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일이 필요하겠지요.


현재도 직거래장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설이 쉽지 않은 편입니다. 물량이 일정하지 않게 공급되니까요. 그러나 농협브랜드라는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과도 좋고 호응이 좋은 편입니다.


저 역시 지방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원래 도봉동에 고조부터 모신 가문 묘지가 있었는데 이를 지방으로 옮기면서 거기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터도 마련했습니다.


박 감사는 선대 때부터 삶의 터전이 됐던 도봉동 지역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도봉1동 산악회 회장이기도 한데 약 10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전국의 산을 오른다. 농사와 산, 자연을 벗 삼는다는 것이 그에게는 낯설지 않은 듯하다.


12월 조합장 출마를 일찌감치 선언한 후 현재는 원로 조합장과 조합원들을 만나 농협의 과거 연혁을 되짚어가며 청취하는 일을 하고 있다.

 

조합장 출마의 계기를 묻는 질문에 조합의 발전을 이루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려 농협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고 했다. 출마 예상 타 후보들과 차별되는 장점으로 가장 젊고 생각이 진취적인 점을 꼽았다.


박 감사는 자식 농사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1남 1녀 모두 내놓고 자랑하고 싶은 듯했다. 최근에 아들이 서울대에 합격한 얘기를 할 때는 자식 농사 잘 지은 뿌듯함과 자부심이 그 얌전한 얼굴에 그득했다.  


박향자 기자

 

 


박 원 기 감사
- 1959년생
- 도봉동 영농회장
- 북서울농협 대의원
- 도봉1동 산악회 회장
- 도봉로터리클럽 회장(2007~2008)
- 도봉구 체육회이사
- 도봉동사무소 자치협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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