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11. 04.
세종시 논란 유감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박근혜 대표를 설득할 것이 아니라 충청도민과 대통령을 설득해야 ”
11월초인데 날씨는 점점 추워가고 겨울나기에 걱정인 서민들과는 그다지 상관없어 보이는 세종시 문제로 정치권은 연일 뜨거운 논쟁 중이다. 어떤 정치인은 세종시 문제를 놓고 국민투표까지 거론하는 것을 보면 중요하긴 중요한 문제인가보다.
누차 강조하지만 이 나라의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총리나 그 밖의 참모들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며 정책의 판단과 결정권자는 대통령이고 최종 책임자도 대통령이다.
한글을 창제하신 분은 세종대왕이시지만 직접 만드신 것이 아니라 그 시절 학자들이 만든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경부고속도로도 주변 참모의 의견을 박정희 대통령이 받아들여 주변의 반대를 뿌리치고 건설한 것이다. 지도자의 결심에 의해 역사에 남는 큰 사업이 영원히 국민에게 남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지금 보여주는 여여간의 세종시에 대한 논란도 대통령의 결심을 위한 과정이라고 이해하고 싶지만 너무 오래 끌면 그야말로 콩가루집안으로 전락하고 자칫 분당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연출할지도 모를 일이다.
세종시는 前(전)정권의 작품이다. 충청표를 의식했던, 다른 위대한 뜻이 있었던 간에 이미 지난 정부에서 건설을 시작해 상당부분 진척된 사업을 다시 되돌리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와중에 정운찬 총리는 박근혜 전대표를 설득해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이상한 말을 했다.
이는 원칙을 중시하는 박전대표가 세종시는 원안+알파를 해야 한다고 미리 선을 그은 것을 의식해 박전대표를 설득하면 무난히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믿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이른바 친박계 의원들의 화를 부추겼다.
만약에 정부가 세종시 문제를 수정하려면 정총리는 우선 충청도민 특히 연기와 공주지역 주민들과 자유선진당을 설득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어야 마땅하다.
박 전대표는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예견한 것처럼 미리 선을 그은 상태에서 총리가 마치 박전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의 걸림돌이 되는 것처럼 발언해 버렸으니 이 문제는 이제 이명박대통령에게 공이 넘어가버렸다.
이 대통령은 급기야 지난2일 오전 정몽준 대표와 긴급 회동해 세종시문제는 ”숙고해서 대화로 풀자”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더 이상 누구와 상의하거나 시중의 논쟁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은 그가 역점을 두는 4대강 준설사업(어쩌면 경부고속도로처럼 역사에 남을지도 모를 위대한 사업)에 중점을 두어야지 지난 정권에서 결정된 일을 가지고 여여분열이나 여야간 투쟁, 그리고 충청권 주민의 반대가 극심할 것이 뻔한 문제로 국론을 낭비할 시간이 없다.
세종시로의 정부부처 이전이 국무회의나 국회일정 등에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말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미 우리나라는 정보화사회에 접어들어 국무회의는 얼마든지 화상회의도 가능하고 정 급박한 경우 헬기를 띄워 단체로 이동하면 되고, 국회일정에 맞춰 장관들의 귀한시간을 뺏기는 것이 두려우면 국회의원들이 세종시로 출장가든지, 국회를 세종시로 아예 옮기면 될 것이다.
우리역사에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 바로 세종대왕이다. 그 분의 이름을 따서 만든 세종시라면 그만큼 중요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이제와서 세종시 문제를 되돌린다면 세종시라는 이름 자체도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이는 세종대왕에 대한 무례한 처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