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11. 12.
관악구와 결혼한 “오월의 신랑” 서울특별시의회 오 신 환 의원
“연극에서 관객이 주인인 것처럼 정치도 내가 아니라 주민이 주인,
정치는 기본적으로 소명과 열정을 가진 이들이 해야 하는 것이다”
오신환(39) 서울시의원에겐 특별한 경력이 있다. 연극배우. 1994년 개원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1기 졸업생이다. 동기로는 배우 장동건과 이선균이 있다. 극단 연우무대에서는 배우 송강호를 만났다. 이선균과 송강호 씨는 홍보영상 출연을 통해 오 의원의 시의원 당선을 도왔다.
시의원 출마를 아내는 반대했다. 대학시절부터 올랐던 무대 인생 12년을 정리하고 전혀 다른 세계의 무대에 올라있는 그에게 궁금했던 건 두 무대가 어떤 지점에서 맞닿을 수 있는가였다.
“본질적인 행위는 닮았습니다. 무대에 서고, 대중 앞에 선다는 행위에서는 다만, 연기할 때 적은 없었지만 정치는 적이 생긴다는 점이 다르더군요.”
- 부친이신 오유근 의원은 3대(1991~1995) 서울시의회 부의장을 지낸 분입니다. 연극원 입학이나 배우생활에 대한 반대는 없으셨습니까?
반대하셨죠. 가정교육에 매우 엄격하셔서 늘 아버지가 어려웠습니다.
연극하면서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연기를 하는 동안 제 자신을 다시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극과정, 동료들과 몸을 부대끼며 함께 뭔가를 만들어가고 풀어나가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연극원에 들어가 전문연기자로 업을 삼을 결심을 했고 대학원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전문사 과정에 입학도 했습니다. 영화계 진출도 시도했지만 진척이 잘 안됐습니다.
한편으로 공허함을 계속 느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직업으로서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라는 정체와 진로에 대한 고민이 쌓여갔습니다. 아버지의 선거일을 돕게 된 계기로 이 길에 접어들었죠.
애초 오 의원의 대학 전공은 토목공학(건국대학교)이었다. 입학하자마자 연극동아리에 가입했다.
문선대로서 농활도 다니고 당시 우루과이라운드 반대 시위에도 참여했다. 한편으로 연우무대 극단 오디션에 합격해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다. 체계적인 연기 교육도 시작했다.
“당시 시대상황도 그랬고 젊었기에 시대와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제 자신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우리의 연극을 보고 관객들이 변화되고 행복해지길 꿈꿨습니다.”
오 의원의 블로그 이름은 ‘5월의 신랑’이다.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질문했다.
“황지우 시인의 희곡 <5월의 신부> 연극에 참여했던 적이 있습니다. 광주 얘기를 다뤘던 작품입니다. 제가 출마했던 지방선거일이 2006년 5월 31일 이기도 했습니다. 관악구와 결혼한다는 의미도 담아서 제 블로그 이름으로 삼았습니다.”
오 의원의 블로그에는 가수 고(故) 김광석에 대한 그리움도 담겨있다.
오 의원의 행적을 더듬어볼 때 소속 정당(한나라당)의 정체와 묘한 어긋남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음은 반동적이고 저항의식을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의회는 의원들의 소속 정당을 떠나 주민들의 대표로서 실질적이고 현실에 밀착된 사안을 다루는 곳입니다. 소속 정당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감성과 이성의 조화, 수리·통계에 강하다
- 또한 블로그에 경제경영서적이나 자기계발서에 대한 리뷰를 집중적으로 쓰셨습니다. 특별히 이 분야에 약하다고 생각하시는 건지요?
전혀 아닙니다. 원래 토목공학을 전공할 정도로 과학적이고 수리·통계 부분에 강한 편입니다. 분석해 문제를 찾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 11월 서울시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시의 교원인사 정책의 불합리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현황 통계를 내고 분석해 그래프로 표현한 결과 문제점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날 수 있었습니다. 계량화해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방식에 관심이 있고 능력을 갖고 있는 편입니다.
오 의원이 지적한 서울시 교원인사 정책의 불합리함은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중학교 교사가 고등학교 교사로 전입한 비율이 높았던 최근 5년간의 통계를 통해 드러났다.
오 의원의 지역구인 관악구의 고등학교도 포함됐다. 고등학교 교사는 해당 학교에서 5년 이상 근무 후 타 학교로 전보되는데 교과별 수급현황에 기초하여 생활근거지, 희망근무지에 따라 정해진다.
근거리, 희망학교 우선 원칙이다 보니 지역 내 순환이라는 폐쇄적 구조이다. 지역 간 교원 이동이 이뤄지기 힘들다. 특정교과의 교사가 부족할 경우 중학교 교사가 고등학교 교사로 이동한다.
이 비율이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집중된다는 점을 오 의원은 통계를 내고 그래프로 만들어 시각화했다. “지역간 순환전보로 전환될 필요가 있습니다. 수요자 요구에 맞춰야 합니다.”
- 이런 성향을 가지고 계신다면 연기보다는 연극 제작자가 더 맞는 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라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절제하는 성향이 강했습니다. 연기란 닫혀있던 자기를 깨고 자유롭게 드러내고 표현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연극원 시절에도 다른 학생들보다 저에게는 이 작업이 더 어려웠습니다.
정치는 이성적 집단이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 저에게 맞는 분야로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편안해진 면도 있습니다.
전반기 때는 행정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습니다.
후반에 와서 교육문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서울시 문화정책과 서울문화재단, 세종문화회관 등이 위원회의 소관 기관입니다.
최근에 서울시 문화 정책 중, 예를 들어 대학로 부활정책과 관련해 연극계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습니다.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된 때가 2005년입니다.
약 109개 정도의 소극장 중심의 밀집지역을 관리 육성하고 특성화지구로 발전시킨다는 게 지정 취지였는데 임대료가 상승하고 주변 지역이 상업화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상가 소유자 등이 업종제한을 해제해달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책적 실패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서울문화재단이 극단 직접 지원으로 변화를 꾀했습니다. 연초에 공모를 해서 지원작 선정을 합니다.
그런데 극단 쪽에서도 선정에 탈락되면 아예 공연을 올리지 않습니다.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간접 지원과 인프라 지원 쪽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서울시가 공간을 임대해서 좋은 작품을 유치하고, 운영은 극장주가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리스크를 함께 나눠야 합니다. 소규모 영세 극단들과 대규모 뮤지컬이 제작되는 지금의 양극화된 트렌드를 바꿔나가는 겁니다. 더 나아가서 배우들에 대한 복지제도도 확립해야 합니다.
수년간 논의만 하고 현실화되지 못하는 상황인데 배우들이 생활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오 의원은 세종문화회관 소속 예술단 평가의 필요성도 피력했다. 예술단원들이 정년 보장된 샐러리맨이 돼가는 현재의 예술단 조직과 운영을 비판했다. 역동적 조직이 되기 위해선 평가를 통한 경쟁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노조의 유연한 사고도 당부했다. 막대한 예산과 출연금, 세금이 투여된 예술기관으로서 예술단의 퀄리티를 높이고 예술가들이 선망하는 곳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에게 인정받는 대중성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오 의원은 서울시가 컬쳐노믹스를 표방하며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작년 한 해 서울시 문화국에서 집행하는 예산이 약 4천 3백억 규모였습니다. 문화란 시민들의 문화적 소양 향상과 함께 가야 하는 것이고 무형의 사업으로서 결과를 가늠하기가 힘든 영역이지요. 따라서 서울시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담당 공무원들의 전문화, 더 정확하게는 전문가들이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교육문화위원회 위원으로서
“관심 사안인 문화부문을 살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교육부문에서는 교육격차해소에 신경쓰고 있습니다. 제 지역구인 관악구는 교육환경이 열악한 편입니다. 교육시설 개선에서는 상당한 진척이 있었지만, 교육여건이라든지 교원인사 정책 등에서는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좋은 학교 만들기 자원학교 사업’은 시설비 투자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여건이나 학업성취도 같은 측면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에서 펼치는 일인데 자원신청이라는 학교측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지정될 경우 일이 많아진다고 생각하는지 지원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전교조에서도 반대했고요.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배정돼야 하는데 다른 지역으로 지원이 가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방과후 학교라든지, 체험학습, 학부모 동반 학습 기회 등이 주어지는데도 기피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올해부터는 강제지정으로 변경했습니다. 학부모들의 지지가 많았습니다.”
- 공무원들과의 협력은 잘되는 편입니까?
시청도 그렇고 구청의 공무원들 모두가 전문가들입니다.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의원들은 지역주민의 대표로서 그분들께 질의하고 견제하는 것입니다. 공부도 하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 합니다.
구와 시 공무원의 역량이 약간은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기초단체의 경우 능력 위주의 인사가 잘 이뤄지지 않는 듯합니다.
광역단위로의 인사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젊은 공무원들에게 자치구와 자치구 간의 인사교류라든지, 자신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순환보직, 인사정책이 이뤄진다면 좋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행정구편 논의는 타당한 면이 있다고 봅니다.
이미 생활권이 기초단위를 넘어선 거 아닙니까? 광역단위로 행정이 이뤄지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변화를 주는 것이 맞습니다.
- 자치단체 의원들이 일부 이해관계자들만의 민원 해결사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산을 다루고 감시하는 역할을 의회의원들이 해야 하는데요.
경제적 자립 없는 지방자치제도는 의미 없습니다. 지역구에 서울시의 사업이라든지 예산을 유치해오는 일을 의원들이 해야 할 가장 큰 일로 보는 게 현실입니다.
서울시 전체의 교육, 문화정책 보다는 지역에 함몰돼 치우치는 경향이 많습니다.
자치구간 격차라든지 불가피하게 정당간의 갈등으로 인해 예산 배정에 갈등이 생기는 것도 힘든 일 중의 하나입니다.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도 하지만 협력기관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 앞으로 어떤 행보를 계획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정치가로서의 꿈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지 않습니다. 나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쫓을 생각은 없습니다. ‘나 아니면 안 된다’ 식의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닌 듯합니다.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합니다.
정치인은 지금의 소선구제 하에서라면 2등으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절대적인 것은 없습니다. 학생시절에 여행을 좋아해서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인도여행에서 배운 점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절대적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곳에서는 절대적이지 않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내년의 계획이라든지 어느 것도 절대적으로 삼는 것은 없습니다. 단,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여전히 아버지께서 조언을 많이 해주시고 모니터도 해주십니다. 아버지는 관악구의 지역인사이십니다. 아버지께서 제게 갖는 관심은 감사하지만 때론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제겐 아버지가 극복하고 넘어서야 할 대상이기도 합니다.
오 의원이 남은 임기 동안 관심 기울이는 부분은 지역구인 관악구의 교육문화부문인 듯 했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이기도 하다는 관악구에 지난 9월 제1회 국제재즈축제(국제재즈난장2009)를 유치했다. 서울시와 공동주최한 축제였다.
내년 2회 개최도 확정했다. 주민들의 호응이 컸다고 한다. 또한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어린이 창작놀이터’를 관악구에 유치했다.
문화시설과 교육문화 콘텐츠를 개발함으로써 어린이들이 보다 선진 문화 환경에서 자랄 수 있기를 희망했다.
한편으로 관악구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환경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43%를 차지하는 자연녹지를 바탕으로 자연생태도시로서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의 남은 임기는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 데 바쳐질 듯 했다.
지나칠 정도로 흐트러짐 없는 인터뷰였다. 그는 시종일관 부드럽지만 격식을 갖춘 말투와 자세로 인터뷰에 임했다. 그의 블로그에서 그 자신이 던진 질문,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어떤 캐릭터로 기억될까’를 반문했다. 어려운 질문이라고 웃었다.
“연극에서 관객이 주인인 것처럼 정치도 내가 아니라 주민이 주인인 정치를 하겠습니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소명과 (경험보다는)열정을 가진 이들이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를 오래하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게을리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느 때는 나로 인해 도움을 받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분명 보람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적도 생기는 일입니다. 정치란 잘 맞는 사람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힘들지만 보람있고 재미있는 일입니다.”
오 의원의 연구실 책상 주변에는 바닥에도 문서들이 쌓여있었다. 분류해 놓은 듯한 문서들 사이로 겨우 드나들 정도의 길만이 나 있었다.
새로 올라선 무대에서 주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주어진 역할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장면이었다.
박향자 기자
오신환 의원
◆1971년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졸업 (정치학석사)
◆서울특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부위원장(2006~2008)
◆서울특별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 위원(현)
◆한나라당 전략기획본부 기획위원회 위원
◆관악구 택견연합회 회장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지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