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11. 18.
國格(국격)을 높이려면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 국민과의 약속이 바로 법이다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법을 준수하는 일이 국격을 높이는 초석이다”
최근 일본 중학교 동창들이 해외여행을 위해 수년 동안 계획을 세워 한국 부산에 관광차 왔다가 화재로 인해 단체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화재는 늘 있는 일이지만 외국인들이 한꺼번에 10여명 사상한 사건에 한국인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안타깝기 그지없으며 사망자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어마지 않는다.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고 한다.
곧 20개국 정상회담도 서울에서 열린다고 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나라 망신살 이 보통일 아니다.
사실 어떻게 해서 우리나라가 그렇게 높은 점수가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굴지의 회사들 덕분이지 우리 정부나 정치인 그리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따질라치면 훨씬 못 미칠 것 같은데 경제수치에 의해 나오는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세계 10위권 국가의 국민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은 영 개운치 않다.
얼마 전 국회 안경률 의원이 자신의 10여년 국회의원 경험을 토대로 우리 대한민국이 고쳐야 할 점을 지적해 책을 출판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안 의원은 이책을 통해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진정한 세계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격을 높여야 한다고 설파했다.
3번의 국회의원을 하면서 정부의 무능과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보면서 이런 끔찍한 참사를 예견하고 국민과 정부, 그리고 공직자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격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국격이라는 것이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 듯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인가? 참 어려운 일이다.
이른바 큰 정치인들은 대권 놀음에 빠져있고, 정권을 잡고 나면 자기 임기에 뭔가 큰 업적을 남기기 위해 엄청난 국민세금을 쏟아 부어댄다.
국회의원들이나 자치단체장들은 공천 줄서기에 바쁘고, 고급 공무원들은 실력이나 능력에 관계없이 어느 줄에 섰느냐가 진급을 좌우하고, 이른바 걸리면 재수 없다는 법은 무시당하기 일쑤고, 지방자치가 시작한 후로는 떼법이 우선이며, 외국인들은 야간에 택시타면 얼마를 바가지 써야 하나를 걱정해야 하는 나라다.
오죽하면 국회의원이 自費(자비)를 들여 국격을 높여야 한다고 목청을 높일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국격을 높이려면 우선 윗사람부터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法(법)은 일종의 약속이다.
나라의 헌법을 비롯한 자치단체의 조례까지 큰 법 작은 법 할 것 없이 윗사람들이 공평무사하게 적용하고 먼저 지킨다면 국민은 불평없이 따른다.
그러나 권력형 비리가 사라지지 않고, 국민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굳게 믿고 있는 한 국격을 높이는 첫 단추를 끼우기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이 내건 국민과의 약속, 공무원들이 지켜야할 기본적인 책무가 우선해야 함은 물론이다.
조금 편하려고 현장에 나가보지도 않고, 조금 아는 사이라고 불법을 용인해주고, 설마 무슨 일이 있겠느냐 조금 근무하다가 다른 곳으로 갈텐데 그때까지만 별일 없으면 된다는 무사안일이 팽배한 공직사회 분위기로는 국격을 높이기 어렵다.
대통령에서 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을 국민이 느끼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국민이 따르고 국격은 차츰 올라가 된다. 약속을 지키는 사회풍토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후세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진정한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