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11. 27.
국민세금을 물 쓰듯 쓰는 나라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 남의 돈을 내돈처럼 쓰는 사람들 한번쯤은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
최근 성남시가 3222억원짜리 호화청사를 개청했다.
직접 가서 보진 못했지만 들어간 돈을 보니 꽤 잘 지었을 것으로 보인다. 왜 청사가 그렇게 웅장하고 멋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이 참 가관이다.
연초에 돈을 다 써서 요즘은 조금 덜하지만 연말만 되면 멀쩡한 보도블럭 다 뜯어내 새로 까는 것은 기본이요, 어느 단체장은 자기 부인이 재단이사로 있는 곳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예산을 책정하고, 도대체 어디다 쓰는지 알 수 없는 단체장들의 판공비는 일년에 일억원에 가깝고,
건축 관련 공무원들은 업자들과 어울려 골프치고 심지어 접대성 고스톱까지, 무슨무슨 賞(상) 받는데 들어가는 뒷돈도 국민의 세금으로, 다 얘기하자면 숨이 찰 지경이다.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수조원을 퍼 붓고,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을 만들어 기업에 특별 지원금 줄 생각하고,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에 뭐라도 하나 더 세우려고 서로 예결위에 들어가려고 안달이다.
어느 지자체의 세금고지서를 보면 “구민 여러분의 값진 세금 구민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겠습니다.”라고 상단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정말 눈 가리고 아옹이다. 차라리 그런 말 하지 말고 국민들이 모르거나 안 들키게 쓰면 속이나 상하지 않겠다.
국가예산은 300조에 달하고 각 지자체의 예산은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달한다.
이 많은 돈을 내는 사람은 물론 국민이다.
국민이 직접 내는 세금도 있지만 과자 부스러기부터 식당에서 밥 먹는 것까지 세금이 붙어 있으니 국민은 그야말로 봉이다.
물론 나랏일 하는데 국민의 세금은 필요하다.
고급승용차도 필요하고 운전기사에 신용카드까지 국민을 위해 일하는데 쓴다는데 누가 말리랴.
국민이 월급 꼬박꼬박 주고 거액의 판공비를 주는 이유는 도둑질 하지 말라는 뜻일 터인데 수십억씩 챙기다 덜미가 잡혀 구속되는 단체장과 의원들은 운 없게 나만 걸렸다는 재수타령이나 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렇다고 세금을 안 낼 수도 없고, 무인도에 가서 혼자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 국민만 딱한 노릇이다.
이제 연말이면 정부를 비롯한 각 지자체의 내년 예산이 결정된다. 그 내용을 하나하나 따지고 싶지도 않다.
그저 공직자들의 양심에 맡길 뿐이다. 자기 임기 중에 국민의 세금을 쓰는 것은 국민이 준 권한이기 때문에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도대체 나라가 어디로 갈지가 염려스러울 뿐이다.
요즘 물 값도 많이 올랐다. 세금이 오르니 물 값도 당연히 오르겠지만 남의 돈을 내돈처럼 막 쓰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이라도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 같다.
내년이면 선거가 있고 당선되면 다행이지만 낙선되면 물쓰듯 쓰던 “저 돈이 다 내돈인데 아이구 아까워라.” 얼마나 속이 상할까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