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12. 04.
성동격서(聲東擊西)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싸워봐야 서로 피만 흘리고 결국은 진행될 일들을 시간을 끌면 그만큼 국격만 떨어지고 국민만 피곤해 ”
대통령을 비롯한 총리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설명보다는 세종시 문제를 더 많이 언급하고 있다. 세종시는 분명 前(전)정권에서 여야합의로 끝난 상황인데도 대통령과 총리가 번갈아 가며 계속 문제를 삼고 있다.
정작 국가 예산이 많이 들고 이번 정권의 핵심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방어적 입장이고 세종시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을 보면 성동격서란 말이 떠오른다.
성동격서(聲東擊西)는 동쪽을 공격한다고 소리 질러 놓고 실제로는 서쪽을 공격한다는 고사성어다. 요즘 세종시 이전문제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여야의 攻防(공방)을 보면 딱 그 모양으로 보인다.
세종시는 충남 공주와 연기를 합해 만들고 있는 행정중심 복합도시다. 정부 측 주장은 이 도시가 自足(자족)기능이 부족하고 행정부가 대거 이동하는 수도분할이니 원안을 대폭 수정해 교육과학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야당 측과 플러스알파를 주장하는 여당내 친박 측은 여야합의를 통해 법으로 정한 사업을 정권이 일방적으로 바꾸려 한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무엇이 진정으로 충청도민과 국가를 위해 옳은 일인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상의해야할 사안임에도 서로 상대를 헐뜯기만 하고 진지한 대화 할 생각을 하진 않는 것을 보면 저들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보다 4대강사업에 주력해야 한다. 세종시와 4대강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자기가 공약하고 추진하는 4대강을 골라야 함이 마땅하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힘들다는 것은 대통령도 잘 알 것이다.
물론 정권을 잡았으니 세 마리 토끼도 잡고 싶겠지만 정국의 흐름이 대통령 맘대로 하기가 그리 쉬운 상황은 아니다.
이 마당에 정부가 관리하는 철도공사 파업까지 겹친다. 파업도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조금 시끄럽게 해 어마어마하게 돈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한 국민의 시선을 피하고 4대강 예산이 국회를 통과할 때쯤이면 합의 할 것이다.
아무튼 이 두가지 문제의 해결책은 어찌보면 너무 쉬운 일이다. 차라리 여야가 합의를 해서 세종시도 그대로 4대강도 그대로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야당의 주장대로 세종시도 건설되고 대통령이 추진하는 4대강 정비사업도 결국 원안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제 정권 3년 남았는데 이번에 바꾸면 다음 정권을 잡은 사람이 가만히 있겠는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앞사람이 하던 일 바꾸기 시작하면 나라꼴이 어찌되겠는가?
이제 그만 합의하라. 세종시는 원안에 이명박 정부의 덤을 추가한 플러스알파, 4대강 정비사업은 차라리 야당은 못본척(?) 넘겨주기를 하라. 싸워봐야 서로 피만 흘리고 결국은 진행될 일들을 시간을 끌면 그만큼 國格(국격)만 떨어지고 국민만 피곤해서 하는 말이다. 성동격서 하다가 자칫 四面楚歌(사면초가)가 되는 수도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것 다 알면서 쓸데없이 시간만 끌고 국민만 피곤하게 하는 스산한 겨울이다.
뻔한 정치놀음에 싸울 시간 있으면 삼국지나 한 번 더 읽든지 아니면 세종시에 큰강을 하나 더 만들 궁리를 하는 편이 낳을 듯하다.
자기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세종시든 4대강이든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되는 일인데 국민이 세금조금 더 내는 편이 낳지 마치 짜고 치는 것처럼 보이는 여야의 으르렁거림과 국민을 담보로 하는 이상한 파업은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