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9. 12. 10.
‘외고폐지’ 과연 옳은가?
대일외고 3년 김 가 영
‘외고폐지논란’은 지난 10월 중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외고 폐지 법안을 제출하면서 그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외국어 고등학교(외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한다면 사교육비에 의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외국어 고등학교 폐지가 사교육비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이 될까?
‘외고 폐지론’의 첫 번째 근거는 외고가 점점 본래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외고 졸업생 중 동일계열로의 진학률이 2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 수치만을 보고 그 취지를 판단할 수 있을까? 일반고와 달리 외고에서는 선택어와 선택어 회화의 이수 시간이 8단위 이상, 영어 과목의 이수시간은 6시간 이상으로 일주일에 외국어를 대략 15단위 정도 이수한다. 이만큼 특목고에서는 어문계열의 교육에 힘쓰고 있다.
어문계열로 진학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취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어문계열로 진출하면 외국어를 보다 잘 활용 할 수 있겠지만, 경영이나 법조계에 진학을 꿈꾸는 학생도 각자의 방향에서 외국어의 능력을 잘 활용할 수 있다.
외고에서 더 많은 외국어 과목을 이수하는 까닭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외국어를 사용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라 할 수는 없다.
또한, 만약 외국어 고등학교의 설립 취지가 어문계열 만으로의 진학이라면, 외고 학생들이 어문계열에 진학하는데 외고생만을 위한 특별한 전형이 마련되어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외고 폐지론’의 두 번째 근거는 외고가 사교육을 불러온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외고에 입학하기 위해 사교육의 힘을 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고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여러 원인들 중 하나 일 수 있다. 하지만 외고가 사교육 조장의 근본적 원인이 될 수는 없다.
외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과연 사교육 열풍이 가라앉을까? 오히려 외고가 사라진다면 사교육 기관들은 외고가 아닌 대학에 타깃을 맞추어 더 극심한 사교육 열풍을 일으키려 할 것이다.
사교육 열풍의 근본적 원인은 우리의 인식 깊이 박힌 학벌주의이지 외고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외고에 진학하는 가장 큰 이유도 외고가 서울 주요 명문대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학벌사회이기 때문에 누구나 명문대에 진학하고 싶어 하고, 이를 틈타 사교육 시장이 성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교육 열풍의 근본적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외고 폐지나 고교평준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대학 평준화를 외치는 것이 더 옳지 않은가?
또한, 그 타깃이 왜 외고에만 머물러야 하는가도 의문이다.
서로 이름만 다를 뿐, 입시 기관화 되어 있는 것은 민족사관고등학교나 과학고, 국제중학교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정작 주요 인사들의 자녀들은 고액과외를 받으며 명문대 진학에 힘들 쓰고 있는데 이는 모순이 아닌가))
물론 외고가 무조건적으로 좋은 학교이며 모든 학생이 외고입학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외고에도 많은 단점이 있고 이 많은 단점들을 고쳐나가야 하는 것은 또 다른 숙제일 것이다.
하지만 마치 외고를 폐지하면 사교육 열풍이 가라앉을 것처럼 주장하며, 사교육의 원인을 외고에게 떠넘기려는 일방적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