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1. 16.


방기곡경(旁岐曲逕)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 우이독경이겠지만 우리정치가 방기곡경에서 정정당당으로 가는 그날까지 목놓아 부르짖으리 ”

 

 


2009년도 이제 일주일 후면 끝나고 새로운 10년이 또 시작된다.


10년 전 2000년이 시작될 때 새로운 밀레니엄이라면서 마치 세상이 다 바뀔 듯 떠들어대던 것 같은데 그때나 지금이나 나라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싸움질하는 양태를 보면 오히려 정치는 후퇴하고 인정은 메말라가고 있으며 같은 나라 말인데도 말은 거칠어지고,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은 물어보지 않으면 뜻을 정확히 알기도 힘들어져 가는 시절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우리 인간들의 모습도 조금씩 변해간다. 나이 어린 친구들이야 빨리 나이들어 어른이 되고 싶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해 놓은 것도 없이 나이만 드는 것 같아 왠지 불안하고 늘어가는 주름살에 서러움마저 드는 것이 또한 요즘이다.


필자 같은 보통사람들이야 먹고사는 일이 바쁘니 세월의 유수를 탓할 시간도 없다지만 그래도 나라를 이끌어가는 정치권은 10년이 지나면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터인데 오히려 후퇴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일전에 조선일보 사설을 보면 4대강 예산이 국가 예산의 1,7%밖에 안 되는 데 왜들 난리냐는 식의 논조를 읽었다. 필자는 우선 4대강 준설 사업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 사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정권을 잡은 측의 핵심사업을 야당이 발목잡는 것에 찬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의 적정성을 떠나 자기들이 정권 잡으면 괜찮고 남이 정권을 잡으면 발목잡는 것도 보기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의 밀어붙이기도 반대한다. 4대강 사업은 대통령 공약사업이며 나라에 돈만 있다면 다른 강도 준설해서 보기도 좋고, 식수난도 해결하고 배도 띄워 관광수입도 올려 지방정부의 자립을 기한다면 누가 말리겠는가? 그러나 지방자치 예산은 빼더라도 국가예산이 300조에 육박하기 시작하는 내년에 1.7%(5조원)고 사업이 본격 시작되면 수십조원의 세금이 투입 될 것은 명약관화인데 그까짓 1.7%라는 식의 논조는 곤란하다.


어차피 국가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고, 국민을 대신해서 세금이 잘 쓰이고 있는지를 따지는 역할은 국회의원에 있으니 밉든 곱든 정부는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이 과정에서 여·야간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상생의 정치가 필요한 것인데, 정치는 실종되고 밀어붙이기만 있으니 2000년 하고도 10년이 다 되는 시절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국민이 내는 막대한 세금을 물 쓰듯 쓰는 사람들과 이를 지적하고 올바르게 인도해야할 언론이 5조원 정도를 우습게 아는 것에 놀랍고, 그런 막대한 예산을 제출하면서 국회의원들 설득이 안 된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그렇다고 단상을 점거해 또 싸움판 한판 벌려 이단옆차기를 세계에 널리 알리려는 야당의 의도도 유감이다.


돈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고 야당을 진솔하게 이해시키려는 자세가 결여돼 있는 정부여당과 야당 정치권을 향해 최근 교수들이 금년의 사자성어를 방기곡경(旁岐曲逕)으로 정했다고 한다.


올 한해 한국 사회의 모습을 비유한 사자성어로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을 뜻하는 말이다.


군자대로행이라 했는데 다수의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방기곡경으로 정했다면 정치인들이 정도를 가지 않고 얄팍한 수로 가고 있음을 적절히 비유한 말이다.

 

큰길이 있음에도 사잇길로 간다거나, 상대를 벼랑으로 몰아 같이 죽자는 식의 이런 지루한 싸움도 결국 시간이 해결하겠지만 매사에 싸움으로 해결하는 식이라면 더 이상 정치에 대한 기대는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현재의 정치상황을 볼 때 10년이 또 지난다 해도 전혀 바뀔 것 같지 않아 보이고, 사람 몇 바뀐다고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우리정치, 비록 우이독경이겠지만 방기곡경(旁岐曲逕)에서 正正堂堂(정정당당)으로 바뀌는 그날까지 필자는 그저 목 놓아 부르짖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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