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1. 24.
무릎 꿇은 총리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지난 월요일자 조간신문에서 정운찬 총리가 충청도를 찾아 세종시 수정안을 설명하면서 村婦(촌부)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고 촌부는 고개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았다.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일국의 총리가 시골까지 달려가 무릎까지 꿇어가면서 잘못을 빌어야 했는지, 과연 저런 행동이 총리로서 格(격)이 맞는 행동인지 한 週(주)를 시작하는 월요일부터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남자가 언제 무릎을 꿇는가? 철없던 학창시절 선생님에게 불려가 야단을 맞을 때도 차라리 몇 대 맞으면 모르지만 무릎까지 꿇리는 일을 당하면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반성보다는 적개심이 들게 마련이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나 반대하는 부모님을 찾아가 무릎 꿇고 사정할 때도 결혼이라는 특별한 것을 이루기 위한 것이지만 약간의 수치심이 들게 마련인데,
총리까지 오르신 분이 저렇게 무릎을 꿇을 정도면 뭔가를 꼭 이뤄야 되겠다는 다짐의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지만 그런 모습을 지켜봐야하는 국민의 마음은 영 편치 않다.
一國(일국)의 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다. 대통령이 유고시는 바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어마어마한 자리기도 하다. 그러나 임명권자의 뜻에 따라 국정전반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그리 자유롭지 못함 또한 현실이다.
정 총리는 경제학자 출신이고 서울대학교의 총장을 지낸 분이다.
나름대로 자기분야에서는 성공을 거둔 분이고, 지난 정권에서 대통령 후보에 거명되었을 정도로 정치적 감각도 있는 분으로 알고 있다.
정 총리의 과거를 전 부 알 수는 없지만 저런 분은 한 번도 남에게 무릎을 꿇지 않고 오직 자기 실력대로만 살아왔을 것 같은데 신년벽두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세종시 문제는 그가 무릎을 꿇을 일이 아니다.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만약에 충청도민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서라도 약속을 파기하려면 그 당시 세종시를 공약한 노무현전대통령과 이에 합의 한 박근혜전 한나라당 대표,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 이를 한 번 더 확인해준 이명박 대통령이다.
정 총리가 당시의 당사자도 아니면서 무릎까지 꿇어가면서 세종시 문제를 수정하려면 야당과 박전대표에게 먼저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모습이 나을 뻔 했다.
한 나라의 총리가 무릎을 꿇으려면 일본국 총리가 우리나라 국민에게 무릎을 꿇어가며 과거의 잘못을 반성한다면 우리 국민의 마음이 눈 녹듯 녹아내릴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총리가 세종시 문제로 국민 앞에 무릎꿇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진정성이 엿보이지 않는다.
정 총리의 마음에는 이 방법이 진정으로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어필하는 방법이라 믿었는지 모르지만 이미 글로벌화 된 세상에, 정부가 자랑하는 G20세계 정상회담이 곧 우리나라에 열리는 시점에, 세계인 앞에 한국총리가 국민앞에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과연 국익에 도룸이 될지 의문이다.
총리가 무릎을 꿇는 다는 것은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뜻이고 그렇게 해서라도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총리의 굳은 의지의 표현이라면 세종시 문제는 국회의 이단옆차기가 난무하는 물리력이 아니면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촌부에게 무릎 꿇는 총리의 결의에 찬 모습을 국회가 봤으니 큰 싸움 날일만 남았다.
힘을 합해 국격을 외쳐도 모자라는 마당에 마치 지진처럼 느껴지는 처절한 싸움판이 기다린다니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