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1. 28.
소방청렴과 시민행복 지킴이 성북소방서 조 남 승 서장
마음의 거울을 수시로 닦아 먼지 낄 틈을 주지 않는 훈장 선생님 같은 사람
현장에서는 악바리, 봉사에서는 누구보다 앞서는 이 시대의 진정한 청백리
성북소방서 조남승 서장은 달변이다. 유교경전을 많이 읽어서인지 아는 것도 많아 보이고 서예를 해서인지 얼굴도 마음도 맑아 보인다. 조서장은 목소리 또한 크다. 목소리가 크고 말을 많이 하면 직원들이 싫어 할 듯 하지만 성북소방서 직원들은 하나같이 그를 존경하고 따른다. 그의 말은 버릴 것이 없으며, 그의 큰 목소리는 현장에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사고가 승리자를 만든다는 그의 신념에서 소방관들의 글을 모아 정행심경이란 제목으로 벌써 4권의 책을 발간했다. 소방대원들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것인가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그런 사람들이 시간을 쪼개 책을 4번이나 냈으니 조서장의 직원사랑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공직자의 청렴을 남달리 강조하는 조서장과 신념대담을 하기로 한다.
- 소방관을 지원한 동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예, 처음에 소방관을 지원할 때는 뭐 특별한 뜻을 가지진 않았고요, 그저 안정된 삶을 위해 막연히 공무원이 되고자하는 생각으로 1976년 12월에 군 전역을 하자마자 한 달여 만에 법무부 출입국 관리직에 응시를 했는데 보기 좋게 낙방을 하고 말았죠.
그리고 이어서 바로 서울시 소방공무원시험에 합격해 1977년 5월에 임명되었습니다. 사실 검찰, 세무, 행정직계열의 시험이 가을까지 계속 시행될 예정이어서 고민을 좀 했었습니다만 촌놈이 서울 와서 그냥 물밥 사먹고 있을 수 도 없는 터라 일단 소방에 들어가 타 직렬 전직시험에 대비하고자 하였죠.
그런데 직업도 하나의 인연인 것 같더라고요. 초임시절 선배들과 함께 사고현장에서 숨이 멎어진 요구조자에게 인공호흡을 하는데 숨을 길게 내쉬며 희미하게 눈을 뜨더니 금 새 눈동자가 맑아지면서 제 눈과 마주치게 되었어요. 그 순간 가슴 벅찬 희열감과 함께 군대생활 때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육군 3사단에서 유치원통근버스운전병으로 복무를 했는데 저녁때 유치원생을 데려다주고 귀대하는 중에 급류가 흐르는 깊고 넓은 농수로에 인형 같은 게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차를 급히 세우며 확인해보니 어린아이였어요.
군종병과 같이 가슴까지 닿는 수로에 뛰어 들어가 인양을 하여 인공호흡을 실시하자 물을 토해내며 숨을 쉬기 시작함과 함께 검푸르게 변해있던 피부도 살색으로 돌아오면서 살아났어요. 그날부터 제대할 때까지 아침저녁으로 그 아이의 부모님 두 분이 함께 나와서 인사를 꼬박꼬박하시더니 제대할 때는 또 선물까지 주시더라고요.
그 생각이 문득 떠오르면서 어디가나 다 같은 공무원인데 직업을 통하여 좋은 공덕을 쌓을 수 있는 소방을 천직으로 삼자는 굳은 결심과 함께 청춘을 소방에 불살라 어언 30년이 훌쩍 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 첫 근무는 어디서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77년 5월에 용산소방서로 발령을 받아 3단계의 승진시험에 계속합격하면서 간부직급인 소방위로 승진함과 동시에 13년 만에 용산을 떠나게 되었죠. 그 다음부터는 시험승진제도가 없어 심사를 통해 승진을 거듭하면서 소방학교 교관생활과 서울의 여러 소방서를 두루 거치면서 진정으로 영원한 소방인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기억에 생생한 사건들이 너무나 많아서요. 그러나 몇 가지만 말씀드린다면 우선 삼풍백화점붕괴 사고, 지하철 7호선 침수 사고, 미아4동 건물가스폭발 사고, 아셈회의 및 월드컵안전대책 등 수많은 현장에서 숨 가쁘게 작전을 수행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네요.
그리고 특수구조대장으로 근무할 때 2002.7.19 성북구 종암동 고려빌딩건물붕괴사고현장에서 구조작전 중에 시멘트구조물이 제 머리와 왼쪽어깨에 떨어져 여러 부분에 심한 골절상을 입어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은 정말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성북소방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 소방은 업무의 특성상 직업적 연대의식과 결속력이 강하고 직원 간에 화합이 아주 잘 이루어져있음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관내의 저소득가정에 화재가 났다던 가 동료 중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가 발 벗고 나서서 함께 힘을 모아 돕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마음속으로 흐뭇한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우리 성북소방서에서는 2008년부터 전일 당직자가 심성수양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글을 발췌하여 일과시작 전에 아침명상 음악방송을 실시해오고 있습니다.
또 방송내용을 책으로 엮어내어 현제 4호집까지 발행하게 되었으며 직원들 모두가 이 책을 가까이에 두고 자주 읽어봄으로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의 함양과 함께 내면의 인격도야를 이루어가게 되어 참된 공직관의 정립에 크게 뒷받침하게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고 보람되게 생각합니다.
- 다시 태어나도 소방관이 되려는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일반소방관은 한번 해봤으니까 다시 태어날 수 만 있다면 사람의 마음속에 타오르는 나쁜 불을 끄고 또 예방하는 일을 해봤으면 합니다.
그래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미국의 로버트폴검이란 교수가 “내가 필요해서 꼭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All I really need to know, I learned in kindergarten)고 말한 것처럼 유아기와 초등학교교육이 인생에 있어 얼마나 중요합니까? 일찍이 공자는 성상근야(性相近也)요, 습상원야(習相遠也)며 기본난이(基本亂而)하면 말치자부의(末治者否矣)라는 말을 했습니다.
곧 모든 사람의 본성은 거의 비슷하게 태어났으나 성장과정과 교육에 따라 그 습관이 멀어진다는 것이며, 근본이 어지러우면서 끝을 다스릴 수 있는 자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죠.
이러한 인간의 근본을 세우는데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중용의 본문에서는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라 하여 하늘은 사람에게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라는 인성을 내렸으니 이 인성(人性)에 따르는 것이 도(道)이며, 이 도(道)를 닦는 것이 바로 교육(敎育)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가르칠 교(敎)자는 다 아시다시피 효도 효(孝)자에 채찍질 할 복자가 합쳐진 글자가 아니겠습니까?
즉 효성은 백행지본이니 효도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바로 교육의 시작이요 끝이며 알파요 오메가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현실은 마치 직업을 얻기 위한 수단에만 치우쳐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성격형성기의 어린이들에게 천성을 바탕으로 한 덕과 예를 숭상할 줄 아는 참교육을 통하여 올바른 민주시민정신의 함양과 함께 국가의 동량지재로 키워 감은 물론 나아가 세계 속에 큰 인물을 탄생시키는데 열정을 불태워보고 싶습니다.
- 소방관들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뭐 각자의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애로사항을 많이 느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소방관들의 생활이 늘 긴장의 연속이고 또 현장에서는 자신의 위험을 무릅쓴 긴박한 작전수행이 요구되고 있음으로서 심리적 생체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직업병을 안고 살아가게 되는 등 건강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 주민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 한 말씀하시죠.
이 세상 누구나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추구일 것입니다. 행복! 행복은 바로 안전이 뒷받침되어야 지켜갈 수 있다고 보는데요. 어느 사회학자가 현대사회를 불감(不感), 불신(不信), 불화(不和)라는 삼불(三不)의 시대라고 했을 정도로 정말 안전 불감증은 국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화재를 비롯한 모든 안전사고의 발생원인은 바로 안전에 대한 무관심과 방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존경하는 시민들께서는 안전을 지키는 길은 사고원인인 무관심과 방심을 관심과 조심으로 바꾸면 된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시고 안전에 대한 몸에 배인 관심과 조심의 습관으로‘생활안전문화정착운동’에 적극 동참해주시기를 당부 드리는 바입니다.
아울러 소방관들이 현장으로 출동할 때는 소방차가 현장에 늦게 도착되면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시고‘소방차길터주기’를 생활화해주실 것을 당부 드리고자 합니다.
-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우리 소방관들이 현장 활동을 할 때 보면 정말 아슬아슬할 때가 많은데 늘 위험한 현장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안전사고 예방에도 주의를 기울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문에 불성무물(不誠無物)이란 말처럼 성실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고 항상 주인정신과 책임정신을 가지고 청렴, 친절, 성실한 자세로 시민고객의‘행복지킴이’역할을 다해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주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또 뭇 사람들이 나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에 갇혀 살기 십상인데 우리 소방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무한봉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만큼 무엇보다도 나 자신보다는 주변을 먼저 돌아 볼 줄 알고 조직과 사회와 국가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참 공무원으로 새롭게 거듭 태어나 국민들께서 베풀어주시는 뜨거운 사랑과 굳은 신뢰를 지켜 가는데 다함께 노력해주셨으면 합니다. 모쪼록 소방공무원으로서 올바른 정신적 가치실현을 통하여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질 높은 삶을 사시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 바입니다.
조남승 서장은 역시 한문에 조예가 깊다. 인용구를 일부러 외웠을 리가 없을 터인데 입만 열면 술술 나온다. 저렇게 바쁜 사람이 언제 그 많은 내용을 涉獵(섭렵)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가 달변인 이유를 이해하기도 한 하루였다. 그와 같이 근무하는 성북소방서 직원들은 다소 피곤할지 모르지만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마음의 양식도 쌓고 청렴을 배우는 시간이 됨은 물론 자신을 되돌아보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김영국 기자
조 남 승 서장은
- 동국대학 경영학과 졸업
- 서울시119특수구조대장
- 서울소방학교 구조구급교육훈련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