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2. 22.
“어린시절의 맑은 정신으로 돌아가 초등교육의 중요성 인식해야”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신성해야 할 교육감 선거가 이념 선거로 변질되고 교육감이 법을 어겨 중도에 하차하는 등 교육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계까지 이념논쟁에 휘말리게 된 것은 물론 정치권이 개입되면서 부터다.
교육정책도 어찌보면 정치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대학은 몰라도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감 선거가 이념 논쟁에 휘말리고 교육의원까지 정치권의 입맛대로 치른다면 드디어 이 나라는 교육계마저 정치권의 소유물로 전락하는 우스운 꼴이 되는 것이다.
다 아는 얘기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참 이상하다. 민주주의는 선거가 있게 마련이고 선거는 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이다. 승자는 패자를 위로하고 국정의 동반자로 예우하며 패자는 승자를 축하하고 승자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깨끗이 인정하고 다음 선거를 차분히 준비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는 승자 독식이기 때문에 일단 승자는 패자를 철저히 무시한다. 승자는 前職(전직)이 추진하는 일들에 대해 다시 검토하게 하고 전임을 깔아뭉개는 작업을 한다. 참모들은 관직의 중요부서는 물론 하다못해 연예인들까지 말 그대로 손본다.
패한 정치인들은 승자가 하는 일에 일단 무조건 반대한다. 반대편에 섰던 지지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마치 시정잡배들처럼 현직을 무자비하게 비판한다.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일반 국민들은 말 그대로 어리둥절이다. 어제까지도 다 될 것 같았던 일들이 무산되고, 새로 기다리던 일들이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한 발짝도 못나간다.
경제계 인사들 역시 갈팡질팡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또 어떻게 제도가 바뀔지 모르고 정책결정을 하게 될 장관이나 실세 차관이 누가되는지 눈치봐야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그동안의 줄 자르고 새로운 줄 대기 바쁘다.
이제 마지노선인 교육계에 정치권의 魔手(마수)가 뻗치기 시작했다. 교육감 선거는 정치권의 공천은 아니더라도 이미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기 시작했으며 교육의원 선거는 이번에 비록 정당공천이 없다지만 다음 선거부터는 정당비례대표제 혹은 시도의원들의 나눠먹기 場(장)이 될 것이 뻔하다.
정치인들도 다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설사 외국에서 공부를 했다하더라도 초등학교 정도는 우리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린시절 그것도 초중등시절 선생님의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것이다.
그렇게 중요한 학교교육을 담당할 교육감과 교육의원들이 특정정당이나 특정인들의 손에 놀아난다면, 만약에 선생님들이 정당에 가입하거나 특정정당을 지지하기 시작해 순수한 아이들까지 편 가르기 시작한다면, 이 나라는 어찌되겠는가?
그렇치않아도 서울교육청의 교육감 사퇴 이후 교육계가 시끄럽다. 특정 인맥이니 특정지역이니 하며 편 가르기가 한창인 것이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치러질 지방선거부터가 우선 걱정이다.
정치하는 어른들! 우리 한번만이라도 어린시절을 회상해보자. 당시의 맑은 눈과 정신으로 돌아가 화장실도 안 갈 것 같은 선생님들을 그려보자. 그런 선생님들이 정치권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당신의 아들과 손자는 어찌되겠는가?
남의 일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정치력을 볼 때 어쩌면 아이들이 어린시절부터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정치적으로 대립 할 날이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전통의 개념인 가족이 점점 해체되고 있는 현실에 이를 바로 잡아줄 교육마저 정치권에 예속된다면 이 나라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를 심각히 고려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