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3. 21.


 無所有(무소유)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 스님이 남기신 말빚의 의미는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준엄한 메세지 ”

 

 


法丁(법정)스님이 열반하셨다. 지난해 김수환 추기경님이 善終(선종)하신지 일 년 여 만에 우리민족의 큰 스승이 우리 곁을 떠난 것이다.
어찌보면 떠나신 것이 아니라 더욱 우리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고, 비록 육신은 떠나시지만 때마침 내리는 봄비와 함께 그 맑은 영혼의 힘으로 혼탁해진 우리 마음을 정화 시키면서 홀연히 떠나셨다.


법정스님의 가르침은 스님이 남기신 40여 종의 저술을 통해서 익히 알려졌지만 법정스님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無所有(무소유)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날 때와 같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나가야 함을 모르고 오로지 돈을 쫓는 속세의 인간들과 권력의 無常(무상)을 모르고 지나치게 권력에 집착하는 인간들에게 무소유의 숭고한 의미를 일깨워 주신 법정스님의 永眠(영면)에 머리 숙여 존경의 禮(예)를 표한다.


혹자들은 무소유를 마치 세상과 등지고 安貧樂道(안빈낙도)를 즐기는 것쯤으로 알면 곤란하다. 법정스님의 큰 가르침을 만분의 일도 이해 못하는 필부의 생각으로는 법정스님이 속세의 인간들에게 전하려는 무소유의 개념은 자기 맡은 열심히 일하고 일한 만큼 보답 받으며,

 

건전하게 가정을 이끌고 나라에 충성하라는 뜻일 것이다. 권력을 가진자들에게는 권력을 통해 富(부)를 형성하면 반드시 처벌받고, 총이나 칼에 의한 권력은 有限(유한) 한 것이며, 국민의 동의하에 가진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권력이 진정한 권력이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돈이란 무엇인가? 돈을 쫓는 사람들, 특히 자본주의하에서 돈은 때로는 권력도 살 수 있고, 돈이면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을 보면 불과 그 돈을 쓸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을 간과하고 살고 있고, 결국 쓰지도 못하고 악착같이 모은 돈은 자식들에게 유산 싸움을 하게 만드는 사례도 적지 않음을 나이가 든 다음에야 알게 된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권력을 쫓는 사람들은 “나 아니면 안 돼!” “넌 내가 잡으면 끝장이야!”라며 오직 정권을 잡기 위해 혈안이고 정권을 잡으면 반대편 사람들은 권력에 접근금지는 물론 숙청 대상에 첫 번째로 이름을 적는다.


그러나 권력은 그리 길지 않음은 짧은 우리 현대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으며, 정권을 이용해 돈을 축적한 전직대통령이나 권력자들, 혹은 그 가족이나 후손들이 떳떳이 살고 있지 못함을 볼 수 있을 터인데 권력에 가까이 가면 도대체 세상이 잘 안 보이는 것이 또한 권력의 실상이다.


지금 이 나라에는 존경받는 어른이 없다. 여야간이나 여여간의 다툼에 나서서 “네 이놈들!” 하면서 혼내면서 꼬인 부분을 풀어줄 어른이 없다는 뜻이다.


그나마 존경받던 종교 지도자들마저 세상을 떠났으니 우리 국민은 누구에게 길을 물을지 난감하다.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소위잘 나가는 언론들은 평소에는 가만있다가 그런 분들이 돌아가시면 반짝 존경하느니 훌륭한 지도자를 잃었다느니 난리법석이다.


평소에 바른 말씀하시거나 정권에 비판적이면 신문에 기사 한 줄 나가기 어렵고, 권력을 가진자들이 그런분들에게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을 물었다는 소식은 감감하다.


워낙 훌륭한 분들이 권력의 주변에 깔려있으니 사사건건 바른 말하는 분들이 필요 없겠지만 법정스님의 입적으로 이제 그나마 누가 정권에 바른 말을 하고 정의의 편에 서 있을지 나라가 걱정이다.


스님이 남기신 ‘말빚’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평생 남에게 진 빚이 없으실 텐데 아마 스님이 남기신 저서나 강연을 말씀하시는 것 같다. 시대의 스승인 법정스님이 그 남기신 말씀을 말빚이라고 표현하심은, 혹시 말로써 이 시대를 이끄는 정계, 경제계를 비롯한 나라의 지도자들에게  스님의 저서를 읽고 국민에게 진 빚을 무엇인가를 알아보라는 준엄한 메시지는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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