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3. 28.
봉은사(奉恩寺)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 종교가 지나치게 정치에 관여하는 것도 모양 빠지고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종교를 이용하는 것도 보기 좋지 않다. ”
봉은사는 794년 신라시대 때 세워져 1551년에 보우 스님에 의해 재건되어 지금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하고 있으며 얼마 전 입적하신 법정 스님도 젊은 시절 봉은사 다래헌 암자에서 글을 쓰셨다고 한다.
봉은사는 한 때 주지스님들 간에 큰 다툼이 끊이지 않았으나 2006년 명진 스님이 주지로 오면서 회계를 외부에 공개하는 등 명진 스님의 역량에 힘입어 한때 급감했던 신도수가 25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불교를 비롯한 어는 종교를 막론하고 누가 이끄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이런 봉은사를 최근 조계종총무원이 직영사찰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치권의 외압설이 제기되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조계종 총무원장과 한나라당 원내대표간의 만남의 자리에서 최근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등 현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명진스님에 관한 얘기가 나왔고 총무원 측이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이 커지게 된 것이다.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는 후에 밝혀지겠지만 누구누구의 말의 진실 여부를 떠나 명진스님은 그간의 실추된 봉은사의 명예를 다시 세워 주변의 직장인들을 포함한 외국인들의 발길이 자주 찾게 만든 분이고, 천주교나 불교, 그리고 개신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의 지도자들이 권력을 가진자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하루 이틀된 일도 아닌데 조계종 총무원측이 느닷없이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충분히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일이다.
또한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안상수 대표는 명진스님을 알지도 못한다고 했는데 이런 말은 매우 부적절한 말이다. 현 정부의 숙원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인 천주교나 불교계의 핵심 인물들은 匹夫(필부)인 필자 같은 사람도 알고 있는데
이를 앞장서서 해결해야할 원내대표가 명진스님을 잘 알지도 못하다는 말은 명진스님의 주장대로 부처님오신날 식사를 했다는 말과, 설사 안상수대표가 누군지 잘 모르고 식사 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집권당의 원내대표로서 무조건 잘 모르는 인물이라고 말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말이다.
천주교의 재산과 운영권은 로마 교황청에 있으며 조계종의 주지 임명권을 비롯한 재정운영권은 총무원에 있는 것으로 안다. 또한 일부 교회를 빼고 감리교를 비롯한 개신교의 재산도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운영과 관리는 중앙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개신교와 불교 신자는 각각 천만명을 넘고 있으며 그 운영은 신도인 국민의 헌금이나 시주에 의해 운영된다. 따라서 종교 지도자들은 신도들의 의견을 종합해 국가의 중대사에 대해 설교나 설법을 통해 의견을 개진함은 어찌보면 당연한 의무일지 모른다.
따라서 정치 지도자들은 종교지도자들이 하는 말을 개인의견으로 떨쳐버리기 보다는 국민 대다수의 여론으로 알고 그분들의 말을 경청하고 정책결정에 참고해야 함은 물론이다.
물론 정치와 종교는 엄격히 분리되어야 하며 정치지도자들이 일부 종교에 편향을 보이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종교지도자들은 신도가 따르고 정치지도자들은 국민이 따른다. 종교지도자들도 국민이고 그들을 따르는 신도도 국민이기 때문에 종교지도자들의 듣기 싫은 말일지라도 그냥 넘기거나 그 말을 기화로 한 번 손보겠다는 마음은 아예 접어야 한다.
지나침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고 했다. 종교가 지나치게 정치에 관여하는 것도 모양 빠지고 정치인들이 지나치게 종교를 이용하는 것도 보기에 민망하다.
곤 다가올 G20정상회의가 열리는 곳도 봉은사 주변이 될 것 같다.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이 어쩌면 한번 들릴지도 모르는 봉은사, 순수한 모습으로 세계에 비춰질 수 있도록 정치권이 조금 양보하면 어떨까 싶다. 어차피 정치지도자나 종교지도자나 다 국익을 위하고 국격을 높이는 자리에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