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4. 04.


국방부 장관님께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우선 천암함 사건으로 연일 수고가 많으신 국방부 장관님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웬만하면 이런 글을 올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앞으로 군대에 갈 아들을 둔 한사람의 아비로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일들을 보고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 없어서 몇 자 적어 봅니다.


지난 26일 밤 9시반경 백령도 근해에서 원인 모를 사고로 1000톤이 넘는 우리 군함이 두 동강나 바다에 가라앉았는데 4일이 지난 아직도 그 원인도 모르고 46명의 소중한 우리 아들들이 배 안에 갇혀있는지, 실종된 것인지 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이 남북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나라, 우주에 로켓을 쏘아 올리는 대한민국의 2010년인지 우선 묻고 싶습니다.


물론 군대에서는 작고 큰 사건들이 늘 일어나고 교전으로 사망하거나 천재지변으로 소중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생기는 것쯤은 이해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는 사고가 발생한 후에 대처하는 당국의 우왕좌왕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바다가 얼마나 유속이 빠르고 심술을 부려 접근이 어려운지 모르지만 우리 군과 정부가 취하는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듭니다. 만약에 미국이나 일본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면 저렇게 오랫동안 방치 될 수 있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우리 군대가 이정도 밖에 안 된다면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마음은 얼마나 불안하고, 또한 앞으로 아들 가진 사람들이 군대에 마음 놓고 보낼 수 있을지도 걱정됩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 못지않게 국방부나 해군의 높으신 분들도 더 마음이 아프겠지요.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 몇 분에게 사건의 책임을 지라고 드리는 말은 아닙니다만, 왜 이 나라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지 화가 치밀고, 사실여부를 떠나 떠도는 이런저런 엉터리 뉴스들을 봐야하는 현실이 황당하기만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소중한 우리 아들들이 차라리 교전이나 전쟁, 기타 사고로 사망했다면 덜 안타깝겠습니다. 그러나 배가 침몰하는 장면을 뻔히 바라다보면서도 손을 못 쓴다거나 함미의 행방을 어부가 찾아야 하는 우리 군의 형편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과 바로 코앞의 적인 북한의 표정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 많은 국방예산은 다 어디에 쓰냐는 질문은 하고 싶지도 않지만 혹시, 비행기 한 대 덜 사거나 배 한척 덜 사고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구출함이라도 한 척 마련했으면 어땠을까요?


국방부장관님! 물론 어쩔 수 없는 사고라 말하시겠지요. 이게 어찌 나만의 책임이냐면서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만일 수도 있겠지요. 사실 저는 국방부장관님 이름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그 전엔 알 필요가 없었겠지요. 국민을 지키는 일은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하고 그 책임자는 국방부 장관이니 어련히 알아서 잘 해주리라 믿어서겠지요.


배가 가라않는다 해도 금방 인양할 배가 있다고 믿고 있었고, 설마 이렇게 무방비 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마 그래서 유족들도 화가 더 나고 국민들도 이해가 안 가겠지요. 아마 청년들이 외국 국적을 얻는 등 온갖 꾀를 내어 군대를 안 가려고 애쓰는 이유도 바로 이런 엉터리를 미리 알고 있어서 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필자도 아들이 하나 있는데 장교로 보낼까하다 남들이 아들을 해병대에 보냈다며 자랑할 때 내 아들도 해병대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일도 거둬야 할 것 같습니다.


사건 수습하랴 국회 불러 다니랴 정신없이 바쁘실 국방부 장관님께 이런저런 불편한 말씀드려 죄송합니다만 앞으로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하는 아비의 마음이 편치 않고, 이번 사건에 대해 갖은 억측을 바라보는 국민으로서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나서 몇 자 적었습니다.


부디 빠른 시간 내에 사건을 잘 파악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가족과 국민을 납득시켜 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아울러 국방부 장관님을 비롯한 당국자들의 건강과 안녕을 거듭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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