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4. 09.
말과 행동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는 것, 참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정치인들이 말과 행동이 일치한다는 평을 받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정치인들의 이력서를 보면 개개인의 행적이 뛰어나다. 이력서 자체만 평가한다면 모두 다 지도자 감이다. 그런데 이 훌륭한 인사들이 이력서에 걸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해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고,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국민의 대표라고 자임하며 정치를 하고 있나? 하는 의심도 든다.
최근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조계사 총무원장과 나눈 봉은사 명진스님에 대한 대화내용이 알려져 곤욕을 치르더니, 이번엔 같은 당 공성진 최고위원이 천안함 실종자 구조작업 중에 순직한 故 한주호 준위 추모식장에서 사진 찍은 것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집권당의 원내대표로서 당과 국가에 득이 된다면 본인을 희생하면서라도 할 말은 해야 할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조계종 총무원장과의 대화에서 정부의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여론을 일으킬 수 있는 명진스님에 대해 얼마든지 언급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발언이 세상에 발려진 이후에 그의 말과 행동이다. 집권당의 대표로서 불교계의 협조를 구하는 차원에서 명진스님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발언의 진의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사과한다고 했으면 문제 될 일도 아니고 당과 정부는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고마워했을 것이다.
공성진 최고위원의 경우도 그렇다. 당의 최고위원으로서 의인의 죽음에 조문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으며, 그런 그의 모습을 비난하는 언론도 있을 수 있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의 행동에 대해 잘했다고 할 수도 있는 문제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공 최고의원은 비난하는 언론에 대해 “그럼 언론도 사진찍지 말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당의 최고위원으로서 진짜 그런 말을 했는지 궁금할 정도의 실언이다.
정치인들이 유명 스포츠스타들이 금메달을 따면 옆에 서서 사진을 찍거나 현수막을 내걸고 마치 그 선수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홍보하려고 한다. 이상하리 만치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이는 그만큼 정치인들이 인기가 없기 때문에 유명인들의 사진을 함께 홍보물에 넣어야 바로 쓰레기통 신세를 면하는 길이겠지만 사실 다 부질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나라 곳곳에 리더십 부재가 나타나고 있다. 일반 정치인도 아니고 정당의 중진인 사람들은 말과 행동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현재의 자기 위치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할 말은 분명히 하고, 자기가 한말은 했다고 인정하며, 자기가 뱉은 말이나 행동이 혹시 문제가 생기면 변명에 급급하지 말고 사과 할 것은 사과하고, 자기 소신에서 한 말이나 행동은 당당히 맞서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어차피 집권당의 중진이면 친한 친구보다는 감시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국회의원 한 번 더하려 하거나, 지금보다 더 좋은 자리에 가기 위해서 윗선에 잘 보이려는 발언이나 행동보다는 이 자리가 마지막이라는 소신으로 자기 소속당과 정부에 충성을 다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면 전후야 어찌됐든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이라도 받을 수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말과 행동을 취하는 모습은 자기 당은 물론 정치권 전반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해 결국 정치인으로서 뇌사상태가 되고 마는 것이다.
지금 천안함 사건도 마찬가지다. 확인되지 않은 말을 함부로 하거나, 결국 밝혀질 진실을 왜곡하는 것보다는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발표하고, 언론은 국가의 이익차원에서 신중을 거듭하는 것만이 우리 국민 모두를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신뢰란 얻기는 힘들지만 잃기는 너무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