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4. 16.
국운이 쇠(衰)하고 있다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서해 천암함이 바다에 가라앉아 있어도 속수무책이고, 전직 대통령 시절에 합의해 발표했고 이미 공사 중인 세종시 문제로 여야는 물러 설줄 모르고 티격태격, 현 정권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은 야당은 물론 천주교 및 시민 단체의 반대, 공영방송 MBC는 사장의 쪼인트 논쟁에 총 파업 중인데도 사장은 출근도 안하고,
지방자치 단체는 호화청사에 기채 발행으로 빚더미, 정치판은 6.2 지방 선거에 여야 할 것 없이 선심성 공약에 무원칙 공천, 검찰과 前職(전직) 총리 간에는 뇌물죄 공방으로 일진일퇴, 서울시 초중등교육의 책임자인 교육감과 그 측근들은 줄줄이 구속, 봉은사 주지 스님과 청와대 홍보수석간의 진실공방, 연예인들의 연이은 자살, 다 열거하기도 숨찰 지경인 우리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해방 이후 우리 역사가 어느 시대건 여야의 정치적 대립은 있었지만 이렇게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기록은 보지 못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도 이렇게 나라가 어지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소위 야당 지도자도 카리스마가 넘쳤고 정통성 시비가 있었지만 朴(박)통이나 全(전)통도 분명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카리스마가 무엇인가? 바로 리더십이다.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바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다. 정치는 무엇인가? 바로 사람을 다루는 일이다. 정치란 것이 국민에게 필요한 이유가 다 잘살아 보자는 것이며, 따라서 국민은 비싼 세금을 말없이 내고, 귀한 자식들 군대 보내면서도 그저 쥐 죽은 듯이 살고 있다.
정치인들이나 고관대작들의 비리를 보면서도 “어휴 다 그렇지 뭐” 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하도 큰 사건 들이 많아서인지 웬만한 돈의 비리액수는 무덤덤하기 까지 하다. 선배들 얘기 들어보면 그래도 박통시절엔 이렇게까지 심하진 않았다고 한다.
朴(박)통 시절에 고급공무원들이나 정치인들이 함부로 뇌물을 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직자들의 기강도 이렇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지방자치 시대가 되어서 권력이 지방으로 분산되긴 했지만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이 공직자나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은 부인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분열된 이유는 바로 대통령 선거 때문이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독식의 정치가 되다보니 공직자들이 5년간 줄을 서지 않으면 출세를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한 정권에만 잘 보이면 1급까지 오르는 것이 식은 죽 먹게 됐으니, 줄을 서지 않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정치를 하려면 실세 몇 명에게 잘 보이면 公薦(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을 할 수 있는 세상이니 누가 바른 말을 하려 하겠는가? 장관을 임명하려면 국회청문회를 걱정 할 정도로 투명한 사람이 드물다니 참 한심한 시절이다.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물론 정치하는 사람들의 노력 여하에 따르겠지만 요즘 같아서는 “朴(박)통이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지나가는 말로 들리지 않는다. 나라의 지도자가 때론 무섭기도 하고, 당장은 힘들지만 왠지 저 사람이 말하면 잘 될 것 같은 믿음이 가는 지도자, 그런 지도자를 만나는 것이 나라와 국민이 잘사는 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작은 지도자들이 배출되어 큰 지도자들로 성장하는 길이 되어야 할 터인데 작금의 여야의 공천행태를 보면 그것도 그리 기대할 것이 없어 보여 國運(국운)이 쇠(衰)하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