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4. 29.


대통령의 눈물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사나이가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부모님의 喪(상)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더욱이 나라의 대통령이 온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어지간해선 보기드문 일이다.


지난 12일 이른 아침 시간에 이명박 대통령이 TV와 라디오를 통해 천암함 관련 희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對(대) 국민 연설을 하던 중 설움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훔치는 장면을 보았다.


아니 설움이라기보다는 울분을 참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국군 통수권자로서 44명의 고귀한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전 국민에게 불안과 불신을 안겨준 것에 대한 죄책감의 눈물 일 수도 있겠고, 그런 눈물을 보임으로서 국민에게는 비장한 각오를 보이고 敵(적)에게는 각오하라는 경고의 눈물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른 아침부터 대통령의 눈물 어린 연설을 듣고 하루 종일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우리 같은 필부도 천암함 함미 인양장면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돌렸는데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의 심정이야 오죽했으며,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해 얼마나 적개심이 불탈 것이며, 희생자나 그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 차마 입으로 전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천안함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눈물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는 1950년 6.25전쟁을 하다가 1953년 휴전을 한 후 50년이 넘게 남북이 대치하는 분단국가다.


 아마 휴전이 너무 오래되어서 잊고 있어서겠지만 우리 조국의 현실이 참 심각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살고 있었다. 서해 교전이나 남북간의 충돌은 우발적인 것으로 여기고 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설마 전쟁이야 나겠어? 북한 얘들 심심하면 저러는데”하면서 쉽게 넘어간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아마 그래서 합참의장이 사고발생 50분 후에야 연락을 받았을 수도 있고, 사고에 대한 갖가지 억측도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바로보지 못하는 필자같은 속인들에게서 생산되고 있을 것이다.


50을 넘긴 필자도 전쟁을 겪어보지 못했으니 전쟁의 심각성도 모르고, 여느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로 며칠 지나면 이번 사건을 잊은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먹고사는 일에 치중할 것이다.


그러나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나 여야의 정치지도자들은 이번 일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전쟁 중에 휴전하고 있는 나라며, 바로 코앞에 적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당은 독주를 마감하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멈춰야 한다. 보수니 진보니 고리타분한 문제로 시끄럽게 할 일이 아니라 당면한 남북문제를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풀어야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보수주의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보주의자도 아니다. 그저 나랏일 하는 사람들 똑바로 하라고 짖어대는 가난한 선비 정도 일뿐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눈물을 다시보고 싶지 않다. 우리 재산과 생명을 지켜주는 대통령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이어야지 국민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대통령이어서는 안 된다.


이 나라는 휴전국이고 적이 코앞에서 노려보고 있는 나라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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