我田引水(아전인수)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6.2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완패로 끝나자 한나라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가 시끌벅적하다.
선거라는 것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것이련만 선거전에는 압승을 자신하던 모습과는 달리 마치 콩가루 집안처럼 서로 네 탓만 하는 행태가 우선 볼썽사납다.

선거패배를 책임지고 당의 대표나 주요당직자들이 자리를 그만두는 것은 이해가 간다지만 총리를 비롯한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까지 사퇴하라고 소리치면 이번 선거를 청와대와 내각이 관여했다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공무원은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는 명백한 법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일부 초재선 국회의원들이 임명직 공직자들에게 그만두라고 소리치는 이유는 이번 선거가 이병박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의 의미도 있고, 선거 예측을 바로 하지 못하거나 정책에 대해 밀어붙이기를 방관 혹은 부추겨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상당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인적쇄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책임이 있다.

국회의원들은 누구보다도 각각의 지역구에서 국민을 만나 민심의 흐름을 파악해 당의 지도부에 전달하고, 당의 지도부는 민심을 종합해 대통령과 조율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함에도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만 믿고 무기력하게 선거를 치른 다음에야 대통령 측근에게만 책임을 묻는 자세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당과 정부를 걱정하는 한나라당의 젊은 초재선들의 충심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진심으로 당과 정부를 위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초상집 분위기에서 식구끼리 공개적으로 싸움을 걸기 보다는, 이런 기회에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진솔한 대화를 가진 후에 대통령이 전반적인 쇄신책을 내놓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그런 자리가 마련되지 않기 때문에 의총이나 사적인 자리를 빌려 공론화 시킨다고 하겠지만 미래 대한민국의 지도자를 꿈꾸는 국회의원들이 취할 행동으로 적절치 않아 보여 하는 말이다.

마침 이번에 며칠 비도 충분히 내려 일부러 자기 논으로 물길을 틀지 않아도 모내기가 잘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과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는 우리 국민의 위대한 선택이었지 민주당이 좋아서 지지 한 것이 아닌데도 그야말로 아전인수 격이다.

어느 젊은 최고위원은 느닷없는 40대 기수론을 부르짖어 주변을 어안하게 하질 않나, 어느 도지사 당선자는 자기가 마치 미래의 대통령후보 반열에 오른 것처럼 묘한 말을 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다.

아전인수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는 국민이 정치권에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임을 알아야 한다. 누구를 좋아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 심리로 민주당이 덕을 좀 본 것뿐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6.2 지방 선거도 어쩌면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시기에 내린 단비 같은 결과다.

야당은 아전인수를 멈추고 수권정당으로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하고, 여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는 핵심들이 함께 모여 민심의 이반 이유를 따져보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면 된다.

선거결과를 두고 서로 네 탓을 한다거나, 하늘에서 제때 뿌려주는 단비인줄 모르고 자기가 잘나서 이겼다고 어깨에 힘주는 사람들을 국민이 낱낱이 지켜보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월드컵 축구가 16강에 올라가면 그것도 더 자기들이 잘나서 그런 것이고, 탈락하면 허정무 감독과 선수들 타령 할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