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10. 06. 23.
심판과 옐로카드(경고)
김 세 현
행정학박사 / 호원대겸임교수
지구촌 축제의 장인 남아공 월드컵이 16강을 가리는 조별 리그가 한창이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초반에는 시합이 고지대에서 치러지고, 공인 구인 자블라니의 탄력성, 남아공 사람들이 불어대는 부부젤라라는 악기의 소음에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의 기량이 회복되어 그 열기가 뜨겁기만 하다.
축구경기는 선수들의 기량차이로 승부가 갈리지만 때로는 심판들의 경기 운영에 의해서도 승부가 엉뚱한 방향으로 판가름 나기도 한다.
심판에게는 옐로카드(경고)와 레드카드(퇴장)가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있는 심판의 판단을 존중한다지만 TV속 슬로우비디오를 봐서는 별 차이가 없는 반칙에 어떤 심판은 그냥 넘어가고, 어떤 심판은 옐로카드, 다른 심판은 레드카드를 꺼낸다.
선수나 감독이 항의해봤자 카드는 한번 꺼내들면 끝장이다. 옐로카드를 받은 선수는 한 번 더 옐로카드를 받으면 퇴장당하기 때문에 플레이가 위축되고, 선수 한명이 퇴장 당하면 그 게임을 이기기란 여간 어렵지 않음을 이번 월드컵에서 여실히 볼 수 있다.
물론 선수들이 쓸데없는 반칙을 해서 상대방을 부상당하게 한다거나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여 축구팬들의 등을 돌리는 것을 막고, 게임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심판이 존재한다지만 이번 남아공월드컵에는 지나치게 많은 옐로카드로 게임의 향배가 갈리자 심판진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는 교통신호의 노란 불과 빨간 불에서 착안해 만들어 졌다고 한다. 교통신호를 잘 지키지 않으면 대형사고 발생하기 때문에 축구경기에서도 큰 부상을 막기 위해 카드제도가 도입 되었겠지만 심판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라면 카드를 꺼낼 때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할 것 같다.
지난 6월 2일에는 우리나라에도 지방 선거가 있었다.
선거가 한나라당의 완패로 끝나고 한나라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가 선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즈음에, 며칠 전 어느 신문이 이번 선거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아니라 단순한 경고였다며, 그 근거로 중앙선관위의 득표율 발표(지난 대선에 비해 2.5% 하락)를 내세우고 나섰다.
그 신문이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을 대변해서 나섰다고 보고 싶지 않다. 집권당과 대통령이 너무 무기력해지면 나라꼴이 말이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힘을 보태주려는 충정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선거는 1표라도 더 얻으면 이기는 것이다. 설사 국민이 한나라당을 견제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심판한 것이 아니라, 그저 안일하고 나태한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경고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선거가 끝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되고, 국회에서는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시끄럽고, 4대강에 대한 입장차이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에 실랑이를 하는 와중에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좋은 뜻이라 해도 오해의 소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만약에 그 신문의 말대로 이번 6.2 선거가 국민이 내민 옐로카드(경고)라면 정부와 여당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축구는 한 게임으로 끝나지만 선거는 2년에 한 번씩 리턴매치 식으로 열린다. 정치게임은 하도 복잡해서 다음 선거를 위해서 일부러 옐로카드를 받는지 모르겠지만 자꾸 국민의 신경을 건드리면 레드카드(퇴장)를 꺼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축구를 이기기 위해서는 팀플레이가 잘되어야 하듯이 성공한 정치인으로 성장하려면 주변을 잘 만나야 한다. 세상을 바로보고 바로 전달하는 선수가 많은 팀, 그 팀이 다음 선거에 이기는 것이다.